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법적 정의와 정치적 올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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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선거 캠페인은 이미 시작되었고 다양한 정책들이 정책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여당 후보가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언급했다. 외식업을 비롯한 자영업 전반의 과당경쟁이라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음식업자들에게 다소 매력적인 정책공약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늘 거론되듯이 한국의 자영업 비율이 OECD 최상위권인 이유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데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원인도 대안도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자유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고, 국가의 제도적 권력을 자제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적 발상처럼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의 야당후보는 그의 총장 취임사에서 "형사법집행은 국민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권익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공익적 필요에 합당한 수준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민주적 법치주의의 대강을 말한 바 있다. 그는 국가권력이 어디까지 행사되고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하는지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민주주의체제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설사 헌법과 법률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도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은 제도적 자제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공약은 민주주의체제를 일탈하게 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대선 공약 언급 음식점허가 총량제
反헌법적 전체주의 발상처럼 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와 법률적 정의를 벗어나는 그 어떤 것이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법적 정의야말로 매우 보수적이고 최소한적이어서 이를 넘어서는 정치적 정의 혹은 비전, 나아가 정치적 올바름이 심지어 통치차원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다.

앞서의 여당 후보는 청년 기후활동가들과의 만찬에서 "공동체의 합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이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혹은 "그런 식의 삶도 응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령 석탄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스프레이칠을 해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든가 대통령이 지나갈 때 도로에 뛰어들기도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 다소 이해할 수 있다는 허용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도 목적만 좋으면 불법이나 탈법도 용인되는 고질적인 '떼법'문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가가 정치적 대의를 위하여 법치주의적 한계를 벗어날 수도 있고, 비제도적 사회운동이 스스로의 운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적, 제도주의적 틀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견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곤 했다. 그러나 비제도적 사회운동의 운동 목표가 국가의 정치적 대의와 충돌할 경우에는 법적 규칙을 벗어난 창과 방패의 예측불가능한 투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형사법 집행 권익보호가 목적이나
필연적 침해를 수반하니 합당해야
이러한 일탈 사법적 판단·제재 수반


우리는 국가를 담당한 정치세력의 정치적 대의가 국가 구성원들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조정, 재조정되어야 할 뿐, 결코 정치적 올바름과 등치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정치세력은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 혹은 집단들의 이해를 선별적으로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사회운동의 목표 역시 매우 약한 사회적, 과학적 토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 목표를 실현하기가 여전히 어려울 수 있지만, 이를 드러내어 요구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들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치세력의 성급함과 사회운동세력의 편협성이 이러한 법치주의적 일탈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법치주의적 관점에서의 일탈은 사법적 판단과 제재를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비전들은 정치적, 감성적 선동에 허약하기 마련이어서 그 일탈을 저지르기 쉽다. 정치적 대의와 사회운동적 목표가 민주주의적 수레바퀴 안에서 머무를 뿐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회집단들과 대중들은 분노하기 마련이고 쉽게 선동될 수 있다. 경제 선진국이자 민주주의국가인 한국이 법률적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대적·자본주의적 발전을 경험한 사회가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 이상으로 격렬한 사회분화를 겪었고 쉽게 조정하기 어려운 사회갈등의 상황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오히려 필요하지 않을까?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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