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UP’을 가다

['스타트 UP'을 가다·20]핸드메이드 이색소품 만드는 '제이비우드' 안성우 대표

서른다섯 청년 유쾌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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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모은 목돈, 흥청망청 2년만에 탕진
우여곡절 끝에 대박난 막창가게도 결국 폐업
6개월간 노숙 생활하며 '심기일전' 재기 결심
양초난로·우드 TV등 아이디어 소품 '입소문'
정부 지원사업 계획서 공들여 10여개나 선정
구상·설계 등 32가지 역할 '24시간이 모자라'


인천 스타트업 JB 우드 안성우 대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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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리만큼 도전을 즐기는 청년 창업자가 있다. 그가 걸어온 삶을 듣고 있자니, 언뜻 '롤러코스터'가 떠올랐다. 기복이 컸다는 얘기다.

인터뷰 시작부터 그의 도전이 순탄치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일단 시작하고 봐야 직성이 풀려서", "맨땅에 헤딩하듯", "대박이 나 흥청망청", "거덜이 나고 보니"….



지난 11일 인천 남구 학익동에 있는 목공예 '반쪽이 공방'을 찾았다. 핸드메이드 이색 소품을 만드는 '제이비우드'(JBWOOD) 안성우(35) 대표가 공방장인 고창현씨와 함께 평소 작업하는 공간이다. 걸걸한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인 안 대표는 "여성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소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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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우드 안성우 대표가 직접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양초 난로', '우드 TV', '컨테이너 모형 강아지 집' 등 제이비우드가 잇따라 출시한 기발한 아이디어 소품들이 요즘 입소문을 타고 방송가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방송 프로그램인 '미운우리새끼' 이상민 씨 편에 우리 양초 난로가 나왔어요. 방송 작가들이 촬영 장소 소품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와요." (웃음)

안 대표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제품들을 보고 구매 문의가 온다"며 "아무래도 못 보던 특이한 소품이라서 더욱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창업 이후 1년6개월 만에 60여 가지 제품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용화됐다. 어림잡아 2주마다 신제품 1개씩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매일 2~3시간만 잠을 잔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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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원목 수납장. /제이비우드 제공

"이보다 잠을 덜 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는 "그걸 알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턱없이 부족한 잠이야 '믿거나, 말거나' 하더라도, 바쁜 삶을 사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구상, 설계, 시제품 제작, 투자 유치, 제품 양산, 촬영, 편집, 웹디자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포장, 배송 등을 모두 다 혼자서 해야 한다. 언젠가 한번 세어 보니 32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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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강아지집 펫하우스 모던주택 ver. /제이비우드 제공

안 대표는 바쁘더라도 정부 지원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 틈틈이 계획서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 그동안 국내외 전시·박람회 참가, 홈페이지 제작비 등 10여 개의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가 과거에도 지금처럼 열정을 불태웠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는 그의 삶을 '롤러코스터'로 만들었다. 안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건설, 벌목, 배관 일 등을 하며 용돈을 벌어 썼다. 생각하는 대로 뚝딱 만들어내는 손재주가 그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공을 살려 대학 졸업 후 한·중·일 3국을 오가는 상선을 탄 그는 목돈을 모을 수 있었다. 여기에 금융위기 때 헐값으로 산 주식이 뛰면서 총 3억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

안 대표는 "당시 20대 중·후반,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지다 보니, 고급 외제 차를 굴리는 등 흥청망청하면서 제멋대로 살기 시작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2년 만에 돈을 탕진한 그는 500만 원을 쥐고 무작정 고향인 순천에서 경기도 안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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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스피커 핸드메이드 원목케이스. /제이비우드 제공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골프장을 들락거렸어요. 지방보다 골프장 이용료가 엄청나게 싸더라고요. 500만 원도 그렇게 없어졌죠."

안 대표는 장사하면서 인생의 쓴맛을 또 한 번 맛본다. 수중에 돈이 부족해 권리금이 없는 가게를 찾다가, '운 좋게도'(?) 초역세권에 자그마한 점포를 얻게 된다. 그는 "좋은 가게를 얻었다고 생각해 쾌재를 불렀다가 계약을 하고 나서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며 "수도 배관도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말 그대로 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찬다"고 말했다.

돈이 부족했던 그는 공사판을 다니며 배운 기술로 혼자서 수도 배관을 깔고, 시멘트를 바르고, 전기를 끌어오고, 페인트를 칠하고, 간판을 달았다. 가게 문을 여는 데 무려 50일이나 걸렸다.

"주민들이 궁금했나 보더라고요. 젊은 친구가 무슨 가게를 차리나 본데, 혼자서 한 달을 넘게 끙끙거리며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는 의미)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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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목 투약함. /제이비우드 제공

우여곡절 끝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요맘때 문을 연 막창 가게는 대박이 났다. 안 대표는 "그렇게 손님이 넘칠 줄 몰랐다"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장사가 잘 돼서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제의까지 들어왔다. 그렇게 수도권에 가게 4곳을 열었다. 돈이 모이니까 옛날 버릇이 또 나왔다. "돈을 물 쓰듯 했어요. 결국, 다 털어먹고 300만 원이 남았죠. 저는 '긍정' '열정'이란 단어와는 잘 맞는데, '안정'하고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웃음)

반성의 의미로 차를 몰고 6개월간 떠돌이 노숙 생활을 했다. 첫 제품인 '양초 난로'가 그 시절 추위를 달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젠 정신 차렸다"는 그는 감각적인 핸드메이드 고급 소품을 앞세워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인테리어 usb 우드스피커
인테리어 usb 우드스피커. /제이비우드 제공

"쇠락한 동네 공방이나 소규모 공장 등과 협력하는 생산 체계(핸드메이드 등)를 구축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런 기반 위에서 경력단절여성들이 조합을 구성해 일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어요. 다 같이 상생하자는 것이죠.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게 직접 경험하며 배운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강의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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