[사설] 노조파괴 혐의로 구속된 SPC 회장

입력 2024-04-08 19:45 수정 2024-04-08 19: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9 19면

1심에서 무죄 선고 받은 SPC 허영인 회장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 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관계자 진술을 통해 허영인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2년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사측 친화적인 노조 가입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노-노 갈등을 유도한 전형적인 노조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

SPC그룹은 지난 2017년 제빵기사 불법 파견 문제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본사-협력업체-가맹점-제빵기사의 4각 고용관계가 드러났다. 제빵기사는 가맹점으로 출근하지만 점주는 사장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본사가 제빵기사의 채용·임금·인사 등을 지휘·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제빵기사들은 끼니는 고사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기계처럼 빵을 구웠다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직고용을 지시했으나 SPC는 이를 거부하고 2018년 1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했다. 이때 민노총-한노총 산하 복수노조가 출범했고, 직접 고용 대신 맺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두 노조가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 2021년 던킨도너츠에서는 제조공장 위생불량으로 파문이 일었다. 환풍기의 까만 먼지가 도넛으로 떨어지는 영상이 충격을 줬다. 2022년 10월에는 평택 SPL 청년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허리를 숙였고 안전 확충을 위해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졌다. 이어 10월에는 청년노동자가 숨졌던 SPL 평택공장에서 1년만에 손 끼임 골절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재해가 잦은 사업장으로 악명이 높지만 허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망을 피해 갔다.



수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결국 구속된 허 회장을 보면 SPC그룹의 노동 존중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다.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노동 재해를 방치한 최고 경영자가 노동환경 개선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뢰하기 힘들다.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위법 혐의가 확정되면 법적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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