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본사? 백화점?' 연장근무 항의할 곳 못찾는 백화점 직원들

입력 2024-05-23 20:50 수정 2024-05-24 11:4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24 5면

매장 직원들 "사용자가 두명 같아"
영업시간 연장 등 논의서 소외 일쑤
작년 사용자 확대 '노란봉투법' 부결
고용부 "상생모델, 서비스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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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한 백화점이 이달 말부터 영업시간 연장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직원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제공

용인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올해 설 명절 연휴 기간 단 하루를 쉬었다. 같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타 백화점의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휴일은 물론 운영시간도 제각각이었다. 고양에서 일하는 직원은 이틀 쉬었고, 하남에서 일하는 직원은 명절 당일 오후에만 영업을 실시해 하루도 채 못 쉬었다.

수원의 한 백화점 잡화점에 근무하는 60대 여성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최근 백화점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말 영업시간 연장을 통보(5월 23일자 7면 보도=추가 근무 일방통보… '손님만 생각하는' 백화점)받았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철저히 개별 백화점의 결정에 달려있었다. 입점 브랜드 본사가 백화점과 맺은 입점 계약서상의 '백화점 영업시간에 따른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계약이 맺어질 때 정작 해당 매장에서 일하게 될 직원들은 자신의 근무조건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23일 만난 경기도 내 백화점 입점 매장 직원들은 고용주인 사용자가 두 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입점 브랜드 본사와 직접 지시를 내리는 백화점 사이에 놓인 직원들은 일방적 노동 환경 결정에 항의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사는 백화점 방침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회피하고, 백화점은 자신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교섭 의무가 없다며 떠넘기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처럼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에 나온 '사용자'의 정의를 '기존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자'에서 '노동환경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로 개정하자는 주장은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상정됐지만 지난해 12월 최종 부결되고 말았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이중구조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이 교섭 의무를 가진 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우려를 표하며 이중구조에 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 1년간 고용노동부는 노동 환경에 대한 분쟁 발생 시 노동자를 포함해 관련된 모든 기관이 협의할 '원·하청 상생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모델은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분야 5개에 한정돼 있고 백화점 등 서비스업 관련 상생모델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와 실질적 사용자가 괴리된 이중구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제조업이다 보니 이쪽부터 상생모델 개발을 시작했다"며 "이후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방향적인 모델 구축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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