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천선 작업장 명목에 대여
흙쌓은 공장주 "제지안해" 주장
'계약서 원상복구 명시' 시공사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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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터에 시멘트와 자갈이 섞인 토사 더미가 두 달이 넘도록 방치된 채 높게 쌓여 있다. 2024.5.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황당하죠. 못 보던 흙이 한 무더기 갑자기 쌓여있는데…."
용인의 한 토지에 쌓여 있는 8m 높이의 대형 흙더미를 두고 토지주와 땅을 임대한 건설사, 실제 해당 땅에 흙을 쌓은 자 사이에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지주는 토지 임대 계약 당시 임차인인 A건설사가 원상복구를 약속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A사에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26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터엔 자갈이 무더기로 섞인 토사 더미가 8m가량 드높게 쌓여 있었다. 2천여㎡ 면적을 가득 채운 흙더미엔 군데군데 시멘트가 섞인 것처럼 보이는 회색빛 흙과 성인 남성 주먹만한 크기의 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땅을 소유한 토지주는 지난 5일 이곳을 찾았다가 난데없는 흙더미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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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터에 시멘트와 자갈이 섞인 토사 더미가 두 달이 넘도록 방치된 채 높게 쌓여 있다. 2024.5.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해당 토지는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포천선 신축공사 현장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A사가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A사는 2021년 3월 해당 공사를 맡으면서 토지주에게 이 땅을 작업장 명목으로 3년간 대여했다.
당시 농경지로 사용되던 땅이었기에 토지주는 A사와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기간 종료 이후 종래대로 농경작을 할 수 있도록 임차인(A사)이 원상복구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러나 3년 계약이 끝난지 두 달이 넘도록 해당 부지는 기존 농경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흙더미만 쌓인 채 방치돼있다.
실제 흙을 쌓은 건 토지 인근의 한 공장 경영주 B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인을 통해 해당 토지에 흙을 쌓은 건 맞지만, 토지주와 건설사 간 계약서에 원상복구 항목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건설사 측은 흙을 쌓는 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지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토지주는 현재 A사를 향해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A사 측이 흙을 쌓은 건 아니지만, 자신의 땅을 빌려쓰는 동안 발생한 일이고 임대 계약 당시 원상복구를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게 토지주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해당 흙더미는 본사와 일절 관련이 없다"며 "토지주와 B씨가 풀어갈 사안이라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영상·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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