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20년, 역경을 헤친 코리안 개척기·(上)] 표지석 하나 없는 부두… '120년 한인사' 시작은 미미했다

사탕수수밭에서 시작한 이민사
입력 2022-12-26 20:33 수정 2023-01-01 18: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27 1면

하와이 7번 선착장2
120년 전 한국 최초 이민자들이 탄 미국 상선 갤릭(Gaelic)호가 도착했던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 2022.12.2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2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은 주정부 청사(Hawaii State Capital)가 멀지 않은 시내 한복판임에도 찾는 이 없이 고요했다.

이곳은 120년 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합법 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디딘 한국 이민사의 시작점이다. 인근에 있는 호놀룰루항의 명소 알로하 타워(Aloha Tower)에는 사람이 꽤 몰리지만, 7번 선착장은 하와이에서 흔한 부둣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듯 존재감이 없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은 "현재 7번 선착장은 1903년 당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와이 주요 사회 구성원인 한인들의 이민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 하나 없는 게 아쉬웠다.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
1903년 최초 이민자 86명 첫발
섬 북단 농장서 고된 노동 투입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에서 출발한 한국인 노동 이민자는 121명이다. 이 가운데 제물포 67명, 부평 10명, 강화·교동 9명, 그 외 경기 지역 3명 등 73.5%가 현재 인천·경기 주민이었다.



일본에서 신체검사에 합격한 102명이 1903년 1월13일 미국령 하와이 호놀룰루항 7번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 중 질병에 걸린 사람을 제외한 86명이 최종적으로 하와이에 남게 됐다.

최초 이민자 86명은 선착장에서 걷거나 전차를 타고 오아후역으로 가서 협궤열차를 타고 섬 북단 와이알루아 농장 캠프(주거지)에 도착했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69~70센트씩 받으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후 1905년까지 64차례에 걸쳐 총 7천215명이 하와이로 이주해 대부분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낯선 이국땅의 삶을 일궈냈다. 노동 계약을 마친 일부 노동자는 미국 본토로도 진출했다.

갤릭호
최초 한국인 이민단을 태우고 1903년 1월 하와이에 도착한 미국 상선 갤릭호. /비숍뮤지엄 제공

이날 찾은 호놀룰루 차이나타운 내 하와이 한인합성협회 회관 건물터는 현재 카페로 바뀌어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1905년까지 64회·7215명 이주
2년뒤 통합 한인대표단체 설립
시련 속에서도 조국 독립 후원

1907년 9월2일 하와이에 있던 24개 한인 단체 대표들은 발기인 대회를 열어 통합단체인 한인합성협회를 설립했다. 같은 해 7월 일본이 고종을 퇴위하게 하고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나라를 잃을 위기감이 커지자 하와이 한인 동포들이 조국의 독립을 후원하고자 뭉친 것이다.

한국인들은 하와이뿐 아니라 멕시코나 쿠바 등 중남미 국가로도 노동 이민을 떠났으며, 일제강점기 전후 중국·러시아 일대에서 한인 사회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 이주의 아픔도 겪었다. 산업화 시기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이주한 광부와 간호사, 전쟁 후 해외 곳곳으로 입양된 고아들도 한국 이민의 한 형태다.

하와이 이민으로 시작된 120년 이민사는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역경을 헤친 한인 이민자와 그 후손들은 세계 곳곳에 뿌리내려 모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730만 재외동포시대, 이민의 시초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세계 개척기를 돌아보고자 한다. → 관련기사 3면([이민 120년, 역경을 헤친 코리안 개척기·(上)] 땅 밟자마자 소·말처럼 원시림 개간… '사진 신부' 700여명 중매결혼)

하와이 호놀룰루/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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