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뒤죽박죽 행정용어 여전하다

연합뉴스

입력 2019-10-09 10: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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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민들이 '한글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힌 나무 판자에 장미꽃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방치된 소형 지하수 관정에 대한 데이터를 '현행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서로 원하는 일자리 및 인력을 발굴하여 산업 현장에서의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겠다."

최근 경기도가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이다.

'현행'은 현재 행하여지고 있음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에 '화'(化)를 붙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고 그 뜻도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접미사 '화'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로 바뀌는 것이나 어떤 일에 아주 익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에서 동사를 명사로 만드는 접미사(~ization)에서 유래됐고 적(的)과 함께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미스매칭(mismatching)은 부조화·부조합을 뜻하는 말인데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도 지나칠 정도가 자주 써 남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3돌을 맞았지만,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알 듯 모를 듯한 국적을 알 수 없는 행정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행정용어 순화어 검색·변환 시스템'까지 마련해 중앙부처와 시도, 시군구 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보급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정책홍보가 대세를 이루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영어와 국어를 섞어 국적을 알 수 없는 용어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 홈페이지 첫 화면만 훑어봐도 '경기지역화폐·청년기본소득 우리가 알려줌SHOW', '야~나DO 사회적경제 청년활동가', 'Let's DMZ' 등과 같은 알쏭달쏭하거나 문법도 틀린 정책홍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흥미를 끌어 호소력을 더하려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너무 잦고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행정안전부는 한글날을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규칙 등 자치법규에 포함된 어려운 한자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바꾼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를 위해 243개 지자체의 자치법규 10만여건을 점검해 정비대상 용어 27개를 뽑았다.

경기도는 올해 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식 용어, 외래어, 신조어, 약어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잘못된 행정용어와 정책명을 순화하겠다면서 '2019년 국어문화 진흥사업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각종 보도자료, 공문서, 정책용어 등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공공언어에서 모범을 보이고 캠페인도 추진해 범사회적으로 언어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추진 방향도 정했다.

우선 보도자료에서 외국어 노출 비율을 0.8%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도 제정했다.

지난 7일에는 전문 강사를 초청해 '공공언어 바로 쓰기' 특강도 들었다. 그러나 이날 특강은 연중 진행되는 '월요G식인' 일정의 하나로 이뤄졌다. '지식인'과 경기도의 'G'를 결합한 정책명칭인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경기도는 최근 적어도 이런 단어만은 순화하자는 취지에서 20가지 용어를 선정했다.

가처분(임시처분), 음용수(먹는 물), 잔반(남은 음식), 식비·식대(밥값), 인수하다(넘겨받다), 인계하다(넘겨주다), 차출하다(뽑다), 호출하다(부르다), 납부하다(내다), 노임(품삯), 고수부지(둔치), 수순(순서, 차례), 내역(명세), 랜드마크(상징물) 등이 그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본식 한자와 외래어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면서 순화어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교육과 홍보를 반복해 올바른 우리말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