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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전세사기 특별법 '선구제 후구상' 쟁점 다시 부상

입력 2024-01-04 19:37 수정 2024-02-02 22:3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05 4면

"피해자 보호 먼저" vs "형평성 문제 여지"


개정안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 회부
최우선변제금 확장 '회복시간' 주장

국힘, 재정부담·다른 사기피해 고려
"개인간 채무 변제할 수없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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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 참석자의 안경에 특별법 개정 문구가 비쳐지고 있다. 2024.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입법의 골자가 될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안이 여야 간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인천 미추홀구 등 전국 피해자를 중심으로 선구제 후구상을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사인 간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했다. 선구제 후구상 방안은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법안에서 빠졌다.

최근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원회로 회부됐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져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근본적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에 포함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은 피해를 본 세입자가 가지고 있는 '보증금 미반환 채권'(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이 매입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희망할 경우 공공이 채권을 구매하고 최우선변제금 수준의 보증금 일부를 먼저 지급한다. 국가 재정이 우선 투입되는 것인데,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시장 상황이 변하는 적정한 시기에 공공이 채권을 되팔아 이 비용을 회수한다.

이런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등에 자문한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경인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임대차보호법 대상인 소액임차인, 파산·회생절차 신청자 등에겐 이미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적으로 최우선변제 기준만큼 보호하고 있다"며 "이미 이뤄지고 있는 최소한의 변제 수준만큼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보호법에서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우선 보호하는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2)씨 피해자 대부분은 경매 시 근저당보다 후순위다. 게다가 약 30%가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는 "공공이 매입한 채권을 부동산 시장 가격이 회복되는 적정한 시기에 사후 정산하는 방법으로 역전세(전세가격 하락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 깡통전세(주택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은 것) 현상에서 벗어날 시간을 버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매를 진행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채권을 공공이 매입해 피해자를 위한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으로부터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들에게 우선 반환하고 차후에 정산해 회수하는 HUG의 업무 대상과 범위 등을 전세사기 피해 주택까지 확대하자는 의미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특별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024.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통상적으로 은행은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부업체 등에 채권 가격을 할인해 판매한다. 대부업체는 원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채권을 매입한 뒤 경매를 진행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데 이때 할인된 금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근저당 등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대부업체의 역할을 공공이 하고 채권이 할인된 만큼 피해자에게 보상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 가구가 많은 만큼 막대한 재정 투입에 대한 부담,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선구제 후구상 방안에 부정적이다.

이에 임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고,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그 수가 많다"며 "이들이 최우선변제금 정도로 우선 구제받아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기존 최우선변제금 제도, 파산법 등과 취지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을 즉시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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