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매립지 부실운영이 빚은 '재난'

흘러나온 유독물질·눈감은 부당거래… '악취' 끊이지 않는 관리주체

수도권매립지 기획기사 관련
현재 매립이 종료된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 굴뚝모양의 '매립가스 포집정'들이 설치되어 땅속에 묻힌 쓰레기에서 발생되는 황화수소,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들을 모아 매립가스 발전소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최근 매립 가스 누출로 인한 악취 피해가 청라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아 세심한 관리가 절실하다. /기획취재팀

위생 약속했지만 침출수 누출 등 문제 발생
어민 '해양오염 소송' 2건 승소·1건 진행중

제1매립장, 추가관리 비용만 1300억원 달해
2011년 황화수소 최소 체감농도 1700배 측정
제2매립장 가스누출, 청라 등 민원 해결안돼

관토 반입 전표 환치기 관행… 국감서 지적
주민지원사업 제대로 고지안돼… 신뢰 바닥



# 시작부터 엉망이었던 수도권매립지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10일 경기도가 가장 먼저 반입을 시작했고, 서울시와 인천시는 같은 해 11월부터 반입했다.

 

위생 매립을 약속했던 제1매립장은 사실상 '비위생 매립장'이었다. 업체들의 부실 설계·시공, 침출수 누출 등 숱한 문제가 발생했다.

1995년 감사원의 '수도권 매립지 건설 및 운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제1 매립장의 설계를 맡은 (주)선진엔지니어링은 매립장 흙의 압력을 고려하지 않고 파손되기 쉬운 플라스틱류의 빗물 제거관으로 설계하면서 매립장 내부로 빗물이 수년간 스며들게 했다. 

 

그 결과, 매립지 내부 압력이 높아져 제방 일부가 붕괴되고, 침출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환경영향평가에선 침출수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을 기준치(100PPM)보다 강화한 30PPM 이내로 처리해 서해안 오염을 예방토록 협의했지만, 실제로는 기준치를 12배(1천280PPM)나 초과한 상태로 서해안에 방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에서는 매립장 운영뿐 아니라 주민감시단의 과잉 단속 등 모두 48건이 지적됐다. 부실시공·설계를 한 (주)동아건설산업, (주)선진엔지니어링에는 각각 3개월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관리를 소홀히 한 환경부 직원들도 모두 징계 대상이 됐다. 

 

당시 감사원은 "침출수가 지하에 스며들고, 제방이 무너져 해양을 오염시킨다면 국토와 해양의 보전은 불가능"이라며 "수도권매립지는 그 상징적 의미와 중요성에 걸맞은 안전장치나 효율성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주민 피해는 눈덩이


제1매립장의 부실한 운영은 고스란히 인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어민들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오염된 침출수가 해양 환경까지 파괴한 것이다. 강화남단지역 어민 275명은 2003년 수도권매립지의 오염된 침출수 방출로 어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48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심까지 진행된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어민들에게 총 13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에도 인천 연안 어민 469명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38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화 지역 어민들과 같은 이유였다. 

 

이 소송은 2심까지 진행됐는데, 재판부는 이때도 어민들에게 총 10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번의 소송에서 재판부는 매립장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현재는 인천 남항 인근 어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표 참조


각종 부실 운영이 이뤄진 제1매립장은 사후관리가 19년간 더 필요한 처지에 놓였다. 

 

법적 사후 관리 기간은 올해 9월로 종료되지만, 추가 관리가 불가피하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여전히 기준치보다 2배 이상 초과 검출되는 등 매립 폐기물이 아직 안정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 관리에 필요한 비용만 약 1천300억원에 달한다.

2000년부터 매립이 시작된 제2매립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립 가스 누출로 인한 악취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청라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피해는 최근 2년간 반복됐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011년 제2매립장에서 악취 유발 물질 중 하나인 황화수소 농도를 매 분기 측정한 결과, 그 농도는 사람이 느끼는 최소 감지농도(0.5ppb)의 1천700배를 넘긴 최대 881.5ppb로 측정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공사의 매립지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악취는 주로 매립가스를 모아 인근 발전소로 보내는 '포집정'의 균열로 인해 발생했는데, 제2매립장에는 모두 699개의 포집정이 있다.

 

1965년부터 인천 서구 사월마을에 살고 있다는 김모(74·여)씨는 "조용한 마을에 쓰레기장이 들어서더니, 이후 뭘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매립지 악취, 소음, 분진에 더해 공장들로 인한 피해까지 겪어야 했다"며 "우리와 같은 피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 부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0년 7월 설립됐다. 

 

그 이전까지 수도권매립지와 관련된 행정 업무는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이, 매립장 운영·관리는 환경관리공단이 각각 맡았다.

 

후 업무 이원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매립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부실한 운영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전표 거래 등 부정한 방법으로 반입되는 관급 토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고, 주민지원사업은 '깜깜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표환치기= '전표 환치기'를 통해 사급 토사가 관급 토사로 둔갑해 반입되는 '토사 부정 유통'도 자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오랜 관행이라며, 전표를 발급하는 발주처와 토사 반입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토사의 유통경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 이득을 챙기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와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관급공사 발주처로부터 관토 반입 전표(확인증)를 발급받은 업체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로부터 토사가 매립지로 운반됐다는 확인을 받은 뒤 발주처에서 운송비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물류비용 등을 이유로 관급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토사를 농지 등에 불법 반출하고 인천 지역의 일반 공사장에서 나온 토사(사토)를 관급 토사인 것처럼 전표를 꾸며 수도권매립지로 반입,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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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발주처가 전표 양식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토사 검수원 재교육, 반입전표 기재 내용 정밀확인, 사용인감 사전 등록과 신규 전표양식 배포, 발주처에 관급토사 관련 관리강화 요청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표 바꿔치기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발주처가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매립장 밖에서 여전히 전표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전표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어 인천지역 몇몇 운송업체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며 "전표 한 장으로 매립지에 관토 반입을 인정받아 일반 건설현장과 수도권매립지에서 이중으로 운임을 챙겨 업체들은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이들은 "건설폐기물 처리 방식처럼 출발 및 도착, 차량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토사가 어디로 반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전표 바꿔치기 관행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도 낮은 주민지원사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진행하는 주민지원사업도 투명성과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현행법에 따라 수도권매립지 반입수수료의 10%를 주민지원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2017년 190억원, 2018년 142억원 등 그 규모는 매년 100억원을 넘는다. 

 

주민지원협의체의 동의 없이는 이 예산을 집행할 수 없어 무엇보다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은 '깜깜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실시한 현물지원사업이다. 물건을 사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주민지원기금으로 대신 돈을 내주는 방식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제2매립장 종료에 따라 미집행된 주민지원기금을 활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현물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전체 대상 지역 53개 통·리 중 24개 통·리만 신청했다.

사업을 신청한 24개 통·리 중에서도 전체 주민 중 약 53%만 신청했다. 이후 사업을 몰랐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급하게 추가 신청을 받았지만, 이미 기존 신청자들에게는 평균 660만원, 최대 5천만원의 지원 금액이 산정된 후였다. 

 

추가 신청에는 현물지원사업을 희망하지 않았던 29개 통·리 중 18개 통이 신청했으며, 신청 지역 전체 대상 5천여 세대 중 약 4천 세대가 신청한 상태다. 

 

현물지원사업을 몰라 신청조차 하지 못했던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물지원사업이 소수에 의해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매립지 영향 지역인 인천 서구 경서동의 한 주민은 "과거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은 주민지원기금을 가로채 구속되기도 했다. 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는 거의 '제로'라고 봐야 한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주민지원협의체'를 위한 공사가 아니라 주민 전체를 위한 공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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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
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
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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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이준석·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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