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남 선생이 필사한 곤여도설┃페르비스트 지음. 박혜민·허경진 옮김. 보고사 펴냄. 322쪽. 2만원
성호 이익의 제자가 많은데 가까운 곳에 살며 수시로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저술을 도운 제자는 소남(邵南) 윤동규(尹東奎·1695~1773)다.
소남은 성호가 어떤 책을 읽으라 권하면 빌려다 베껴 읽었다고 한다. 소남이 베낀 책은 또 다른 후배들이 빌려 읽었다. 소남의 서재는 인천 도림동에 있었다. 이 서재는 성호 학파 '콘텐츠의 허브'였던 셈이다.
'중국 중심 세계관' 붕괴·조석 원리 밝혀
실학자 '성호 이익' 제자 메모 등 수록
윤동규 종가에 있던 서학 관련 책들이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기를 거치며 다 사라졌다. 현재는 '곤여도설(坤輿圖說)' 한 권만 남아있다.
곤여도설은 벨기에 출신 선교사 페르비스트(南懷仁)가 청나라에 머물며 서양에 가보지 못한 동양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책이다.
곤여는 수레처럼 모든 것을 싣고 있는 큰 땅이라는 뜻인데, 서양 지리학이 들어오면서 현재 '지구'(地球)의 뜻으로 쓰였다. 조선의 학자들은 이 책을 읽고 중국이 천지의 중앙이 아님을 알았고, 밀물과 썰물이 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 '소남 선생이 필사한 곤여도설'은 윤동규의 필사본을 번역해 독자들이 읽기 쉽게 옮긴 책이다. 책은 곤여도설 상·하권을 한글로 옮겼고, 원문과 영인본도 포함했다. 윤동규가 책을 읽으며 남긴 메모도 볼 수 있다. 연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박혜민 박사와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 책을 옮겼다.
이들은 머리말에 "이 책을 시작으로 윤동규 관련 책이 번역돼 성호학파의 새로운 연구방향이 알려지기 기대한다"고 글을 남겼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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