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마지막일지도 몰라’…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프로젝트, 잠시만 안녕

입력 2024-01-07 12:22 수정 2024-01-07 15:06

21일까지 개최하는 박지혜·현승의 개인전

2023년 IAP 창·제작 전시 마지막 순서 진행

인천서 탐구한 바다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삶을 잠식한 내적 갈등과 망설임의 순간 표현

레지던시 잠정 중단 소식과 겹쳐 더욱 의미심장

현승의

현승의 作 징조들, 2023, 장지에 혼합매체, 130×582㎝. 2024.01.0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새해를 시작하는 첫째 주에 열린 전시에서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

인천아트플랫폼 G3 프로젝트 스페이스2에서 열리고 있는 현승의 작가 개인전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의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가로 5.8m, 세로 1.3m짜리 작품 ‘징조들’은 인천의 바다와 그 주변에서 포착한 마지막의 징조들이다.

작가가 CCTV 관제실에서 수많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듯 구성해 배치한 단편적 흑백 이미지들은 해양생물, 수산물이 된 해양생물과 이를 재료로 쓴 음식, 부두나 유원지 풍경, 선박, 바다, 중대한 발표를 하는 듯한 장면이나 취재하는 듯한 장면 등이다.

현승의

현승의 작품 ‘징조들’ 중 일부분. 2024.01.0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서서히 씻겨 내리거나 흘러내리는 이미지들은 지워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징조들’ 왼편 설치된 비디오 ‘페스티벌’의 “대멸종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메시지를 보면 이 모든 게 끝을 향해 지워져 가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전시 설명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최근 이슈에 주목하며 이와 관련한 미묘한 사회적 분위기를 포착하고자 했다”며 “불안과 안온의 경계에 걸쳐 있는 오늘날 시대적 정신을 반영한다”고 했다.

같은 기간 인천아트플랫폼 G1 프로젝트 스페이스1에서 열리고 있는 박지혜 작가의 개인전 ‘그래야 할 때’는 작가가 지속해 온 작업의 부산물·자투리를 재료로 표현한 입체,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박지혜

박지혜 作 13280, 2024, 나무패널 위에 바니쉬, 334×448㎝. 2024.01.0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소리 없이 삶을 잠식하고 있는 내적 갈등, 망설임의 순간에 대한 성찰의 프로젝트”라며 “본래의 쓰임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오브제들을 재료로 가공해 떠나보내기에 용이한 형태의 작품으로 제작,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크기의 나무 패널들을 4.48m 높이까지 붙여 내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13280’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량제 봉투 용량이 1만3천280ℓ로 표기돼 있다. 작가가 태어나 살아온 날과 연관된 숫자라고 한다.

샤인머스캣 형상의 ‘주렁주렁주렁’은 분쇄파지, 스티로폼, 레진 등으로 표현했고, ‘이런게 있었어’는 나무 계단에 소금, 계란, 땅콩, 귤 등 오브제를 배치했다.

박지혜 작가는 오는 20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 ‘ㅇㅇㅇ하는 날’이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품이었던 사물을 자르고 쪼개고 녹이는 등 철수에 가까운 작업 과정을 공유한다고 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전시는 완성된다.

박지혜

박지혜 作 주렁주렁주렁주렁, 2024, 분쇄파지·스티로폼·레진·철물 가변설치. 2024.01.0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현승의, 박지혜 개인전은 이달 21일까지다. 이들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 2023년(14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의 결과 공유·발표전 ‘IAP 창·제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순서다.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했던 국내외 작가 21명이 모두 전시를 마쳤다.

인천시의 인천아트플랫폼 운영 방향 개편 방침에 따라 올해 입주 작가 레지던시는 잠정 중단됐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란 전시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지난 5일 전시 현장에서 만난 이들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천아트플랫폼 새해 첫 전시에서 마지막을 생각한 이유다.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14기(2023년) 레지던시 입주 작가 결과 공유·발표전 ‘창·제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전시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전시장 모습. 2024.01.05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박경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