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실향민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2]해방 이전의 인천 어시장

1887년 일본배 15척 참여 수산물거래 '물꼬'

조선인 최초 정흥택 뒤이어 경쟁시대 열어
연중기획용 인천자료서적1
일제시기 생선전이 들어 있던 인천 중구 개항장의 공설 제1시장 모습. 출처/'인천 한 세기'

관련 기록 '중구난방' 역사 바로잡기 절실

인천은 바다의 고장이다. 당연히 고기잡이도, 어시장도 발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인천 어시장과 관련해 속 시원히 설명해 주는 자료가 많지 않다. 인천지역 어시장의 연원은 인천종합어시장의 시작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이 1933년에 펴낸 '인천부사'와 의사이자 향토사가였던 신태범(1912~2001)이 쓴 '인천 한 세기'에서 인천 어시장의 태동 당시를 짐작할 수 있다. '인천부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1887년 조선 정부의 허가를 받아 경기도 남양에서 강화에 이르는 인천 앞바다에서 어로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 어선 15척이 참여했다. 이들은 어선 1척당 은(銀) 10원(圓)씩을 1년 수수료(면허세)로 냈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잡은 물고기를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고 인천항에서 판매했다. 이게 인천 어시장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생선장사로 돈벌이를 시작하니 조선인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터이다. 조선인으로는 정흥택(鄭興澤)이라는 사람이 수산물 거래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 '인천 한 세기'에서는 '1890년대 초에 한양 청파인 정흥택 형제가 인천으로 내려와 어물객주를 차렸다.

선창가였던 현 신포슈퍼마키트 자리에 한옥으로 어물시장을 짓고 도매시장을 개설했다.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생선은 행상인이 받아가고, 일인이 좋아하는 생선은 그 자리에서 소매를 했다. 이곳이 후일에 유명해진 인천의 생선전의 시초였던 것'이라고 썼다.

이 부분을 '인천부사'는 명치 28년인 1895년께로 밝혔다. '인천부사' 속 다른 부분에서는 명치 38년인 1905년께로 달리 적기도 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전후해 이들 전쟁의 출발 지점이었던 인천지역에 생선이 없으면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산물 수요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흥택이 본격적으로 일본인들과의 수산물 판매 경쟁시대를 열었고, 일본인들 내부에서도 수산물 판매 다툼이 치열했다. 조그만 중구 개항장 일대에 어시장이 2곳으로 늘었다가 1907년 합쳐져 인천수산주식회사가 되었다.

인천수산주식회사는 1908년 중구 해안가에 300평 규모로 어시장을 신축하는 등 사업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그들 안에서 또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장사가 잘 되자 일본인 중에서 일부가 뛰쳐나가 또 다른 어시장을 인천에 만들었다. '인천부사'는 이를 배신이라고 표현했다.

1940년대 접어들면서 인천 수산시장은 군량을 담당하는 병참기지처럼 되었고 생선도 통제물자가 되어 배급함으로써 한국 사람이 흔하게 먹던 조기와 청어, 고등어, 갈치를 구경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해방을 맞았다고 '인천 한 세기'는 설명한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대중일보' 10월 7일자 창간호에는 멸치배급관련 기사가 나온다. '인천부에서는 25만 부민들에게 오래 먹지 못하던 멸치를 배급시키고자 지난 5일에 인천식료잡화상조합의 수뇌자들을 경남 경북 등 각 생산지로 파견하여 그 집하에 전력을 기울여 인천에 멸치를 가져다가 각 가정에 고루 배급을 시키리라 한다'는 내용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어시장과 관련해 인천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는 그 인식이 너무 인색하다. 인천시는 197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시사(市史)를 발간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들 시사마다 어시장 관련 내용이 제각각이다. 아예 빼놓은 것도 있다. 도대체 종 잡을 수가 없다. 어시장의 핵심 지역을 끼고 있는 인천 중구청이 2010년에 펴낸 '중구사'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 어시장의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는 멀리는 일제의 수탈 역사를 살피고 가까이는 인천의 시장 변천사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제라도 인천 어시장의 고갱이를 찾고, 그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겠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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