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합시다-포천 軍사격장 소음 고통]매일 포탄·총알 '집중포화'…인근 주민들의 '전쟁 같은 삶'

경인일보 기획기사 '평화롭게 살 권리, 끝나지 않은 포성'. /경인일보DB

일명 '강철비' 軍훈련 일상다반사
야영장·세계지질공원 인접하기도
27년전 포탄 날아와 염소 다수 죽어
인명·재산 피해 호소… 이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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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포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드는 소리가 들린다면, 여러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매일매일이 전쟁영화의 장면 같다면 일상은 어떻게 될까요.

상상도 하기 힘든 이런 일이 경기도의 어느 지역에선 매일 일어납니다.



경인일보 기획기사 '평화롭게 살 권리, 끝나지 않은 포성'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경기도 포천지역 주민들의 눈물로 시작합니다.

이미 2015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포천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을 보도한 바 있는 경인일보는 6년이 흐른 지금도 군 사격장의 피해를 입고 있는 포천지역 주민들의 호소를 다시 한 번 다루었습니다.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 경계의 담터계곡길에는 '폭음에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란 경고 문구가 버젓이 걸려있습니다. 이곳은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 사격 훈련이 일상다반사입니다. MLRS는 축구장 3배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이른바 '강철비'로 불리는 로켓입니다.

주민들은 이런 포사격 훈련은 '골짜기를 들었다 놓는 난리'라고 말합니다.

특히 인근에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야영장도 있는데, 사격훈련을 하는 동안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고 훈련을 하고 난 뒤 탱크가 헤집고 가 파손된 도로와 분진도 문제입니다.

또 발사된 포탄이 땅에 떨어지는 '피탄지'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과 인접했습니다.

이런 식의 사격훈련장은 포천 시내 곳곳에 있습니다. 가장 큰 영평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규모의 훈련장으로 포천 영중면과 영북면, 창수면 등 3개 면에 걸쳐 있고 면적만 여의도의 4.5배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요. 85세의 이수산 할머니는 "밤에도 쌩쌩 소리가 났는데 어찌 잠을 편하게 잤겠나"라고 지난 세월을 이야기했습니다.

영평사격장에서 약 1.5㎞ 떨어진 영북면 야미2리에 사는 이 할머니는 염소농장을 운영할 때의 일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27여년 전, 미군사격훈련 도중 날아든 포탄이 염소농장에 떨어지며 보온을 위해 덮어둔 덮개에 불이 붙었습니다. 새끼까지 다 합쳐 116마리 정도 됐는데, 포탄이 떨어진 뒤 40마리가 죽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마을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작은 땅이라도 내 땅 있는 곳에 사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 숱한 세월 동안 할머니는 포탄소리에 잠도 못 이루고 귀도 먹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 같은 인명·재산 피해는 계속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 생긴 포천시 사격장 등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자체 집계한 피해건수는 20여건입니다.

주민들은 사격장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년간의 피해호소 끝에 국방부와 주한미군도 마을을 관통하는 자주포 실사격훈련을 했던 건트레이닝 훈련장의 실사격훈련을 중단하고 영평사격장에는 피탄지 방호벽을 세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포탄의 굉음 속에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군 사격장 및 훈련시설 인근 경기도 주민들의 '평화롭게 살 권리'와 '국방 안보' 중 어떤 것에 더 우선적 가치를 둬야 할까요. 또 피해주민에겐 어떤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다 같이 토론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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