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
외로운 사람들의 목소리들이다
쓸쓸한 사람들의 사연들이다
내가 대답을 할 수 없는 사정들이다
내가 답을 해도
나도 모르는 인생들이다
밤중에 걸려 오는 전화들은
길을 찾는 목소리들이다
길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들이다
길을 묻는 쓸쓸한 사람들의 사정들이다
내가 대답을 한들
나도 해결할 수 없는 인생들이다. 조병화(1923~2003)
▲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
당신은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에 귀 기울인 적이 있는가? 잠을 깨우고 고요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마나 아파하였는가. 술보다 빨리 취한 사연들이 당신 가슴을 붉게 태웠을 것이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말 속에 녹아있는 쓸쓸한 기억들, 길을 묻고 있지만 답을 해줄 수 없다. 혼자만이 가는 외로운 길에서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 '인생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해답 없는 길 위에 서 있다. 당신처럼 있지도 않는 해답을 찾아서 너무 멀리 온 인생이 전화기 너머에 있는 '쓸쓸한 동행'을 찾고 있을 뿐이다.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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