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도 취업 준비·아르바이트 하기로”… 귀성 포기하는 청년들

입력 2024-02-08 19:23 수정 2024-02-09 20:26

좁아진 채용문에 설 연휴 도서관행

“생활비 마련 알바” 응답도 62.3%

명절

8일 오후 1시께 아주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 2024.2.8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8일 오후 2시께 수원 아주대삼거리에서 만난 졸업 유예생 A(27)씨는 이번 설을 본가인 대전에서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 달 말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A씨가 모교 도서관과 인근 카페에서 명절을 보내는 건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다.

A씨는 “학기는 지난해에 다 마쳤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고 있다. 합격 인원이 줄어서 합격 점수 컷이 더 오른다고 들었다. 1년 동안 준비했는데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연휴에도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귀성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 55%가 귀성·귀경길에 오르는 민족 최대 명절 설에도 청년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채용 시장 속 귀성을 포기한 채 도서관과 카페에서 취업 관련 공부를 하거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9만8천여명 줄어든 389만9천여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8만2천여명 줄어, 전체 연령층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 고용률(46.5%) 역시 전년 대비 0.1%포인트 내려가며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이와 달리 지난해 전체 연간 취업자 수는 2천841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32만7천명(1.2%) 늘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채용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7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은 71.3%로 지난해(79.3%)보다 8%p 하락했다. 특히 비교적 처우와 복지가 좋은 대기업의 경우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는 비율이 2022년 73%, 2023년 72%, 2024년 67% 등 3년째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A씨처럼 설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도서관과 카페에서 취업 관련 공부를 하면서 명절을 보낸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설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알바천국이 성인 남녀 3천441명을 대상으로 한 ‘설 연휴 계획’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3%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8.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설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시급이 올해 최저임금(9천860원)보다 비교적 높아서다. 이날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을 보면, 안산시의 한 곱창 전문점은 연휴 기간 홀서빙 아르바이트의 시급을 1만2천원, 시흥시의 한 반찬 가게는 전 부치는 아르바이트의 시급을 1만6천250원으로 책정해 이틀 동안 일할 인력을 구하고 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박모(29)씨는 “졸업 후 1년 동안 마케팅 관련 직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리 적게 써도 월세 빼고 생활비가 한 달에 50만원 이상은 나오는 것 같다”며 “명절 기간 단기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8일~12일) 국민의 55%인 2천852만명이 귀경, 귀성길에 오를 예정이다. 하루 평균 570만명에 이르며 설 당일에는 663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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