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술렁이는 지역 건설·금융업계…발빠르게 진화 나선 정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PF발(發) 금융 위기론이 거세진 가운데(12월28일자 1면 보도), 결국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금융·건설업계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오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은행에 채권단협의회를 구성하자고 통보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권의 태영건설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천800억원이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자금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결국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재정난을 겪는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할 PF 채무는 3천956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만기가 돌아온 서울시 성수동 소재 오피스 빌딩에 대한 480억원 규모의 PF 대출도 상환하지 못했다.

#“태영건설, 경기도 2위 업체인데…” 술렁이는 경기도 지역 건설업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지역 건설 시장이 술렁였다. 본점을 광명시에 두고 있는 태영건설은 경기도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2위인 건설사다. 지난 9월 말 현재 PF 사업장은 60곳, 진행 중인 공사는 140건이다. 경기도에서도 다수의 사업을 실시 중이다. 용인8구역, 의왕오전나구역 재정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괜찮은 건지 불안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태영건설이 조성에 참여한 화성시 신동 숨마데시앙 등에 대해서도 예비입주자들이 “단독 시공은 아니지만 영향이 아주 없진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도내에서 관급공사도 다수 맡고 있는 만큼, 지자체들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태영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군포역 복합개발사업과 관련, 군포시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현장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2025년 완공 예정인데, 좀 연기되면 2026년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동향을 파악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건설업계에서도 관련 협력 업체들의 연쇄 도산 위기를 우려하는 등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경기도의 시공능력평가 2위인 업체다. 주택 뿐 아니라 관급공사도 많이 한다. 그만큼 관련된 협력사가 엄청 많다. 대금 지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 연쇄적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 종합건설사는 물론, 전문업체들이 적지 않다. 워크아웃이 잘 진행돼서 채무 문제 등이 잘 정리돼야만 그나마 살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한숨 돌린 지역 금융계

태영건설의 지난 3분기 공시 자료를 보면 태영건설은 신협중앙회(PF대출 397억원), 성남중앙새마을금고(PF대출·단기차입금 각각 16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단기차입금 359억원)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PF 대출을 받았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다수 진행하는 부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상호금융권 안팎에서 불안감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정부에선 일단 과도한 불안 심리만 없으면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각 상호금융 기관에서도 과한 우려를 경계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두 지역 새마을금고의 대출과 관련해선 채권 보전 조치가 돼있어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관련 사업장은 이자가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다. 중앙회의 경우엔 PF 대출 연체율이 0%대”라고 설명했다.

#발 빠르게 진화 나선 정부…전문가들 “사전 관리 강화 등 본질적 대책 필요”

정부는 태영건설발 불안이 건설·금융권에 도미노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에 나섰다. 분양계약자와 협력업체(581개) 보호 조치 등을 즉각 가동해 과도한 불안을 차단하는 게 골자다. 태영건설에 대해선 PF 사업장 60곳(브릿지론 18개, 본 PF 단계 42개) 중 정상적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으로 처리한다. 분양 예정이거나 진행 중인 경우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대응한다. 태영건설이 현재 진행 중인 공사 140건은 공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 아파트 분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입주민의 피해 정도는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HUG 분양보증 보험에 가입돼있다”면서 “협력업체들이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해당 기업과 직접적인 채무 관계가 있는 금융기관도 대출금 회수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로 향후 태영건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건설사들이 추가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사전 관리·감독 강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강화 등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내년 상반기에만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만기가 2조4천억원에 달하는 점 등이 관건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은 자본금이 부족한데 위험성 높은 PF 대출을 하고 있어 문제다.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곳은 상환받지도 못한다”며 “위험성 높은 대출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 제재하고 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자금출납, PF 등 고위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명령휴가제도를 안착시켜 금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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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윤혜경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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