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8291_345072_582우리는 역사에서 위대한 지도자 한 명을 늘 잊고 있었다. 그가 바로 김유신이다. 김유신이 매우 뛰어난 지도자였지만 그를 을지문덕이나 강감찬 그리고 이순신처럼 추앙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삼국시대를 고구려가 통일하지 못하고 신라가 통일해서 영토가 줄어들었다고 아쉬워하는 우리들의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리더십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삼국사기 열전을 보면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백제와 지속적인 국지전을 진행하다가 승리하고 경주로 돌아오자 또 다시 백제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김유신 군대에게 전해졌다. 그 소식을 들은 김유신이 곧바로 전쟁터로 가려 하자 김유신의 부관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하룻밤 집에서 잠을 자고 가라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김유신은 군사들도 집에 가지 못하는데 어찌 장군인 자기만 집에 가서 잘 수 있냐며 거절하고, 대신 자신의 집을 지나가면서 집 우물에서 물 한잔을 떠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물맛이 변함이 없으니 집안에도 별고가 없을 것이라며 전쟁터로 떠났다. 이 모습을 본 김유신의 군사들은 자신들과 함께 하려는 장군을 진심으로 존경하였고, 그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젊은 날 가야 출신의 진골귀족으로 서라벌의 귀족으로부터 냉대받은 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훈련일 수 있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이 기층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진정으로 존중받는다는 것을 김유신은 정확히 이해한 것이다.



신라 사회에서 김유신의 존재는 국왕에 버금가는 위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위를 자랑하거나 자신의 가족들을 위하여 지위를 이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가족들에게 엄정했다. 나당전쟁 기간 중 석문 들판의 전투에서 당나라군대와 말갈군의 연합군에 의해 의복과 장춘 장군이 이끄는 신라군이 대패하였다. 이때 김유신의 아들 원술이 비장으로 전투에 참여하였다. 김유신은 당나라 군대의 전술이 탁월해서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고 인정하고 다른 장수들을 용서해달라고 문무왕께 청원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 김원술만은 왕명을 수행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가정의 교훈까지 위반하였으니 목을 베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문무왕이 원술에게만 중형을 줄 수 없다하여 용서를 하였지만 김유신은 끝내 아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김유신의 아내도 아들 김원술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김원술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산으로 들어가 무예수련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 경기도 연천의 대전리산성인 매초성에서 벌어진 당나라 군대와의 마지막 전투에 참여하여 패배 직전의 상황을 탁월한 지도력으로 승리하게 하였다. 김유신의 뜻을 기어이 이룬 것이다.

결국 김유신의 이러한 리더십이 삼국을 통일하고 나당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김유신의 품격과 리더십,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국가지도자들의 가족들이 권력을 통한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러한 소식이 많을수록 국민들은 실망한다. 자연스럽게 사회의 통합과 발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김유신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바뀌지 않을까 한다.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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