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직전의 동승찬 소방장(사진 가운데)과 흉부외과 이석인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가천대 길병원 제공 |
체내 혈액 꺼내 산소 녹여서 재주입
이석인 교수 주축 54일간 '보살핌'
회복한 동승찬 소방장 "의료진 감사"
의식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소방대원이 고통스러운 에크모(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ECMO) 치료 과정을 견뎌내고 건강을 회복했다.
에크모 치료는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로도 폐와 심장 기능이 유지되지 않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으로 체내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낸 다음, 산소를 녹여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고가의 장비도 있어야 하지만,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숙달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의학적 지식, 기술력 등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혈관 손상, 출혈, 다리 괴사, 감염, 뇌경색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숙련도를 쌓기도 어렵다.
사연의 주인공은 인천소방본부 강화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동승찬(44) 소방장이다. 동승찬 소방장은 지난 1월 3일 수영 훈련 중 정신을 잃고 동료에게 발견됐다.
그는 동료의 심폐소생술로 심장박동은 돌아왔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실려왔다.
당시 그의 체내 산소포화도는 31%였다. 건강한 사람의 산소포화도는 100~95% 수준인데, 90% 이하로 내려가면 생명이 위태로운 다급한 상황이다. 흉부외과 이석인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가천대 길병원 에크모팀은 즉시 에크모 치료를 결정하고 산소포화도를 95%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동승찬 소방장의 의식이 회복됐다. 급성 신부전과 폐렴 등으로 고비가 찾아왔지만, 의료진의 보살핌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동 소방장은 25일간의 에크모 치료를 비롯한 54일의 투병 끝에 최근 퇴원했다. 이 교수는 "장기간의 에크모 치료와 중환자실 치료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훈련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동 소방장은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면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의 보살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 후 현장에 복귀한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시민들께 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에게는 아내와 10살과 8살 두 아이가 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이석인 교수를 비롯해 4명의 심장 수술전문의, 2명의 심폐 기사, 전담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에크모팀을 구성·운영 중이다. 병원 측은 이들이 언제든지 에크모 치료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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