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의 역사산책

김대건 신부의 사상과 프란치스코 1세

719543_299138_58161846년 9월 16일. 한강 노들강변에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구름이 태양을 가려 칠흑같은 낮이었다. 강가의 드넓은 모래사장 위에 한 청년이 산발을 한채 무릎이 꿇여져 있었고, 크고 두터운 칼을 들고 술에 취한 망나니는 춤으로 추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칼날이 청년의 머리 위로 내려치면서 몸과 머리는 분리되고 말았다. 한 생명이 사라진 것이다. 그 청년은 바로 김대건이었다.

새남터 형장에서 생명을 마친 김대건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대로 조선인 최초의 천주교 신부였다. 1821년에 태어나 마카오로 유학을 가고 상해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마침내 사제가 되어 조선의 전교를 위해 입국하여 활동하다가 백령도 일대에서 체포되어 온갖 고문을 받다가 마침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김대건이 신부가 된 것은 운명 그 자체였다. 그의 증조부인 김진후가 1791년 진산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를 떠났고 그후 감옥에 갇혀 10년동안 고생하다가 순교를 하였다. 부친 김제준 역시 1839년 순교하였고 어머니 고(高)우르슬라 역시 순교하였다. 김대건 신부까지 무려 4대가 순교하였으니 온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천주교 가문일 것이다. 그의 나이 7세때인 1827년에 충남 당진 일대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다. 당진 일대의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서 사람들이 거의 살지않는 첩첩산중인 용인의 곰배마실 일대로 이사를 하였다.



1831년 조선교구 설정 후 신부 모방(Maubant P.)에게 세례를 받았던 김대건의 부친 김제준은 모방 신부와 상의하여 아들을 신학생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그래서 당시 경기도 안양 수리산 일대에 살고있던 최양업과 함께 15세때 마카오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동양경리부'로 가게 되었다. 그 곳 책임자인 신부 리부아(Libois N.)의 배려로 마카오에서 중등 과정의 교육을 마친 뒤 다시 철학과 신학 과정을 이수하였다. 사제 교육을 받던 중 중간에 조선에 입국하여 전교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1845년 상해 만당신학교(萬堂神學校) 교회에서 주교 페레올의 집전하에 신품성사를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되었다.

김대건은 언어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주었다. 프랑스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였고 그 어렵다는 라틴어도 자유롭게 사용하였다. 서양의 과학 기술로 수준이 높아 당시 상해의 신부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상해의 동방전교회 사제들 모두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와 함께 생활하고 이들을 위해 순교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김대건 신부에 대해 깊은 존경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25세의 청년 신부는 이미 성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시대의 석학으로 평가받는 도올 김용옥은 김대건이라는 인물이야말로 조선의 대표적인 지성이요, 이 인물을 당시 포용할 수 있는 문화 수준이 조선에 있었다면 세계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었을 것이라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김대건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얼마전 로마의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1세가 즉위하였다. 새로운 교황의 첫 일성이 바로 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교회, 화려하고 치장하지 않는 가난한 교회가 되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김대건 신부가 전교하면서 강조하였던 내용이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김대건 신부의 사상이 150여년이 지나 로마 교황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으니 그 감격은 말할 것이 없다.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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