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용인-평택 깊어진 ‘상수원 갈등’

정치 쟁점화·시민간 대립땐 장기화… 상생용역 해법 찾아야
▲ 지난달 31일 오전 평택시청 앞에서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면 주민들이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 지난달 31일 오전 평택시청 앞에서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면 주민들이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용인 “36년간 규제탓 市 전체면적 15% 개발 발목잡혀”
평택 “장기적 물부족 도시… 해제땐 수질악화 불보듯”


용인시는 철폐를, 평택시는 존치를 주장하는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3.86㎢는 1979년 3월 지정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상수원 확보’, ‘수질 보전’을 위해 지정·관리되는 법정 구역이다.

송탄 취수장의 취수구에서 진위천 상류 방향으로 7㎞ 이내, 상수원 보호구역 경계에서 10㎞ 이내는 공장을 아예 지을 수 없거나, 제한된 업종만 건설할 수 있다. 상류 쪽 물이 오염돼 하류로 흐를 경우 취수원을 먹는 물로 쓰기 힘들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시 전체 면적의 15%인 남사·이동면 90㎢가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공장 입지 규제에 묶여 있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평택시는 지역 개발이 아닌 수질보전적 관점에서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진위천 등이 흘러들어가는 평택호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36년간 참을 만큼 참았다”

용인시의 사정도 딱하다. 송탄 상수원 보호구역이 지정되고 상류 쪽의 용인시는 산업단지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는데, 그게 상수원 규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시는 최근 평택에 둥지를 튼 삼성전자, 충북 청원군 오창읍으로 이전한 녹십자(2011년)를 그 사례로 꼽고 있다.

앞서 2004년 남사면 일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또 1998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남사면 봉명리·통삼리에 100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반영하려고 한 것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발목을 잡힌 적이 있다.

용인시 전체 면적(591㎢)의 15%인 90㎢ 땅이 상수원 입지 규제에 묶여 있다. 쉽게 말해 공장 운영 과정에서 폐수를 배출해야 하는 공장은 이 구역에 들어올 수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건물 신축, 증축, 개축’, ‘토지 형질변경’ 등에 있어서 제한을 받게 돼 사유 재산 행사에 피해를 입고 있다.

▲ 지난 10일 평택시의회 앞에서 평택시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사수를 위한 삭발식을 갖고 있다. /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 지난 10일 평택시의회 앞에서 평택시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사수를 위한 삭발식을 갖고 있다. /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평택은 장기적으로 물 부족 도시”

평택시의 말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송탄 취수장 물을 시민 4만여명이 먹고 있는 만큼, 보호구역이 해제됐을 때 수질 악화로 인한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 부족 사태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평택시가 계약한 팔당 광역상수도 배분량은 35만4천t이고, 이 중 14만5천t을 생활 용수로 쓰고 있다.

평택시는 2030년 기준 용수 수요량을 하루 평균 45만3천t으로 보고 있는데, 광역상수도 배분량에 지방상수도로 자체 생산하는 송탄·유천 취수장 물 3만t을 합해도 6만9천t의 용수 부족 사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급수용수 확보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평택에는 K-55, K-6 미군기지, 공군작전사령부, 해군2함대가 주둔하고 있고, 하루 평균 5천800t의 용수를 광역상수도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평택에 이전하게 되면 하루 평균 4만3천t의 공급량이 필요한데, 비상시 지방상수도를 통한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송탄 취수장에 대한 보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 점화’, 해결책 난망

용인과 평택의 상수원 갈등이 최근 정치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용인시는 시장을 중심으로 행정력을 동원해 범시민운동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평택시의회 앞마당에서는 최근 시의원과 시민단체 대표의 삭발식이 이뤄지는 등 상수원 갈등이 정치 쟁점화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용인과 비슷하게 유천취수장으로 규제 피해를 겪고 있는 안성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갈등이 정치적으로 확산되고 시민 간 대립으로 흐를 경우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경기도와 안성·용인·평택시가 지난 4월 합의한대로 상생 용역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인-평택 상수원보호구역 갈등일지

1979년- 용인 남사면과 평택 진위면 경계인 진위천에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2004년-용인시, 남사면에 산업단지 조성 추진. 평택시 반대로 무산.
상수원보호구역 갈등 시작
2004년-용인시, 경기도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건의.
용인 남사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철폐추진위원회 발족.
2006년 7월-경기도·용인시·평택시, 공동 연구용역 합의.
2006년 11월-경기도·용인시·평택시, ‘상수원 보호구역 및 진위천 일대의 친환경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 용역에 관한 협약 체결’
2015년 4월-경기도가 개최한 ‘1박2일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평택·용인·안성시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연구용역 추진 합의
2015년 8월-용인시, 송탄상수원 규제해제 촉구를 위한 20만 연대서명운동 시작
2015년 8월-정찬민 용인시장, 평택시청 앞에서 지역 주민 500여명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촉구 집회
2015년 9월-평택시의회 유영삼 의원 의회 청사 앞에서 시민단체와 삭발식
2015년 9월-용인시의회 신현수 의장, 평택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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