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중소기업인]'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중소기업=애국자' 옛말… 손톱밑 가시에 더 아픈 현실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6-10-07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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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의 수장으로서 회원들에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30년전 반자동시스템 회사 설립
완전자동화로 공장 직원 3명뿐
세상 좋아졌지만 고용환경 반대
청년일자리 느는데 구인난 여전

오전 5시 30분, 누군가는 한참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심옥주(70) 제일산업 대표는 언제나처럼 몸을 일으켜 신문을 펼친다. 1시간가량 이어지는 신문 읽기는 중소기업 CEO로서 경제 현안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와도 같은 일이지만, 그나마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휴식시간이나 다름없다.

신문을 다 읽고 7시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벽돌 제조회사를 거느리는 중소기업 대표이자 4년째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일과는 보통 이렇다.

서울에서 열리는 중기중앙회 회의에 참석하거나 전국 각 지역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경기지역 각 협동조합 내 5~6개 분과위원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경기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해 78개 회원사도 챙겨야 하며 중소기업 유관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비롯한 각종 외부초청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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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대외적인 업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내다 보니 정작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신경 쓰지 못하는 날도 비일비재고, 업무가 연달아 몰릴 때는 일주일간 회사에 출근조차 못 한 적도 있다.

직원들에게 가끔 전화가 걸려오면 '혹시나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덜컥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직원들도 '바쁜 사장님'을 배려해 웬만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꼬박 30년 전인 지난 1985년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엔 제조업 대부분이 '반자동'이어서 생산 담당 직원이 25명에 달했다. 다른 제조업체도 직원이 수십명에 달했던 것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해 다들 중소기업인을 '애국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자동'이 돼 단 3명만이 심 대표 회사의 공장을 지키고 있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중소기업의 고용 환경은 나빠진 셈이다.

그는 "중소기업에 현재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하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화설비 등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며 "보통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현재 인원도 충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전체 중소기업이 창출해낸 청년 일자리는 16만8천여개에 달한다. 대통령도 나서 '중소기업인 모두가 애국자'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밥만 먹여주면 공짜로 일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서던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정부 창업장려하면서 규제 심해
지자체 허가 하나받기도 어려워
여전히 일할수 있다는 것 '행복'
경기중기인 목소리 대변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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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심 대표는 "어렵사리 신규 직원 채용공고를 내도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데다 제조업은 더 기피해 아예 오지를 않는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생산 부서에서 제일 젊은 직원의 나이가 50대 후반이고, 최근에는 물량 출하용 25t트럭 운전직에 지원하는 이가 없어 6개월간 차량 운행을 못 한 채 손놓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악화됐다. 노무, 세무, 회계, 법무 등 전문 분야의 세부적인 내용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일일이 확인해 숙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각종 규제와 제도 등은 기업을 옥죄는 손톱 밑 가시가 됐다.

그는 "정부가 창업은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장을 세우려 하면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 허가 하나 받기도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또 어떤 하나의 규제가 기업 현장과 맞지 않다고 판명돼 철폐가 되면 그 사이 다른 규제가 2개 생겨나는 등 도무지 경영 여건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중소기업이 을(乙)인 '갑을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철저하게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납품단가가 적정 수준보다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원사업자(대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이 같은 요청이 전부 수용된 경우는 4.9%에 불과했다.

입으로만 '애국자'라고 치켜세울 것이 아니라 전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우리 기업 경제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진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득 30년간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것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후회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졌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대기업 임원, 은행장 등을 지내며 젊은 시절 목에 힘줬던 친구들도 지금은 집에서 쉬는 70세 노인이지만 나는 아직도 정장 차림으로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며 "중소기업인으로 산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는 점에서는 가장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그리고 현재가 행복하다는 것을 심 대표는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남은 꿈에 대해 "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은 보수는커녕 활동비 한 푼 받지 않는 직책"이라며 "하지만 경기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의 수장으로서 개별 회원들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경험도 나누고 그들의 목소리도 대변하며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애국자다운 말이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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