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국내여행

상처받은 현대인 감싸는 치유의 공간 태안 '바라길'

"괜찮아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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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김종화기자]지난 2007년 12월 7일 유조선과 화물선이 충돌하면서 1만2천㎘의 원유가 충남 태안군 앞바다를 덮쳤다.

국립공원지역이던 태안은 한국에서도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던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 사고로 아름다운 자연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태안을 뒤덮은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100여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을 찾았고 국민들의 관심으로 피해를 줄였다.

지난 8일 기름유출사건을 간직한 태안 '바라길'을 걸어 봤다.



■ 송림을 즐기며 거닐 수 있는 태안 '바라길'

'바라길'을 즐기기 위해 처음 찾은 곳은 태안군 원북면의 학암포다.

'바라길'은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 해변길의 아름다운 제1코스(학암포관광안내소~신두리해수욕장) 12㎞구간을 걷기로 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이른 탓인지 학암포로 가는 길에는 유채꽃만 반겨주고 있을 뿐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착해서 바라 본 해변 풍경은 혼자 즐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고운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학암포관광안내소 곁에는 어부들이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기도를 했던 당산나무가 자리잡고 있고 그 너머로는 문명의 이기(利器)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가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잠시 화력발전소에서 눈을 떼어 반대편으로 돌리니 학암포해수욕장 앞에 작은 섬이 외로이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암포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를 밟으며 10여분 걷자 송림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보통 바닷길 트레킹 코스의 경우 해안 길을 걷다 포장도로로 빠져 나와 다음 코스로 향해야 하지만 이 곳 '바라길'은 곁의 야트막한 산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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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산의 끝에는 또 다른 해변이 기다리고 있어 '바라길'은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해안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길인 듯싶었다.

2시간여를 걸어서인지 바닷길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신두사구 초입을 알려주는 두웅습지가 나타났다. 두웅습지는 금개구리 맹꽁이가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 느낌은 생태환경적인 특징을 논하기 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기 위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사색을 즐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두웅습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송림과 황톳길을 20여분 걷자 서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모래사구 '신두사구'가 나왔다.

신두사구 곁에는 길이 5㎞에 이르는 백사장이 자리하고 있어 바닷바람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았다.

■ 느림의 미학 '충남연가(忠南戀街)'

태안 '바라길'은 충청남도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준비 중인 '느림의 미학' '충남연가(忠南戀街)' 3색 체험길 중 한 곳이다.

태안 '바라길'은 지난 2007년 발생한 유류피해지역에 대한 전 국민의 뜨거운 자원봉사 드라마가 펼쳐진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된 트레킹 코스다.

충남도는 이 코스를 통해 당시의 생생했던 기억들과 자연의 소중함을 되살리고 태안지역의 아름다운 바다와 생태 체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코스는 총 3개 코스 44㎞구간으로 학암포해수욕장, 먼동해수욕장, 구례포해수욕장, 신두리해수욕장, 구름포해수욕장, 파도리해수욕장 등을 잇는 송림과 백사장 길을 비롯해 국사봉, 신두사구, 안태백 등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연결돼 있다.

'바라길'을 제외한 2개 코스는 백제길과 고성가도로 명명했다. 백제길은 백제의 옛길을 걷는 코스고 고성가도는 충남도에 산재해 있는 옛성을 잇는 문화체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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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을 생각하는 길 '바라길'

최근 개발되고 있는 트레킹 코스는 문화와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만든 곳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 길들의 대부분은 가까운 과거가 아닌 일본강점기, 조선시대, 삼국시대 등 먼 과거를 느끼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면 '바라길'은 불과 2년6개월여 전에 기름유출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생태환경적인 것들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물론 풍광은 여타지역의 해안 풍광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기름유출 사건으로 파괴된 생태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트레킹을 즐기며 조금만 돌아보면 당시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바라길'의 제1코스 학암포관광안내소~신두리해수욕장 12㎞구간은 기름사고 유출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지역이다. 기름유출 당시 학암포해수욕장 앞 바다에 유조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제1코스 마지막에 위치한 신두리해수욕장은 5㎞에 이르는 백사장이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제2코스 신두리해수욕장~구름포해수욕장 12㎞구간 중간지점에 있는 안태백지역은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원시 송림이 무참히 훼손됐고 제3코스 구름포해수욕장~어은돌해수욕장 12㎞ 구간에 위치한 모항항 등 항구들은 생태계 파괴로 어장이 파괴돼 현재까지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자료제공 : 충청남도, 태안군, 청운대학교 지역문화연구센터

■ 인터뷰 / '바라길' 개척하는 민병현 교수 "여름엔 스토리텔링 완성 동화속 산책"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길입니다."

충청남도와 함께 태안 '바라길'을 준비하고 있는 청운대학교 민병현 교수는 "'바라길'은 '치유의 길'"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기름 유출의 상처가 계속 치유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바라길'은 도시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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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교수는 "'바라길'을 개척하기 전 태안반도 전체를 잇는 길을 만드는 것도 기획했었지만 현대인에게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름유출 사건이 발생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을 중심으로 코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상 코스 개발 작업에 들어가 이곳을 답사하며 느낀 것은 지루하지 않고 충남도가 밝힌 '느림의 미학'과 가장 어울리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빨리 걷기보다는 느리게 걸으며 해안의 다양한 풍광을 즐길 수 있고 쉬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바라길'을 추천했다.

민 교수는 "여름까지 스토리텔링 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인데,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면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트레커들이 동화책을 보며 동화 속을 거니는 또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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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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