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유리컵 속 금붕어·금속 위의 개구리… 인간중심적인 현대 문명에 '경종'

입력 2024-01-08 18:59 수정 2024-01-08 20:1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09 12면

용인 뮤지엄그라운드 'Zoo in the Ground 展'


김영성, 극사실주의 세밀화 묘사
김우진, 조각 유화 붓터치 연상
이재형, LED 활용 어린이 호응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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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성 作 'Nothing·Life·Object'.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은색 숟가락 위에 선 달팽이 한 마리. 사진인 듯싶었으나 세밀한 붓 작업으로 미끌거리는 피부까지 구현해낸 그림이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캔버스 속 생물과 차가운 금속 오브제의 조합은 아름답지만, 오래 들여다볼수록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용인시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는 'Zoo in the Ground 展'은 '동물'이란 공통분모로 엮인 회화·설치·미디어 작품을 각각 선보이며 인간 중심적이던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김영성, 김우진, 이재형 세 명의 작가는 동물과 인간의 비대칭적인 역학관계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다소 무거운 주제 의식을 품고 있지만, 전시실을 채운 각각의 작품은 우리가 흔히 '귀엽다'고 이야기하는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은유적인 메시지가 담긴 회화부터 관람객 참여형으로 완성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전시실 곳곳에는 어린이 관람객이 작가들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거나 색칠·스티커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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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성 ‘Nothing·Life·Object’ 연작.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번 전시 주제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은 김영성의 세밀화다. 그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현대 문명과 동물 사이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함을 표현했다. 유리컵 안에 갇힌 금붕어나 쇠로 만든 오브제 위에 앉은 개구리 등 인위적으로 자연에서 벗어난 상태인 생명체를 보여주며,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특히 김영성의 작품은 최근 유행하는 단색·추상화 작품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극사실주의 회화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전시실 내 두 개의 벽에는 세밀화와 사진이 각각 걸려 있다. 사진은 그가 그린 그림을 촬영해 동일한 크기의 캔버스에 인쇄한 것이다. 작품 설명을 보기 전까지 관람객은 어떤 작품이 사진이고, 어떤 게 그림인지 분간할 수 없다.



스테인리스, 애드벌룬 등 독특한 재료를 활용한 김우진의 조각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유화 붓 터치를 연상케 하는 스테인리스 유닛을 조합해 사슴·토끼·사자 형상을 만들었다. 색상은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여러 색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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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作 'Deer'.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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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作 'Dog'.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알록달록한 스테인리스 사슴 조각이 무리 지어 있는 공간은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함을 안고 있다. 김우진은 동물의 외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동물을 보고 느껴지는 정서적인 감상을 조각으로 표현해냈다. 다양한 색의 쇠붙이들이 모여 완성된 사슴 조각들은 이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빛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재형의 미디어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어린이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말과 곰 등 거대 조형물을 감싸는 LED 소자는 불빛을 뿜어내며 환하게 빛난다.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라이브 스케치'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으로, 종이에 그려진 해양 생물을 크레파스로 칠하면 형상이 스크린 벽에 구현된다.

동물을 소재로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Zoo in the Ground 展'. 전시는 오는 5월 19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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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作 'Bending Matrix'.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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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in the Ground 展' 전시실에 마련된 '라이브 스케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해양생물을 칠하고 있다. 직접 색칠한 그림은 스크린 벽에 구현된다. 2024.1.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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