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민영아, 잘가" 양부 학대사망 화성 입양아 눈물 속 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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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화성시 매송면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양부의 학대로 숨을 거둔 민영이의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양부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2021.7.1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살아서도 외롭고 죽어서도 혼자야. 민영아, 잘가"

양부모의 학대로 두 달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세상을 떠난 '민영이'가 14일 오후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민영이의 빈소가 마련된 화성시 마도면의 화성장례문화원. '고인(故人)'을 알리는 모니터로 생전 밝은 모습의 민영이 얼굴과 양부모의 이름이 함께 올라왔다.



민영이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문화원을 나선 양외조부 뒤로는 흰 천을 감싼 자그마한 나무 상자가 뒤따랐다. 민영이의 마지막 발걸음을 함께하기 위해 찾은 시민단체 10여명은 민영이를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전날 밤 빈소를 지킨 유족은 양친조부모와 양외조부 3명뿐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민영이의 관을 운구한 유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민영이 빈소는 전날(13일) 부검이 완료된 이후 오후 늦게야 문화원 202호실에 마련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친족만 방문이 가능한 데다 유족들이 일반인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민영이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 하나 올리기도 어려웠다.

민영이의 마지막 배웅 길엔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불쌍해서 어떡해", "민영아, 잘가" 등 수차례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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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화성시 매송면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양부의 학대로 숨을 거둔 민영이의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양부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2021.7.1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조촐하게 치러진 발인식 이후 민영이는 오전 9시40분께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 도착했다. 리무진에서 내린 민영이는 유족이 아닌, 시민단체와 추모공원 직원들의 손에 의해 옮겨졌다.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민영이는 발인식 때도, 화장장에 옮겨질 때도 유족이 아닌 이름 모를 이들에게 맡겨졌다.

화장을 앞두고 고별실에 모인 이들은 민영이 이름을 수 없이 외치면서 울부짖었다. 추모공원 직원이 고별의식을 진행하면서 "(관에) 손을 올려주세요" 라고 말하자, 고별실에 모였던 이들은 하나같이 관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묻었다.

화장은 오전 9시58분부터 시작됐으며, 민영이는 약 2시간 뒤 수골함에 담겨 이곳 함백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민영이는 지난 11일 오전 5시께 인천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홀로 외롭게 숨을 거뒀다. 양부모에 입양된 지 8개월, 양부모의 학대로 병원에 온 지 66일 만이다.

민영이의 양부는 아이가 칭얼댄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4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아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내려치고, 50㎝ 길이의 구둣주걱 등으로 작은 민영이 몸 곳곳을 때렸다. 양모는 이 같은 양부의 학대 정황을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

결국 민영이는 양부의 학대 이후 7시간가량 방치되다가 지난 5월 8일, 경기도 내 한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병원은 곧바로 인천 가천대 길병원으로 아이를 옮겼고, 뇌출혈 수술이 이어졌다. 하지만 학대 이후 장시간 방치되면서 이미 뇌의 3분의 2가 손상됐고, 아이의 신체 곳곳에서는 색이 다른 멍 자국 등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양부모는 보육원 봉사활동 중 민영이를 보고 안쓰럽게 여겨 입양을 결정했다고 했지만, 민영이는 자신의 사랑으로 키워주겠다고 나선 양부모의 손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시은·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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