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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범률 낮추려면 인식 바꿔야

입력 2024-04-30 20:0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1 18면
대개 사회적응 실패 탓 잘못 반복
배척만 한다면 사회에 더 큰 위험
법무보호위, 교육·주거 등 돕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선입견 해소
새사람 되려는 노력 관심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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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달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경기북부지부협의회장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관습처럼 굳어진 생각이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인식 개선을 소리쳐 외치는 것도 이런 어려움 때문일지 모른다.

법무보호복지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던 범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를 들면 사이버범죄, 성범죄, 마약 등 신종범죄가 폭증하며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하고 우려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재범률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화되지 못하고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다. 재범을 하게 되는 동기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이겠지만 대체로 공통되는 건 사회 적응 실패다.

법이 정한 죗값을 치르고 나온 사람에게 사회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신경이 쓰이고 부담스럽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새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일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다 보면 과거의 잘못이 항상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을 포용하기란 말처럼 잘 되지 않는다. 우선 의심하게 되고 경계하게 되는 건 아마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똑같은 잣대로 판단해 배척만 한다면 사회에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선 누군가 나서야 하며 그렇게 시작된 사업이 법무보호복지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 법무보호복지사업이 처음 도입된 건 1910년께로 보고 있다. 당시 인천구호원이 시초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면수(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일을 맡았다. 그로부터 1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업은 현대의 복지사업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법무보호위원회는 오늘날 법무보호대상자의 사회 복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과 상담, 주거와 생활, 가족 지원을 법무보호복지공단과 같이 도맡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상담과 취업지원의 필요성이 커지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법무보호대상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일에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고 법무보호위원들은 여기에도 적지 않은 보탬을 주고 있다.

법무보호위원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누군가 그들의 사회 복귀를 지금 돕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게 되고 그건 모두 사회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을 무턱대고 배척만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정시설에서 나와 3년 이내 다시 수감되는 비율은 대략 25%라고 한다. 경제학적으로 따져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비율을 줄이고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소수 특정인들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이나 법무보호위원회 등 관련 복지기관·단체들이 아무리 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활발히 전개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재범률을 낮추고 그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실한 건 인식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가 다 같을 것이라고 여기는 그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대함에 있어 편견이나 선입견은 무엇보다 우리가 각성하고 고쳐가야 할 과제이다. 범죄 이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잠재적 위험인물로 판단해서 거리를 두거나 외면한다면 그건 그들에게서 변화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종교나 피부색, 인종 등에 따라 사람을 나눠 모두 같은 사람으로 판단하고 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사회는 구성원 개개인이 지닌 인식의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는 게 아닐까? 법무보호대상자들 중에는 사회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새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명달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경기북부지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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