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창간특집

[공감 경인일보 70+1, 독자추천]약진하는 중형마트… 믿음과 신뢰를 팔고, 신선함과 건강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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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대형마트, 각종 규제로 매출 고전
틈새시장 파고든 중형마트 성장세
'착한마트' 주목 지역로컬푸드매장
생산·소비자 상생 신유통모델 부상


한때는 전통시장을 말살하고 홀로 고속성장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대형마트가 맥을 못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올 상반기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1% 하락했다. 의류 부문에서 1.8%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의 주력 품목인 식품 매출이 오히려 0.9% 감소하며 전반적인 매출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가 골목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출점한 기업형슈퍼마켓(SSM)도 마찬가지로 주 품목인 식품 부문 매출이 1.9% 감소하며 전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 하락하는 결과를 냈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편의점이 각각 3.1%, 21.5%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성적표다.

이에 더해 의무휴업일 등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으며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이후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3년은 전년보다 5% 감소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전년보다 3.4%, 2.1%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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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올해 초 언급된 신규 출점 계획도 마트별로 전국 1~2개 매장에 그치고 있어,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 틈을 타고 '중형마트'가 고개를 들었다. 동네 골목슈퍼와 대형마트의 중간격인 중형마트는 각종 규제와 비난에서 벗어난 채 자유롭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는 중형마트 역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착한' 중형마트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 내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면 규모를 막론하고 유통매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틈바구니 속 약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당일수확 농산물 저렴한 가격 매력
농부얼굴·이름 내걸고 정직한 거래
전국 130여 매장 매출 1300억 '훌쩍'
영세 농가지원·일자리창출 효과도


지난 24일 오후 4시께,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소재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2호점)에 들어서자 농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싱싱한 농산물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었다.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이곳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생산자들은 자신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내걸고 품질을 보증했다. 판매자가 아닌 생산자가 직접 매겼다는 가격표는 상품에 대한 자부심마저 묻어났다.

주말인 만큼 매장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북적였고, 제철 가지와 쪽파가 바닥을 보이는가 싶더니 생산자인 이상철(62·풍동)씨가 어느새 물량을 한가득 싣고 나타났다. 이는 일산농협에서 마련해준 생산자 개인별 CCTV로 상품의 판매 및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 품목은 웬만큼 다 갖추고 있다. 대량생산이 아니라는 점만 다르다. 고양지역에서 나는 각종 채소와 육류는 기본이고 김포시 꿈목장에서 공수해 온 유제품, 파주시 장단콩과 발아현미, 고양시 특산물인 배다리막걸리와 원당두부에 이르기까지 경기 서북부 농산물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해당 매장을 줄곧 이용한다는 주부 김모(35)씨는 "그날 수확한 농산물이라 대형마트 제품보다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집 근처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긴 후로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대형마트를 이용할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고양에는 이곳을 비롯해 총 8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시가 연간 2회의 신규 출하자 교육을 시행하고, 매장 운영 주체인 농협은 수시로 재교육을 진행하며 '더 좋은 농산물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원칙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하루 평균 내방 고객수는 지난 2014년 660여명에서 현재 1천200명 내외로 2배 가량 늘었고, 상반기(1~8월) 매출은 70억원을 넘어섰다.

고양시내 8개 매장을 비롯해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현재 전국 82개소로, 올해 100개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농협 외에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매장까지 포함하면 전체 로컬푸드 직매장 수는 모두 130여곳에 달한다. 이들 매장의 매출을 합하면 1천300억원을 훨씬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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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도 살리고, 소비자는 우수 농산물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유통매장의 모범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다양한 농산물이 진열돼 있는 경기도내 한 로컬푸드 직매장. /경인일보 DB

로컬푸드 직매장을 지원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직거래를 통해 유통비용 절감, 영세농가의 소득 보전,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는 곧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편익을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거래를 통해 농가수취가격은 19.5% 늘고, 소비자의 실구매가격은 20.6% 감소해 생산자는 900억원, 소비자는 1천18억원의 직접적인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대형마트와 같은 '원스톱 쇼핑'을 기대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기 마련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제철이 아닌 농산물도 판매하라는 불만 섞인 요청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김진의 일산농협 조합장은 "일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로컬푸드 직매장이 대형화·다양화한다면, 반대로 신선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한다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장점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유통체계를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농가 외에 소규모 농사를 짓는 노령농가나 여성농업인, 가족농업인들이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로 로컬푸드 직매장이 출발했는데, 바로 이 점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수 있는 중형마트 직매장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성·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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