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승 차별 안 된다

입력 2023-06-20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21 19면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지난 19일 "경기민요 유파별 보유자를 인정하라"며 문화재청 규탄 집회를 열었다. 문화 현장에서 실재하는 전승 계보인 유파(流派)를 부인하고 특정 유파 전승자만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하려는 문화재청에 반기를 든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내일 무형문화재 위원회를 열어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추가 지정을 강행할 방침이고, 이를 거부하는 유파들은 반대시위로 맞설 예정이다.

경기민요 전승자들과 문화재청의 정면 충돌은 특별한 경기민요 전승 환경 때문이다. 1975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민요 초대 보유자는 묵계월, 이은주, 안비취 명창이었다. 이후 창법이 다른 세 명창이 12잡가로 구성된 경기민요 중 4잡가씩을 맡아 전문적으로 전승해 왔다. 전문가들은 "장막을 쳐놓고 12잡가를 부르면 소리만으로도 어느 유파인지 바로 알아챈다"며 유파별 차별성을 증언한다. 이런 전승 환경이 50년 가까이 문화현장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문화재청은 그런데 무형문화재 보유자 추가 지정 과정에서 안비취 유파 이춘희씨에 이어 이번에 김혜란, 이호연씨를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묵계월, 이은주 유파 전승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 '중요무형문화재 개인종목(음악분야) 전승활성화 학술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문화정책은 현장을 무시하면 반문화적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정책적 의도로 재단될 수 없는 문화영역의 특성 때문이다. 경기민요 역시 경기도 지방에서 수백년 이어져 오며 시대적 요구에 맞춰 수 없이 변형됐을 테고, 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반세기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유파별 가창의 특징은 수용자들인 대중과 함께 반세기 이상 형성해 온 문화적 현상이다. 전통 문화의 통합과 분리의 기준은 오직 시대별 문화 환경과 대중의 수용성이다.

경기민요에 담긴 장르의 역사는 대하와 같다. 이를 용역보고서 하나로 재단할 수 있다는 발상은 지독한 행정편의주의다. 문화재청이라는 기관명이 아깝다. 문화재청은 용역보고서가 아니라 문화현장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 경기민요의 유파별 특징을 전문가들과 무대에서 확인하고, 전승자 및 전문가들과 문화 수용자들의 견해를 경청해야 한다. 일단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추가 지정을 잠시 미루고 현장으로 달려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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