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의 역사산책

민족무예 되살린 주역 '이덕무와 백동수'

   
▲ 김준혁 / 경희대 후마
니타스 칼리지 교수
최근 차태현·오지호 주연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봉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4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보았다고 하니 아마도 500만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영화속의 주인공은 정조대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이덕무(차태현)와 장용영 초관을 지낸 백동수(오지호)이다.

이 영화가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허구로 일관된 영화여서 그런지 영화속의 배우들과 실제 역사속 주인공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영화속 이덕무는 고뇌하는 악동이고, 백동수는 융통성없는 무인이다. 이들이 실제 그랬을까? 실제 이덕무와 백동수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다. 물론 이들이 술과 시를 엄청나게 좋아하였지만 영화속의 주인공들처럼 코믹스러운 사람들은 전혀 아니었다.

백동수와 이덕무는 인척관계였다. 영화속에서는 이덕무가 백동수의 여동생을 사모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이들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이덕무의 처남이 백동수였다. 이덕무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조선 후기 문화군주 정조가 만든 규장각의 5검서관 중의 한 명이었다. 서치(書癡)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책에 미친 사람이었다. 모르는 내용이 없는 당대 최고의 학자였다. 아마 정조가 가장 사랑한 신하를 꼽으라고 한다면 3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학문과 인격이 갖추어진 사람이었다. 이덕무는 서얼 출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너무도 가난하여 스승을 두지 못하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홀로 공부하여 조선 최고의 학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의 천재성만이 아닌 성실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같은 서얼 출신인 백동수는 이덕무의 처남이 되면서 그 유명한 박지원·박제가·유득공 등과 어울리게 되었다. 박지원과는 돈독한 친구로서 평생의 지기를 삼았다. 박지원이 정조 등극 이후에 홍국영의 미움을 받아 황해도에 있는 연암골로 피신을 가서 살았을 때 연암골을 소개해 주고 집을 함께 지어준 이가 바로 백동수였다. 백동수는 어린 시절 남산 자락에서 살았는데 그때 남산골로 신분을 숨기고 이사왔던 검선 김광택을 알아보고 졸라서 그의 무예를 배운 인물이었다. 당대 최고의 무사로 평가받던 백동수는 협객을 자처하며 의리로 일관하였다.

불의를 참지못하는 성격때문에 피해를 입기도 하였지만 그의 탁월한 무예 실력은 정조의 인정을 받아 국왕의 친위군영 장용영의 초관으로 발탁되었다. 백동수는 '무(武)로써 문(文)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학문에도 조예가 깊었던 무인이기도 하였다. 처남 매부 사이인 이들은 우리 역사속에 매우 큰 족적을 남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한 일이다. 정조는 1790년에 장용영에 서국을 열고 이덕무과 백동수로 하여금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 무예를 총화하여 24가지 기예를 정리하게 하였다. 무예의 달인 백동수가 시연하고 이덕무와 그들의 친구이자 후배인 박제가가 정리하게 하였다.

오늘날 이 '무예도보통지'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로 사라지게 된 조선의 무예를 복원하는 일차 사료가 되었다. 200여년전 이덕무와 백동수의 노력이 21세기 오늘 우리의 민족 무예를 되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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