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이음카드 현주소와 미래

86만명의 '착한소비' 경제활력으로 돌아온다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19-10-08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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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역외 소비율 낮추기 위해 전국 최초 '선불형 전자…' 작년 도입
'캐시백' 폭발적 인기… 혜택쏠림 논란·市 재정부담 '풀어야 할 숙제'
청년 창업펀드 투자·기부등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다각적 검토

#선순환 구조 정착시키는 '인천 지역화폐의 진화'


인천의 전자식 지역 화폐 '인천e음카드(이음카드)'가 가입자 수(9월 22일 기준) 86만8천명을 돌파했다. 가입자의 95%가 인천시민이므로, 인천시민 10명 중 3명 정도는 이 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제액은 9천억원을 넘어섰다. 이 증가세라면 연말께 가입자 수 100만명, 결제액 1조원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이음카드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탄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해 6월 이음카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정책이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지역 화폐로 인천시의 '인천e음카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역 화폐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한 시 소상공인정책팀장(현 인천e음카드운영팀장)이 부산,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 주관 지역 화폐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을 소개했고, 30여 곳의 지자체가 인천의 모델을 따라 '벤치마킹'했다. 

 

'지금껏 인천시의 정책이 이렇게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란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인천 이음카드는 역외 소비율이 53%에 달하는 인천 경제에 선순환 소비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인천시가 도입한 지역화폐다.

카드 결제를 연계한 충전식 전자상품권으로, (주)코나아이(선불카드 업체)와 함께 전국 최초로 선불형 지역 전자화폐라는 사업 모델 특허(BM특허·Business Model Patent)를 공동 등록하고 지난해 6월 처음 선보였다.

처음에는 지역화폐와 가맹이 된 상점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흥행이 저조하자 1월부터 '결제금액의 6% 캐시백'(국비 4%·시비 2%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비는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제도 정착을 명목으로 투입된 것이었지만 인천시가 관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덕에 모두 캐시백 지원금으로 돌릴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을 기존 '신용카드'에서 '지역 화폐'로 바꿔 카드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사업 흥행의 핵심 열쇠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혜택은 0.5~3%대에 그치거나 주유, 온라인쇼핑 등 특정 소비에서만 혜택을 몰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음카드는 백화점, 대형마트, 서울 본사 직영점을 제외하면 사용은 물론 즉각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여기에 서구가 5월부터 '4% 캐시백 추가' 혜택, 연수구, 미추홀구가 연이어 2~5% 추가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용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4월 4만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5월 19만명, 6월 23만명으로 늘었으며, 결제 규모는 4월 38억원 에서 5월 440억원, 6월 1천380억원으로 두 달 새 40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 이음카드의 실적은 입소문을 타면서 매주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시가 5~6월 두 달 간 업종별 결제액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일반휴게음식점이 28.47%로 가장 많았으며, 유통업이 15.29%, 병·의원(약국, 기타 의료기관 포함)이 14.63%, 학원이 11.93% 등 순이었다.

결제 금액은 41만~60만원이 10.08%로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21만~40만원이 9.97%, 61만~80만원이 8.90% 순으로 높았다. 

 

여성의 이용 비율이 남성에 비해 다소 높았으며, 연령대별로는 30대 26%, 40대 25%, 50대 23%, 20대 20% 순으로, 가정에서 실질적인 경제권을 쥐고 있는 30~40대 여성의 생활비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소상공인 활성화와 관련 없는 중고차·가전 구매 등으로 1천만원 이상 소비하는 이용자나 일부 도매상인에 혜택이 쏠린다는 '빈익빈 부익부'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캐시백 혜택이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시 재정에도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시는 8월부터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결제 규모를 100만원으로 제한(캐시백 월 6만원·결제는 제한 없음)했다. 유흥·사행성, 대형 전자제품, 중고차 등 특정 업종에 대해서도 캐시백 혜택을 금지했다. 

 

캐시백 제한을 시작한 8월 결제 규모는 2천641억원으로 7월 2천739억원 대비 100억원 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음카드는 시민들의 소비 형태를 변화시키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인천의 대형 맘카페나 커뮤니티에는 e음카드 사용이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구분한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돼 사용자들끼리 공유된다. 

 

'캐시백'을 좇는 소비라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인천의 소비자가 인천에 사업장을 둔 가게를 찾아 결제하는 능동적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추가 할인을 해주는 제휴 가맹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하며, 대형마트 대신 동네 슈퍼나 중소형 마트를 이용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9%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음카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부 기준 카드 수수료 0.8%에서 0.3%를 지원해 일반 카드보다 낮은 카드 수수료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음카드 정책 흥행은 지역의 시민 사회와 상인 단체가 서로 '윈-윈(win-win)' 하고자 힘을 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카드 보급·정착에 어느 정도 성공한 이음카드는 진화를 꿈꾸고 있다. 지역 내 경제 시스템 선순환은 물론 공유경제, 청년 창업 펀딩, 기부 서비스 등 '착한 소비' 활동을 돕는 지역 화폐 본연의 기능을 본격적으로 살려 나가는 것이다.

시민들이 소비 후 캐시백 혜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상품도 사고, 청년 창업 펀드에 투자도 하고, 특정 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모델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물론 캐시백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 근거가 될 수 있는 관련 법안 통과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플랫폼이 정착한 후에는 청년 창업 펀드 투자, 사회적 기업 상품 구매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발전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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