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민정아 고마워!

입력 2024-05-01 19: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2 19면
결혼 연령 늦어져 출산율도 OECD 최하위
딸이 스물아홉에 결혼할 남자 데려와 안도
독일서 가족들과 와 2주간 머물다 돌아갔다
오빠 잃고도 잘견뎌 행복한 가정 이뤄 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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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섭 광주문인협회 회장
"도대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아 걱정입니다." 마흔을 훌쩍 넘겼음에도 결혼하지 않은 딸을 걱정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오빠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평생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딸의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연 결혼 적령기라는 게 있을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남자의 경우 27.9세, 여자는 24.76세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군대 다녀와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직장 생활하다가, 여성의 경우 대학 졸업 또는 직업을 가진 후에 결혼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도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늦게, 농촌 등 시골의 경우는 좀 더 일찍 결혼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점점 늦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2003년 드디어 남자의 경우 30세를 돌파했고,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2022년에는 남자 33.72세, 여자 31.26세로 1990년대와 비교하면 5.83세, 6.48세가 늦어진 셈이다. 30대가 결혼하지 않은 비율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두 명 중의 한 명 꼴인 50%이상이, 여성은 34%나 된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노총각, 노처녀의 기준을 40대로 올려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듯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짐에 따라 출산율도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하위라고 하는 언론 보도를 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적정한 나이(이른바 생물학적 적령기라고 해 두자)에 결혼해서 손자 손녀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게 대부분의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이지만 앞에서의 예와 같이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19년 전 군대 간 지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 생각이 난다. 정확히는 2005년 1월 18일 유난히도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날 최전방 철책선 안에서 보초근무를 마치고 귀대하던 중 탑승했던 차량이 전복되는 바람에 하늘의 별이 되어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 아이 함께 3년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2년째 되던 해, 당시 딸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을 겪으면서 견디기 힘든 시간을 우리 가족은 보내야만 했다. 한참 예민한 딸아이가 제일 걱정이었다. 하나 밖에 없는 오빠를 잃고 힘들어하던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려니 가슴이 저려온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오빠를 잃은 충격으로 평생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오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결혼할 엄두를 못 낸다고도 한다.

내심 걱정도 했지만 부모 마음을 헤아렸던지 스물아홉이 되던 어느 날 결혼하겠다며 남자 친구를 데려왔을 때, 섭섭한 마음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며칠 전 결혼 후 남편 직장 따라 독일에서 살고 있는 딸 가족이 2주 정도 머물다 엊그제 돌아갔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손자 녀석의 봄 방학을 이용, 태어난 지 한 돌이 막 지난 손녀와 사위 네 식구가 함께한 꿈같은 시간이었다. 워낙 먼 곳이라서 가고 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어서 이번 만남의 의미는 더욱 더 소중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외국에서 사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고 그리울 때가 많다. 영상 통화를 하고는 있지만 직접 볼 수 없는 손자, 손녀가 늘 눈에 밟힌다.

국내에 살아도 1년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하는 게 현실이라며 1년에 한 번 정도는 딸아이를 보러 가는 우리 부부를 부럽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아들 둔 부모는 국내여행 가고 딸 둔 부모는 해외여행 간다'라는 말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듣는다.

오빠 떠나보내고 방황하는 삶 속에서 잘 견디고 구김살 없이 자라 준 자랑스러운 내 딸.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 이루고 엄마와 아빠한테 예쁜 손자, 손녀를 안겨 준 고마운 내 딸. 그리고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내 딸. 민정아 고마워!

/김한섭 광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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