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의 역사산책

문정왕후 어보 증거 '六室 大王大妃'

753231_330706_448우리 역사상 여군주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영조의 두 번째 왕비인 정순왕후와 순조의 왕비인 순원왕후 그리고 고종의 왕비인 명성황후가 그들이다. 그러나 이 여인들만큼이나 여군주로서 대단한 역량을 보인 왕후가 바로 문정왕후(文定王后)이다. 문정왕후는 중종의 2번째 왕비로 책봉되었고 아들 명종을 낳았다. 중종 사후 인종이 즉위 8개월만에 죽자 어린 나이의 명종을 대신해서 수렴청정을 하면서 국정을 운영하였는데 그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그녀가 너무 정치에 관여하였고 수렴청정 이후에도 국왕인 명종에게 지속적으로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수렴청정을 했던 다른 왕후들에 비해 욕을 먹는 것은 바로 불교를 중흥시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건국부터 억불숭유정책을 국가의 근본이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하면서 오늘날 서울 강남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봉은사를 중심으로 불교 중흥정책을 추진하였다. 봉은사 주지인 보우(普雨) 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여 승과(僧科)제도를 부활하고 승군을 육성하였다. 그녀가 불교 중흥 정책을 펼쳤으니 사대부들이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권력을 휘두르고 더구나 불교를 중흥했으니 그녀는 조선시대 남성들에게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악녀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주체적 여인이다. 성리학으로 무장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인으로서 자신의 사상을 관철시키고 정국을 운영하였다는 것은 그녀가 매우 특별한 여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녀가 대왕대비로 국정을 운영하던 시절에 받았던 어보(御寶)가 종묘에 보관되어 있지 않고 미국 LA의 라크마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951년 한국전쟁 기간에 참전하였던 미군중의 일부가 우리 문화유산을 도난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이다. 우리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대표를 맡고 있는 혜문스님이 그 존재를 발견하고 특히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국가기록원에서 미국무부의 문정왕후 어보가 미군에 의해 약탈된 문화유산이라는 기록도 발견하였다. 그래서 평소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안민석 국회의원과 혜문스님 그리고 필자가 미국의 라크마 박물관을 방문하여 반환을 요청하였다. 라크마 박물관 관계자들은 협상이 시작되자 만약 문정왕후 어보가 미군에 의해 도난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반환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말 이후 안민석 의원과 혜문스님이 너무도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서 더 종묘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이야기만 되풀이 하였다. 사실 그들은 우리들이 제시한 증거가 너무 명확해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9월 둘째주에 다시 만나자는 협상을 마치고 문정왕후 어보를 확인하는 순간 어보 옆에 '六室 大王大妃'란 글자를 보게 되었다. 六室이란 종묘 정전에 있는 6번째 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종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다. 국왕의 신실(神室)에는 왕후의 위패와 어보가 함께 있는 것이기에 육실은 바로 문정왕후가 있던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왕대비의 것이라 적혀 있으니 그 무슨 증거가 필요하랴! 이들이 전혀 확인을 하지 못했던 명확한 증거였다. 이는 하늘이 문정왕후 어보를 다시 대한민국의 땅으로 돌려보내라는 게시이자 명령인 것이다. 너무도 감격해서 말을 잃을 정도였다. 미국 박물관 관계자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제 몇 달후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하면 문정왕후의 어보는 60여년만에 우리 땅으로 돌아온다.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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