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2011)와 '우아한 거짓말'(2013)을 통해 가난과 다문화, 왕따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왔던 이한 감독의 신작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실화를 모티브로 전쟁이라는 살육의 시공간을 단지 참혹함만으로 그리지 않고 음악과 아이들을 통해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좌우 이념 갈등이나 남북 간 체제 대립으로도 훼손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며 미래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춘식과 동구는 한 마을에서 살았던 친구지만 서로의 가족을 죽고 죽이는 참상을 겪어야 했다. 한쪽은 인민군의 부역자로, 한쪽은 국군의 부역자로. 아이들의 분노는 맹목적이고 증오는 날카롭다. 그들을 향해 한중위는 말한다. 그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들이 한 일이라고. 너희들의 싸움은 서로 다른 음을 불러 조화를 이루는 화음이 되어야 한다고. 서로 다른 음이 충돌하여 이루는 화음의 메시지는 차이가 대립과 갈등이 아닌 조화를 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이 영화가 왜 합창을 소재로 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그러나 전쟁, 고아, 합창이라는 소재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는 신파적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한상렬(임시원)과 박주미(고아성)의 평면적 캐릭터와 허술한 구성도 아쉽다. 특히 관객의 눈물을 짜내기 위해 삽입한 몇몇 설정과 에피소드는 영화의 윤리성을 크게 해친다. 그중에서도 작위적 결말부는 이 영화가 신파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갈고리를 연기한 이희준의 연기는 상당히 흡입력 있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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