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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경기도 역점사업 '계곡복원' 현재와 미래

'평상 걷어내니 환상'… 도민 품으로 돌아온 청정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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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북한산 계곡 복원사업 전 모습(위쪽)과 복원사업 후 달라진 모습. /경기도 제공

불법영업 수십년 성행… 환경훼손·수해 '원인' 지목
31개 시·군 전수조사, 각종시설물 '철거 조처' 단행
상인과 마찰… 푸드트럭등 생계지원안 '원만한 합의'
생활SOC 확충 예산투입 '친환경 관광콘텐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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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경기도 내 계곡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던 손님맞이 천막과 평상이 올해는 종적을 감췄다.

여느 때 같으면 평소 이름 난 계곡들은 천막과 평상, 피서객이 뒤엉켜 난장을 이뤘겠지만 올해는 조용해진 계곡에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천막, 평상 등 불법시설에 가려 있던 계곡의 청정 민낯이 드러나자 '계곡이 되살아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계곡을 사유지처럼 사용해온 무허가 접객시설이 지난해부터 강제철거 되고 있는 탓이다.



'쓸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무더기 퇴출을 당하고 있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잠시 눈치를 살피다 슬그머니 다시 영업하던 수법마저 통하지 않는다. 한번 철거되면 아예 영업재개 불능상태가 돼 버린다.

경기도는 계곡을 도민의 품으로 되돌려 준다는 목적으로 계곡복원사업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도의 이런 계곡복원사업은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살펴봤다.

■ 청정계곡 복원 추진배경

도내 유명 계곡에는 천막과 평상, 방갈로 등 다양한 접객시설을 차려놓고 술과 음식을 파는 불법영업이 수십 년째 뿌리 깊게 성행해왔다.

그동안 단속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바가지요금과 자릿세 요구 등 민원이 빗발칠 때마다 단속은 있었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단속이 잠잠해지면 불법영업은 어김없이 재개됐다. 이처럼 솜방망이 단속에 업소들의 배짱 영업은 점점 대범해져 갔다.

문제는 불법영업으로 인한 피해가 부당요금이나 환경훼손에 그치지 않고 수해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마구잡이식으로 설치한 불법시설이 물 흐름을 막으면서 집중호우나 태풍 등 물난리를 겪을 때마다 큰 피해를 불러왔다. 계곡에 설치된 평상이나 천막 등 불법시설이 불어난 빗물에 떠내려가다가 물길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하천 범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부정적 여론도 극에 달했다. 도가 지난해 8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7%가 계곡의 불법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고, 90%는 불법이 근절되면 계곡환경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계곡 불법시설과의 전쟁


도는 도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마침내 계곡 내 불법영업에 칼을 빼 들었다.

도내 31개 시·군 하천계곡 내 불법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철거 조처를 단행했다. 단순히 평상이나 천막만을 치우는 게 아니라 바닥, 기둥, 방갈로, 임시로 지은 건축물·교량 등 불법시설 일체를 철거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사실상 업소에 계곡을 비우라는 명령임과 동시에 앞으로 불법영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결단인 셈이다. 철거 후 불법영업을 수시로 감시할 요원(하천계곡 지킴이)도 19개 시·군 90여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일회성 단속이 아니라 상시 감시임무를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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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이 지난 8월 계곡에 불법 설치된 시설을 단속하고 있다.

철거 초기 상인들과 마찰을 피할 수 없었지만 반발하던 상인들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으며 양측은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협의도 했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지역에선 푸드트럭 대여 등 상인들의 다양한 생계지원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도는 계곡 내 불법영업을 근절할 제도마련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계곡 내 불법영업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단속권한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불법시설 철거 지역을 청정계곡으로 복원하고 주민에게 환원하는 각종 지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청정계곡 복원지역에는 생활 SOC 확충을 비롯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 마을공동체,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연계관광 활성화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 친환경 시민 쉼터로 변모

도는 계곡 내 불법영업 단속을 통해 1천460개 업소 1만1천여개의 불법시설을 허물거나 뜯어냈다. 이 전례 없는 대규모 철거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우후죽순 들어서 있던 불법시설이 이번 단속으로 대대적으로 정리되면서 계곡 곳곳이 점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성남·부천·양주·남양주·동두천시 등 9개 시는 철거율이 100%에 이르며 나머지 지자체도 순조로운 진척을 보이고 있다.

불법시설이 철거된 계곡에는 산책로와 공중화장실, 공동쓰레기장, 휴식공간 등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계곡은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다 가는 친환경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계곡을 도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계획이 이제 본격적으로 실행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경기 북부지역 대표 관광지인 포천 백운계곡의 경우 100억원이 투입돼 2022년까지 친수공간과 수변 데크, 산책로, 경관조명, 쉼터, 친환경 주차장 등 대규모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주 장흥계곡에는 60억원을 들여 하천정비사업과 진입 계단, 테마 친수공간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가평의 가평천에는 꽃길이 깔리고 하천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 쉼터도 조성된다. 여기에는 9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들 3곳은 청정계곡 복원지역 생활 SOC 확충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다른 계곡 복원사업의 모델이 될 예정이다.

도는 편의시설 조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관광지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제모습을 찾은 계곡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면 지역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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