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동시에 피는 봄꽃이 두렵다!

입력 2023-04-17 19: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4-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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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올해는 유난히 봄꽃이 한꺼번에 개화하였다. 보통 삼월 초가 되면 남녘으로부터 매화, 산수유 등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여러 곳에서 꽃맞이 축제를 연다. 매화가 지면 복사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 벚꽃이 핀다. 그다음에 라일락, 영산홍, 황매화 등이 피어난다. 그런데 올봄에 봄꽃은 꽃피는 순서를 잃은 듯이 한꺼번에 피어나고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동네 공원에 매화, 개나리, 민들레가 먼저 피어나더니 곧이어 목련, 진달래, 벚꽃이 동시에 피어났다. 벚꽃이 지자마자 라일락이 꽃을 피우고 황매화와 영산홍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봄꽃의 북상 속도가 결정된다. 개나리는 보통 하루에 약 30㎞의 속도로 북상한다. 올해 꽃의 북상 속도는 거의 예측하기 어려웠다. 많은 꽃이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피니 보기에는 좋지만, 과학자들은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구온난화 간접 증거 '기후 교란'
환경 스트레스, 식물·곤충 위협
에너지·산업부문 탄소배출 줄여야

누려왔던 '편리함' 우리의 목 조여
미래세대 위해 기성세대 행동할때


기후 스트레스가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꽃이 한꺼번에 피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의 간접적인 증거이다. 현재와 같은 기후 교란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은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많은 꽃이 일시에 피어나면서 식물과 매개 곤충 사이의 호혜적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화분매개곤충인 꿀벌, 꽃등에과의 곤충, 나비 등은 자신이 선호하는 꽃의 개화에 따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0%는 화분 매개 곤충에 의존한다. 사람이 먹는 곡물의 약 75%는 곤충의 수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2022년에 기상청이 예측한 시나리오 중, 현재와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이 유지되는 고 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 봄꽃 개화 시기는 금세기 말에 23~27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거의 한 달 정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화분 매개 곤충들이 받는 환경 스트레스는 지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식물과 곤충은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개화 시기와 곤충 활동 시기의 불일치는 꽃의 수분율을 대폭 떨어뜨릴 것이며 식물의 재생산에 커다란 지장을 줄 것이다. 개화 시기의 변화는 실로 인류의 생존에도 큰 위협이다. 다만 사람들은 그 영향을 당장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이 위협인지 모르고 지나친다.
 

미래세대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펴고 있지만 그러한 대응이 미흡하다고들 한다. 전기차 보급,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은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탄소 감축에 동참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살펴보면 어디서 탄소 감축을 강하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2022년 산업별 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전기와 열 생산이 약 32.7%, 철강 14.3%, 화학 7.8%, 수송 14.4%, 가정 4.7%, 상업 및 공공부문 1.8%, 그 외의 에너지 부문 11.2%이다. 에너지 부분이 전체의 약 86.9%를 차지한다. 산업공정 약 7.5%, 농업 약 3.1%, 폐기물 약 2.5%를 차지한다. 2020년에 녹색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약 36%를 차지하고, 한전을 포함하면 64%에 달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기와 에너지 생산 부분에서 탄소 감축은 큰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전력은 약 28%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포스코는 약 13%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결국 탄소 배출이 큰 에너지 부문, 산업 부문에서 획기적인 탄소 배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차의 보급은 이차적인 효과만 준다. 전기를 충전하는 전기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전기로 전환하여야 한다. 기성세대는 그동안 최첨단 물질문명을 당연한 듯이 누려왔다. 그것이 탄소 배출을 높이고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는 개념이 약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려왔던 편리함이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기성세대가 당장 행동해야 할 때이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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