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칼럼

[윤인수 칼럼] 국민 수준에 못 미치는 대선 후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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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제20대 대통령직을 향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쟁 같은 정쟁이 한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은 문심(文心) 획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 수호 경쟁으로 시작된 세력 다툼이, 이재명·이낙연의 '명낙대전'으로 좁혀지면서 상대를 지우기 위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강팔라졌다. 지역감정, 조폭연루설, 노무현탄핵 방조, 욕설녹취, 음주운전 등 상대의 원죄를 묻고 여죄를 들추어내는 전면전으로 살벌하다. 이재명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낙연은 동의하면서도 이재명의 도지사 사퇴를 양심의 문제로 강요한다.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입당하면서 진흙탕이 됐다. 초현실적인 성취로 보수진영의 기린아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는 과도한 다변과 새털 같은 행보로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과 실책이 즐비한 임기 말 정권과의 유리한 싸움 대신, 당 대표인 자가 대표임을 증명하려는 무의미한 시비에 몰두한다. 자존심에 집착해 대의를 잃는 청년의 오류를 바라보는 지지층은 불안하다. 윤석열은 잇단 실언으로 대선주자급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메시지의 진의와 맥락 전달에 번번이 실패하는 언어의 한계가 위험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대어를 가두기에 너무 작은 연못이고, 윤석열은 메기인지 돌고래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여야 주자 모두 정치 철학 빈약·정책 빈곤
민주당 정권 비판적 평가 피하며 질문 외면


대한민국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으로 민주주의의 정체성과 국민의 삶을 이어가는 나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거나 극복하거나 청산하는 과정을 누적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 정치적 악업을 기어코 청산하고, 경제성장의 업적은 계승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김대중 정권의 남북협력 기조는 여야 후속 정권이 모두 이어왔다. 민주화를 성취한 87체제 이후엔 수차례의 정계개편으로 민주화 진영과 경제성장 세력이 섞이면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양립시키는 상식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핵심도 문재인 정권의 유산 처리이다. 대선주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무엇을 계승하고 극복하고 청산할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이끌어나갈 나라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고, 유권자들은 선택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강남 집주인 잡느라 전 국민의 주택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맞는지, 영화적 상상력으로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지, 노(NO)백신 방역으로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사회 전 분야를 네 편 내 편으로 칸막이한 분열의 정치를 '양념'으로 용인해야 하는지, 정권과 법원과 검찰의 내로남불식 동거와 파탄이 정의로운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양립이 가능한지, 대북관계의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 시민단체와 언론의 정파성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국힘은 질문 접근할 능력조차 보이질 않아
文정권 무엇을 계승·극복·청산할 지 답하라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 질문들에 일일이 주관식 답안을 내놓고 평가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쟁은 도색잡지나 지라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치 철학이 빈약하고 정책은 빈곤한 탓이다. 민주당 주자들은 정권을 향한 비판적 평가를 회피하면서 질문을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질문에 접근할 능력조차 보이질 못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회고록 '약속의 땅' 서문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한다. "이 위기의 뿌리에는 미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두 상반된 시각의 근본적 대립이 놓여있다. 이로 인해 국가가 분열하여 사람들은 분노와 불신에 시달리고, 국제규범과 절차적 안전장치가 파기되고, 한때 공화당과 민주당 둘 다 당연시하던 기본적인 사실들이 부정당하고 있다."

오바마가 적시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주어만 바꾸면 곧바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물들이 여야 대표로 대선에서 경쟁하기를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 전·현 정권의 사고와 생각과 정책의 교체가 아닌 사람만 바뀌는 대통령 선거는 위험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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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y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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