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3·끝)브라보, 마이 라이프]연륜과 감각이 통했다… 그렇게 닮아가는 우리

'30년 터울' 신경철 명장·우진구 대표 협업수제가구 품질·마케팅 조화… 젊은층 어필서로에게 멘토 역할도… 세대간 장벽 넘어용인에서 원목 가구 주문제작 기업 '블라노스'를 함께 이끄는 우진구(33) 대표와 신경철(63) 명장에게 '30년 터울'은 세대 간 장벽이 아닌 서로를 잇는 '연결다리'였다. 신 명장이 쌓은 40년의 기술이 우 대표 사업의 뿌리가 됐고,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우 대표는 신 명장과 젊은 소비자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둘은 서로 이해하고 멘토가 되어주면서 그들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참 어린 우 대표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내민 손을 신 명장이 열 번이나 뿌리쳤다. 어떤 이유였을까?신 명장은 대한민국의 전통가구목공예 명장(제16-명71호)이다.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이다. 그는 수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1977년부터 40년 넘는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수십 년 간 제조 공장만 운영하다가 직접 판매까지 하는 매장을 차렸는데 경기 불황에 부닥치며 큰 피해를 봤다. 우 대표가 2016년 말 처음 찾아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했을 때도 이 같은 실패를 물려줄까 봐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1년간 열 번이 넘도록 끈질기게 요청한 우 대표의 '십고초려'는 결국 신 명장의 마음을 돌렸다. "주문 제작 가구는 가격이 비싸지만 수요가 적어 수익을 올리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계속 거절했는데 매일같이 찾아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도우며 매달리니 결국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과거에 내가 사업에 실패했던 건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을 우 대표가 채워주고 있습니다."우 대표는 수년간 호흡을 맞춘 젊은 동료 가구 디자이너가 곁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신 명장을 고집했던 이유는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주문 제작 가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제 가구 40년 인생을 살아온 신 명장과의 협업이 필요했다."젊은 기업 대표로서 마케팅과 고객서비스 등은 물론 기술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아무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기성 제품은 싫었어요. 오랜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어 내는 명장님과 어떻게든 협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죠. 30년의 나이 차는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베이비붐 세대인 신 명장은 "나도 꼰대"라고 말한다. "우리 땐 '까라면 까!'라는 게 있었는데 요즘 세대는 그런 걸 찾기 힘들어요. 대신 요즘 젊은이들한테 느끼는 열정은 분명 남다르죠."하지만 우 대표는 신 명장을 꼰대로 보지 않는다. "분명 자기 고집도 있으실 텐데 절대 본인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뭘 제안하든 끝까지 들으세요." 그렇게 블라노스에서는 신 명장의 오랜 기술과 경험, 우 대표의 젊은 감각이 합쳐져 단 하나밖에 없는 원목 수제가구가 만들어진다. 열 번의 거절 끝에 우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인 신 명장도 "젊은 대표와 함께 일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원목 가구 기업 블라노스의 공장에서 '젊은 대표' 우진구(33)씨와 '40년 기술 명장' 신경철(63)씨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제가구에 평생을 바친 신 명장의 오랜 기술과 경험, 정보기술(IT) 시대에 적합한 우 대표의 젊은 감각이 합쳐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원목 가구가 만들어진다.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 하는 신경철 명장.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하는 우진구 대표. 2020.9.22 /기획취재팀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인천 문학선수촌 영양사 이은신씨

시체육회 직원들 "살 쪄서 걱정" 하소연트렌드 잘 이해… 대회전에 과일도 챙겨나이에 비해 동안 "젊은 친구들과 지내서"은퇴자들 연락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한솥밥을 먹으면 그게 가족인 거죠. 우리 선수들은 제게 아들·딸이나 마찬가지인 걸요."인천시체육회 사무처 임직원들의 책상 위에 저마다 작은 손편지와 마스크 목걸이 선물이 놓였다. '내 이쁜 동생. 너가 있어서 난 지치지 않아. 고맙고, 사랑해….' 손편지를 받아든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선물로 받은 마스크 목걸이를 자랑삼아 보여준 노경우 시체육회 스포츠서비스부장은 "우리 전 직원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태풍 '하이선'이 물러가고 모처럼 화창한 가을 하늘이 펼쳐진 지난 8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남구 '문학 선수촌' 식당. 이곳에서 선수들의 삼시 세끼를 챙기는 영양사 이은신(52)씨가 손편지를 쓴 주인공이다. 이씨는 아들·딸뻘인 20대 젊은 선수들과 친구처럼 격 없이 지내는 소위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 주변인과 두루 잘 어울리는 사람)로 통한다.인천시체육회 소프트테니스팀 정현경(26) 선수는 그런 이씨를 엄마처럼 대한다. "늘 반갑게 먼저 다가와 우리를 맞이해 주세요. 엄마같이 다정하신 분이죠. 제가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낯을 많이 가렸거든요. 그런데 영양사님을 만나면서 성격도 많이 활발해졌고, 그 덕분에 부모님과도 더욱 친해졌어요. 옷 입는 의상 콘셉트부터 저랑 코드가 잘 맞는다니까요. 비대면으로 열리는 어느 마라톤대회에도 함께 출전할 예정이에요."(웃음)이씨는 기업과 유치원에서 일하다가 2008년 6월 시체육회의 '식구'가 됐다. 올해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하고도 2년이 더 지났다. 선수촌 식당 밥을 먹어보면 일단 그 맛에 한번 놀란다. 영양사 이씨와 긴 세월 호흡을 맞추며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원, 일명 '여사님'으로 통하는 김명순·구정숙·김정자·장옥자씨의 손맛이 기막히다.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 맛에 숨어 있는 신선한 식재료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 시체육회 직원들은 "자꾸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할 정도.운동 선수들에게 '밥심'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20대 선수들의 젊은 입맛을 맞춘 영양 만점 식단을 짜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체중 관리가 필수인 체조, 복싱 종목 등의 선수들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이씨는 선수들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면서 식단을 짠다. 그는 이따금 '짜파구리', '소떡소떡' 등 유행하는 메뉴를 선수들의 식단에 올릴 만큼 남다른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인천시청 육상팀 성혁제(30) 선수는 이씨에 대해 "우리들의 인싸"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입단했을 때 선배들은 "영양사님을 어머니처럼 깍듯이 잘 대하라"고 했다. 성혁제 선수는 "영양사님은 친화력이 좋고,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잘 이해하셔서 그런지 대화가 잘 통한다"며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면 잊지 않고 손편지와 작은 선물을 건네시곤 한다. 대회 전에는 따로 과일이나 음료수를 챙겨주시는데,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하게 된다"고 했다.나이에 비해 무척 동안인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영양사 이씨는 "젊은 친구들과 지내서 안 늙는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최근 친구에게 마스크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는 그는 두 아들에게 하나씩 사주려고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 운동하는 아들·딸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같이 여기는 시체육회 식구들도 눈에 밟혔다. 그렇게 이씨는 정성스레 손편지와 함께 마스크 목걸이 선물을 준비했다. 시체육회는 최근 인천시청 여자핸드볼팀에서 불거진 선·후배 간 갑질 논란과 일부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씨는 "코로나19 등으로 다들 지쳐 있는 것 같았다"며 "(시체육회) 회장님과 부장님들까지 고맙다고 연락을 해와 몸 둘 바를 몰랐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운동 선수들은 대부분 30대가 되면 은퇴해 가정을 꾸리고 새 삶을 시작한다. 이씨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오는 친구들도 있다. 가끔 잘 지내느냐는 안부 전화가 오거나 집들이 음식 장만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올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했다.인터뷰가 끝나갈 무렵에 그에게 소통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세계 최고령 부부(110세, 104세)로 최근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에콰도르 노부부 이야기를 꺼냈다."79년을 해로한 비결에 대해 그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라고 했다네요. 가슴에 와 닿았어요. 또 며칠 전 이낙연 전 총리가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말인 '우분투' 연설을 했는데, 소통은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내년 초 문학 선수촌 신축공사가 시작되면 식당은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영양사 '엄마'와 조리원 '여사님'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 그는 경인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부담스러워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 여사님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진 예쁘게 잘 나오면 하나 보내주실 거죠?" (웃음)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인천시체육회 문학 선수촌 식당에서 일하는 영양사 이은신(52·오른쪽에서 두번째)씨가 평소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조리원 김명순·구정숙·김정자씨와 아들·딸처럼 대하는 정현경(시체육회 소프트테니스팀)·성혁제(인천시청 육상팀) 선수가 함께 추억으로 남길 사진 한 장을 찍었다. 2020.9.22 /기획취재팀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사회활동 목마른 중장년층 '놀이터 있으면 딱인데'

국내 배달 앱 시장이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잇는 '플랫폼' 기반의 사업 모델이 때아닌 호황을 맞이한 셈이다.전문가들은 은퇴 전·후 시기에 있는 중장년층이 가장 바라는 재취업과 창업, 사회 활동 등의 다양한 수요를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이런 '플랫폼' 구축을 강조한다. 창업 컨설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김면복(55) 한국소호진흥협회 인천지회장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 경제단체 등의 중장년 정책과 사업이 수요자 관점에서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돕기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흩어져 있는 정책이나 사업을 하나로 엮는 지자체 차원의 플랫폼, 또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 지회장이 머릿속에 그리는 플랫폼은 중장년층이 일자리 등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원스톱으로 맞춤형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리고 사회적 활동에 목말라하는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들과도 수시로 모임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이런 플랫폼을 "그들만을 위한 놀이터"라고 표현한 그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일자리 정책에서 베이비부머 등 중장년층이 뒷순위로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시청 조직도에서 일자리경제본부 소속 부서 중에 중장년이란 명칭이 눈에 띄지 않는 게 자꾸 눈에 밟힌다. 관련 부서를 찾자면 복지국의 노인정책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경기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라곤 하나 '전담 조직'을 구성해 중장년층 맞춤형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도청 노인복지과에 '중장년지원팀'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도 산하기관인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중장년일자리센터'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 부서는 도가 지난 7월 발표한 '경기도 중장년 지원 정책'의 거점 기관 역할을 하게 된다. 중장년 지원책을 ▲일자리 ▲교육 ▲복지 ▲인프라 구축 등 4가지로 구분한 도는 재취업, 창업, 평생 교육, 건강 관리, 중장년 전용 복합공간 지원 등 25가지 세부 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임희정 경기도일자리재단 중장년일자리센터장은 "중앙 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일자리 분야 등 중장년 지원 정책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중장년 지원 정책의 '거버넌스'가 필요한데, 경기도는 정부와 기초자치단체를 잇는 역할을 하면서도 도만의 독립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시니어 유튜브 전도사 김혜미씨

스마트폰 자유롭게 쓰는 청년 따라 배워채널 성장 더뎌도 일기처럼 꾸준히 제작코로나탓 노래교실 방문 줄자 SNS 활동체통·품위 따지기보다 한번 도전해보길 "나이가 많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브라보노래문화공간(노래 교실)'에서 만난 김혜미(63)씨는 이곳의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시니어 유튜버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유튜브 '전도사'를 자청하는 그는 동년배들에게 '비공개'로라도 좋으니 영상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체통이나 품위를 따질 시간에 그냥 저질러 보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소통 방식으로 '자서전' 한 편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이런 김씨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스마트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버스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당연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젊은 친구들이 부러워지는 거예요. '내가 되게 무식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어를 해서 인기도 많았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 도대체 뭔지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김씨는 스마트폰 사용법과 영상 편집을 가르쳐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용인 수지에 거주 중인 그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관련 기관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 인천 부평구의 미디어 관련 센터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편집법을 배웠고,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사용법도 서울 성북구의 한 교육기관에서 익혔다. 이런 열정 끝에 2018년 1월10일, 그의 유튜브 채널 '혜미킴TV'에 역사적인 첫 영상이 게시될 수 있었다."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해요. 하나의 영상을 만들려면 아이템 발굴에서 촬영, 편집까지 12시간 정도 걸려요. 처음 올린 영상들을 보면 무지 촌스럽기도 해요. 냄비 뚜껑이나 주걱을 들고 노래를 한 적도 있고요. 채널만 봐도 제 발전사가 한눈에 보이는 거죠." (웃음)그가 첫 영상을 올린 뒤 2년, 지금까지 게시한 영상의 숫자는 200개 이상이다. 하지만 채널 구독자 수는 아직 500명 초반에 머물고 있다. 쏟은 힘에 비해 채널의 성장세가 더딘 만큼 창작자로서 자칫 기운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일상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영상이 대부분인 김씨의 채널은 더욱 관심받기 어려운 구조다."돈을 번다고 하면 노인들한테 무리가 갈 수밖에 없죠.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전문적인 영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요. 저는 유튜브를 '일기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시니어 대상 유튜브 교육을 하고 싶어요. 작년에 인천 미추홀구 노인복지회관에서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 어르신들이 무지하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어요."김씨는 끝으로 비슷한 연배의 기성세대들에게 '반드시 유튜브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거예요. 2020년의 소통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의 조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기성세대들은 소외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겠죠. 우리 세대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베이비부머', 참 열심히 살았죠. 그런데 '낀 세대'라고 한탄하고 있을 시대는 아니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이기 때문에 그게 어쨌다고요? 계속 배우면 되잖아요."인터뷰를 마친 그는 곧장 스마트폰 앞에 섰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노래 문화 공간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줄자 SNS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노래 재능기부를 하며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시니어 유튜버 혜미킴입니다. 오늘은 아주 신나는 팝으로 가볼까요?" 57년생 김혜미씨는 그만의 방식으로 누구라도 낯선 '언택트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스마트폰 너머 관객과 환하게 웃으며 소통하고 있는 김혜미씨의 모습. 그는 이날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폴 앵카의 '다이애나'를 열창했다. 2020.9.22 /기획취재팀유튜브 채널을 보여주고 있는 김혜미씨.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하는 김혜미씨. 2020.9.22 /기획취재팀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막막한 인생 2막'… 기관·단체 지원 정책 길라잡이

① 노후가 걱정이다. ② 그런데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③ 도움을 줄 곳이 있을 것 같다. ④ 하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다. 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나.경인일보 취재팀이 은퇴 전·후 시기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만나 인생 2막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니 열이면 아홉은 이런 패턴의 답이 돌아왔다.젊은 시절 은행원의 삶을 뒤로하고 은퇴 이후 용기를 내 커피숍을 열었던 58년생 김원일 씨가 자영업 전선의 냉혹한 현실을 겪은 뒤 가게를 접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비원으로 취업한 사연(통큰기획 1편 9월 21일자 1·2면 보도)에서도 그러했다.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송해은 즐거운인생지원팀장은 "중장년층 노후를 지원하는 곳을 모르거나 알아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가 입소문을 통해, 또는 센터 홍보 현수막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워크넷(정부 일자리 포털) 등 온라인 정보를 중장년층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중장년층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부와 지자체, 기관·단체들의 주요 정책과 사업이 그렇게 많다는 걸 기자들도 이번에야 알았다. 너무 많아서 선별해 정리해봤다. 누군가 연락이 왔을 때 그에게 꼭 맞는 정보를 안내해 주는 일은 이 기관·단체의 몫이다.경기도 일자리박람회 '인생이모작…' 운영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분야별컨설팅 눈길[TIP-1] '인생 2막'을 설계하려면전문 직종인 은행원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58년생 김원일씨가 50대에 퇴직을 앞두고 가장 막막해 했던 것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고용노동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 재직 근로자나 구직자가 자신의 경력 등을 점검해 인생 2막을 대비하는 '생애 경력 설계 서비스'를 지원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30여개의 센터가 운영 중이다. 재직자의 경우 40대는 '경력 관리'를, 은퇴 전·후인 50대와 60대에겐 행복한 100세 인생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경기도는 각 지자체와 협력해 권역별로 연중 진행하는 일자리 박람회에서 '인생이모작 지원관' 등을 통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중장년층을 돕고 있다.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자아 탐색을 위한 50+인생캠프, 인생 재설계, 제2의 경력개발 등 50대 이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장년의 고충을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는 비슷한 연배의 분야별 컨설턴트가 상담 활동을 한다. 센터는 내년부터 교육이나 상담을 받은 이들이 10여명 안팎의 소모임을 구성해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도록 도울 계획이다.※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인천: 032-260-3800, 경기: 031-8014-8500),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032-715-5491)폴리텍大 재취업·장기교육훈련 프로그램경기·인천 일자리기관 '맞춤형 매칭' 지원[TIP-2] '전직·재취업'을 준비한다면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정부 지원제도는 취업 상담, 직업능력 증진, 일자리 알선 등으로 나뉜다. 고용노동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에서 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워크넷'(www.work.go.kr)에서 직업 심리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이나 적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한국폴리텍대학은 만 40세 이상 실업자와 영세자영업자 등의 직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과 재취업을 돕는다. 재취업 과정은 전기설비, 기계정비, 건축 인테리어, 공동주택설비, CNC가공, 특수용접 등 3개월 정도의 단기 교육훈련 과목으로 이뤄졌다. 신중년 특화 과정은 6개월 이상 장기 교육훈련으로 기계, 산업설비, 설비, 섬유패션, 자동차, 전기, 개별특성화(시니어헬스케어 등) 등 캠퍼스별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경기도일자리재단은 지역 중소기업과 50·60세대 중장년 근로자를 연결해 주는 등 맞춤형 재취업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인천시 경제분야 종합 기관인 인천테크노파크는 JST제물포스마트타운에 일자리종합센터를 두고 있다.※고용복지플러스센터(인천: 032-460-4701, 수원: 031-231-7864 등 24개 시·군), 한국폴리텍대학 산학사업부(032-650-6663), 경기도일자리재단(031-270-9600), 경기테크노파크(031-500-3000), 인천테크노파크(032-260-0700)청년 아이디어-중장년 기술 노하우 결합중기부 '…창업센터' 인천·수원 등 서비스[TIP-3] '창업'에 도전하겠다면연구·개발, 특허, 상표, 디자인, 마케팅, 경영자금 등 다양한 창업 관련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중장년기술창업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교육, 컨설팅, 창업공간 제공 등을 지원한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숙련된 기술을 가진 중장년의 노하우를 결합한 창업을 돕기도 한다. 경인지역에는 인천, 경기 수원·성남·의정부·고양 등에 센터를 두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도 이 센터를 운영하는 기관 중 하나다. 교육 수료생에게는 재도전 성공 패키지 지원사업 등을 신청할 때 가점을 주기도 한다.인천상공회의소 인천지식재산센터는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 분야가 전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 초기 창업자들이 지식재산권 교육과 함께 사업화 공간(창업 ZONE)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선 물류(아이디어 발굴), 중화권 진출(입주·보육·유망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다.자영업을 원한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사회적기업 창업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의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창업진흥원 중장년기술창업센터(인천: 032-726-3883, 경기: 031-259-6079 등), 인천지식재산센터(032-810-2882),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032-458-5000),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인천지역본부(031-204-3014),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031-697-7700)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2)세대 단절을 넘어서]당신도 꼰대일 수 있습니다

나이·신분 떠나 자기 생각만 고집할때 지칭할말 하는 '펭수' 인기… 청년층 불만 엿보여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성세대 당혹감지난해 9월 영국 공영방송 BBC는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선정해 소개했다. 한류 열풍 속에 'K-꼰대' 문화가 언어가 다른 해외에서까지 주목받은 사례다.표준국어대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꼰대의 의미는 사전적 정의보다 훨씬 폭넓다.나이와 신분을 떠나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꼰대로 불릴 수 있는 세상이다.그러나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언어유희가 꼰대 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면 청년세대가 가진 불만의 대상이 기성세대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소속사 사장의 이름도 존칭 없이 친구 대하듯 마구 부르고, 소위 '지적질'을 하는 직장 선배에게도 "잔소리하지 말라"는 돌직구를 날리며 사내 꼰대 문화에 반기를 든 EBS 연습생 '펭수'가 '국민 캐릭터'로 성장할 수 있던 이유도 그의 언행에 공감한 청년세대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기성세대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머리로는 청년세대를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으로는 그게 잘 안 된다.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탓에 서로에게 '호기심'을 가질 거리도 많지 않다. 서로 불편한 존재가 된 이들의 대화는 점차 사라지고 관계의 단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경인일보는 꼰대 문화와 관련한 세대 간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그래픽에서 보이는 키워드는 주관식 답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순으로 꼽은 결과치다. 응답자들이 꼰대 문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세대'였다. '이해', '존중', '인정', '배려' 등은 그런 세대 간 소통의 해법으로 제시된 키워드였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1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원피스 등원' 류호정 국회의원

원피스 복장·의원실 호칭 등 낡은 룰 따르기보다 새방식 시도 화제거침없는 행보에도 '직장동료' 50대 의원들과의 소통 쉽지 않아꼰대 문화 유행은 자유로운 표출 당연해진 세상 '획일적 통제' 거부감'베이지색 점프슈트에 흰색 운동화.'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겼다. 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정치 신인이다.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 등을 걷어낸다면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92년생 최연소 나이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류 의원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4.9세. 나이로만 치면 류 의원은 국회의 '평균값'에서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하다."제가 튀어 보이는 건 정말 유별나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소수인 청년이라서 무얼 해도 두드러져 보여서가 아닐까요. 원피스도 사실 평범한 업무 복장이고, 늘 하던 대로했을 뿐인데 논란이 된 거잖아요. 서로가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그의 말마따나 류 의원은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의 이미지를 투영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옷차림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부 여론에서 과거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국회 '백바지' 등원 논란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류 의원이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닌 국회의 낡은 '룰'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느 청년 의원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는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의원 소개란의 취미·특기 항목에 '게임'을 적었다. 과거 게임 업계 종사자였고,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그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류 의원이 권위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게임에 대한 편견과 제가 겪은 (대리 게임) 논란 등을 생각해 다른 걸 쓰자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하긴 싫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게임이 굉장히 익숙한 문화이고 놀이잖아요. 손으로 축구(게임)를 하는 게 익숙할 정도로요."류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관 등의 평균 나이는 만 34세로 젊은 편이다. 의원실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파격에 가깝다. 카카오 등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자랑하는 기업들처럼 서로의 별칭을 부른다. 류 의원은 '호정님'이라고 불린다. "의원실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 40대 중반 정도고, 저와 동갑인 분도 있어요. 나이 차이가 있으니 서로의 이름만 부르면 좀 어색할 것 같아서 닉네임을 부르기로 했어요. '쏜님', '캐리'처럼요. "거침없어 보이는 류 의원도 청년의 입장에서 기성세대와의 소통이 쉽진 않다. 매일 국회에서 만나는 50대 중반의 의원들은 그의 직장 동료인 셈이다. 류 의원은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말인 '라떼는 말이야'라는 식의 비공감 대화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소위 '꼰대 문화'가 유행하는 현상을 기성세대의 '획일적인 통제'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라고 분석했다."어떤 사람이 지금의 시대를 '독재는 알아도 위력은 모르는 사람과, 위력은 알아도 독재는 모르는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기성세대는 거대 권력과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사회구조를 바꿔냈잖아요. 지금 청년들은 그 이후 일상 속 위력에 저항하면서 살고 있어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내 말이 무조건 맞으니 따르라고 하는 식의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죠."류 의원은 청년, 젠더, 생태, 노동 등 기존 정치권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던 의제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포괄임금제폐지법과 채용비리처벌특례법·임금체불방지법·부당권고사직방지법 등 '청년 노동권 보호 3법'이 그 시작이다.임기가 종료되는 4년 뒤, 시민이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류 의원의 마지막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청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뷰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중년 남성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묻지 않잖아요. 청년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지금은 당연한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당연한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달에 이어 지난 15일에도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2020.9.21 /연합뉴스

2020-09-21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한상윤 초중고교장총연합회 이사장

사회적 고립 피하려 시작한 '침묵'… 발언권 약한 젊은층 위해 더 필요급변하는 시대… 직설적인 요즘세대의 사고·표현 불편한 감정도팍팍한 현실 물려줬다는 '부채의식'… 우리가 이해·양보 노력해야'꼰대'라고 불리는 기성세대도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말이 기성세대의 입에서 입으로 유행처럼 전해지기도 한다.지난 11일 서울 봉은초등학교에서 만난 59년생인 한상윤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은 이 말에서 '생존'이라는 의미를 떠올렸다.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 표현이지만 그는 기성세대가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처세라고 봤다. 한 이사장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일화가 있다. 그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교직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이 모임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의견을 반박했다가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상대방의 얼굴색은 차갑게 변했다. 그는 "이러다 모임에서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말 그대로 불상사였죠. 기분이 상한 그 친구에게 용서를 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상대방도 다행히 이해를 해줬습니다. 나름대로는 그를 아끼는 마음으로 했던 말인데,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식한테도 잘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타인에게 했던 거였죠. 다른 세대들과 만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발언을 아끼려고 합니다."30년 넘는 세월 동안 교직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한 이사장은 청년세대의 인식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한 인물이다. 몇 년 전까지 대학에서 강의도 해봐서 그가 지켜본 청년들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급변하는 요즘 세대의 사고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고 한다. 머리로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한다지만 가슴 한편에 끓어오르는 불편한 감정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2014년쯤 대학교에 강의를 나갔을 때 일입니다. 10년 전에도 대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요즘 세대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차이를 느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교수 평가가 매우 직설적이었습니다. 강의 중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일부 인용해 성별 간 차이를 설명했는데, 강의 평가에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수위 높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서운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 일에 대해 저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한 이사장이 '침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비단 개인의 생존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발언권이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상태라고 진단한 그는 변화한 시대상이 투영된 청년들의 이야기에 기성세대가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만났을 때 보통의 경우 나이 든 쪽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자기 이야기만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말할 기회를 기성세대가 줘야 한다는 것이죠. 사회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취업, 연애, 출산 등을 포기해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요구가 국가의 정책에 반영되는 통로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에 청년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한 이사장은 동년배인 기성세대의 역사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이 세대가 '꼰대'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청년세대의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의 팍팍함을 기성세대인 자신들이 물려줬다는 부채의식 때문이었다."저는 밀레니엄세대인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표현하는 것에 100% 동의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저희 세대가 자꾸 '노오오력'을 강조하니까 청년들은 거부감을 느낍니다. 노력을 이야기하기보다 기성세대가 가진 권력(자원)을 청년세대와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노력이겠죠."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빳빳한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코디한 한상윤 이사장과 캐주얼한 점프 슈트를 입고 노란색 백팩을 멘 류호정 국회의원의 모습. 각자의 일터에서 만난 이들의 근무 복장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인식 차이만큼이나 확연히 달랐다. 2020.9.21/기획취재팀지난해 열린 학교폭력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한상윤 이사장. 2020.9.21/교장총연합회 제공2020.9.21

2020-09-21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당신은 꼰대입니까?' 설문조사

압도적으로 지목 당한 기성세대·직장상사 등상당수 "말해도 안통해" 거리두고 소통 회피"어른들 말씀 좋은뜻 많아" 이해 노력 필요성다름 인정·존중하는 자세 '단절 해결책' 강조"당신은 꼰대입니까?"만약 자신이 부하 직원을 둔 50대 직장 상사이면서 평소 고집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꼰대 문화'의 당사자라는 의심을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떨까.경인일보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꼰대 문화와 관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 참여자 824명 가운데 689명(83.6%)이 주변에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다.이들이 꼰대라고 생각한 사람의 나이는 50대가 35.1%로 가장 많았고 60대(18.4%), 40대(14.4%), 70대 이상(7.9%) 순으로 기성세대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꼰대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384명(46.6%)이 직장 상사를 꼽았다. 두 번째로 많았던 '교사, 교수(19.7%)'와 무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응답자 가운데 54.9%(복수응답)는 '자기의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여겼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43.7%)',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43.1%)들'도 꼰대라고 지칭했다."예전에는 부서장보다 일찍 퇴근하거나 부서장이 회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원래 있던 약속도 취소할 정도였는데, 젊은 직원들은 안 그러잖아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저는 과장이니까 직원들이 이런저런 내용으로 서류를 들고 저한테 결재를 받으러 올 때가 있어요. 요즘 직원들은 결재 내용에 대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다 얘기하고 제 의견에도 반박하니까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50대 수원시 공무원 익명)평소 꼰대라고 생각한 사람과 마주쳤을 때 응답자의 65.2%(복수응답)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대답했다. 말 자체를 섞지 않도록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7.1%였다. '상대방의 잘못된 소통 방식을 지적'하거나 '함께 개선 방법을 찾겠다'며 적극적인 소통 의사를 밝힌 이들은 21.8%에 불과했다."어차피 다른 사람이고 내가 말해줘야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어느 순간 (소통하길) 포기하고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일단 넘어가고 서서히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수원 효원고 2학년 김예은 학생)응답자들은 거꾸로 본인이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비율이 44.4%(복수응답)로 가장 높았고, '역지사지를 실천한다'는 답변이 42.1%로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26.7%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굳이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요새는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꼰대일 수 있잖아요. 유연한 사고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흥 한국조리과학고 2학년 박광석 학생)설문 참여자 68.9%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는 '서로에 대한 공감대·호기심 결여(47.9%·복수 응답)', '일방적인 소통 방식(36.2%)', '권위적인 태도(24.3%)' 순으로 나타났다."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죠. 젊은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문제의식과 해결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60대 프리랜서 익명)반대로 응답자의 52.7%는 '꼰대 문화에서 기인한 세대 간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변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63.3%·복수응답)'와 '세대 간 존중(61.8%)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어르신들의 말씀 중에는 지적도 있지만 들으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언도 많습니다. 무조건 꼰대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르신들도 젊은 세대의 문화를 경험하며 함께 어울리는 노력을 해야 하고요." (30대 주부 익명)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좋든 싫든 아우러질 수밖에 없는 추석 명절이 코앞이다.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꼰대라는 표현이 유행하는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복수응답) 절반가량은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을, 30.3%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특성과 연관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은 '세대 간 단절'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대 구분 없이 누구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꼰대 문화' 속에서 이번 명절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저마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1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베이비부머 급격히 늘어나는 경기

올해는 베이비부머 맏이인 55년생이 '노인' 대열에 합류했다.지난 10년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인구가 매년 평균 1만명 넘게 늘어난 지역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유일하다.이들이 안고 있는 재취업, 부양 부담, 노후 준비 등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빈틈 없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20일 통계청에 확인해 본 결과 경기도 내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58~66세 인구는 지난달 기준 161만3천644명(남성 81만159명·여성 80만3천485명)이다. 이는 경기도 전체 인구인 1천337만714명 중 12.07%에 달한다.특히 경기도는 베이비부머 인구의 순 유입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만3천907명이 늘어났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순 유입 인구가 매년 2천~4천명 수준이거나 오히려 수천 명씩 줄어드는 타 시·도와 대조된다. 그만큼 경기도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정책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경기복지재단이 지난해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도내 중장년(50~64세)의 삶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인구 중 이들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가족 부양부담 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은퇴를 앞둔 경기도내 40~49세 인구의 고용률은 지난 2018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50~59세도 2018년 4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또 이들의 퇴직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고용 형태도 임시·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들 중장년층이 30대였던 지난 1998년만 해도 '부모부양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인식이 90%에 달했던 것과 달리 2016년엔 30.6%로 떨어진 상태다.과거 부모 부양에 온 힘을 기울였으나 현재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이른바 '낀 세대' 중장년층은 노동시장 참여가 높은 '일하는 세대'로 간주되면서 주요 복지정책에서 제외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이들의 질병, 실업, 산업재해 등을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개별 기업의 복지 등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지자체 차원의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0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고령화 빠르게 진행되는 인천

인천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인천은 베이비부머 비율이 지난 2018년 2월 기준 14.0%(41만3천192명, 통계청)로, 부산(15.9%)과 대구(14.3%)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인천 베이비부머의 건강·활동적 노화를 위한 정책과제(2018)' 등을 통해 인천 베이비부머의 생활상과 사회 인식, 지역의 고령화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찰했다.베이비부머 1천907명(1955~63년생은 전체의 52.2%)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연구보고서(표 참조)를 보면 응답자 중 58.6%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였다. 이들은 노부모를 돌보면서도 10~30대 자식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자녀를 둔 응답자의 28.5%는 자식이 취업할 때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어 교육기관 졸업(26.7%), 결혼(25.5%) 등의 순이었다. 베이비부머는 노부모를 보살피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커 보인다. 센터는 금전적(부모 3.23점, 자식 2.91점)인 부분을 비롯해 정서적·신체적 영역 등으로 나눠 부담 정도를 점수화했는데, 모두 자식보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더 부담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비율은 79.1%에 달했다. 평균 가구소득은 약 450만원으로, 응답자의 42.7%는 경제수준이 낮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높다고 한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중간(42.7%)이라고 했다.생활비 마련 부담(현재 2.56점→노후 2.30점)과 가구소득 충분도(현재 2.48점→노후 2.27점) 조사에선 노년기 삶에 대한 중장년층의 걱정을 엿볼 수 있다.노년기에도 계속 경제활동을 하겠다고 답한 59.0%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52.3%)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25.5%) ▲일을 하지 않으면 지루해서(6.1%) 등의 이유를 꼽았다. 이는 일자리 문제가 경제적인 측면 외에 건강 유지나 사회적 관계 등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이들은 인천에서 평균 19.25년을 살았다. 응답자 중 59.4%는 은퇴 후 지금의 거주지에서 계속 살겠다고 했다. 인천을 떠나 다른 시·도로 이사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6.6%에 그쳐 지역사회 차원의 맞춤형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0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1)그들이 걸어온 길]'82년생 지영이 아빠' 당신의 이름은

'한강의 기적' 산업화 주인공 5060 부모세대찬란했던 과거 지나고 '냉혹한 노후' 맞기도급변하는 세상속 '영수' '영숙'의 삶은 계속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끈 산업화 주역이자,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산아 제한 정책 도입기를 기준으로 이 시기의 출생자와 1968~1974년 출생자를 전·후기 또는 1·2차 베이비부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베이비부머의 맏이인 1955년생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되는 해이다.대한민국 현대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베이비붐 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산업 현장의 역군이면서 군부독재에 맞서 싸워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다. 오로지 가족과 국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쳤다.그렇게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은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는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찬란했던 과거의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초라하고 냉혹한 노후의 삶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경비원의 이야기 등을 다룬 어느 책 제목에 쓰인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단어는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급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일상의 빠른 변화는 기성세대들의 고립감을 더하고 있다.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도 마음 편히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경인일보는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 출생자 중 가장 흔한 남성 이름인 '영수'(여성 이름은 영숙)를 이번 기획의 제목으로 달았다. 가부장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남성 이름인 영수로 정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부모 세대인 '58년생 김영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58년생 김영수'중에 한 명 김원일경제발전·민주화 관통한 '세가지 삶'… 쉽지 않았던 가장의 선택 퇴직금 더 까먹기 전에 '카페 운영' 결심 자리잡나 했더니 결국 매출 줄면서 접어어렵게 택한 경비원 '갑질' 피해 당하기도옮긴 직장에선 저축도 하면서 보람 느껴직업 고민하는 또래에게 "힘내라" 응원1·4후퇴때 수원에 온 부모 밑에서 자라어릴적 꿈 '음대' 접고 은행원으로 첫발국가 힘들때 대출심사 등 역할 자부심 커6월 항쟁땐 '넥타이 부대'로 활약하기도IMF위기 10년 버티다 '퇴직' 눈앞이 캄캄저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58년생 개띠' 김원일입니다. 앞서 보셨을 3장의 사진은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담긴 저의 '인생 앨범'일 수도 있겠네요.빛바랜 사진은 남부럽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은행원', 가운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사진은 은퇴 이후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커피숍 사장',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가게를 접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저 김원일입니다.# 월남한 부모님 밑에서 58년 개띠로 태어나다1958년 2월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에 제 동갑내기가 100만명 가까이 출생했다죠? '1·4 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에서 수원으로 월남하고 수원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음대에 가고 싶었는데 은행원이 됐어요. 돌아가신 둘째 형님의 장래 희망을 대신 이룬 건데 중학교 때 매까지 맞아가며 주산 1단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서울로 유학을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수원에서 통학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던 서울 동대문상고(현 청원여고)를 나왔습니다. 그렇게 1981년 9월 반듯한 정장을 입고 국내 4대 은행으로 꼽히던 한 곳의 신입 행원이 됐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죠. 지금과 다르게 경제가 좋을 때여서 대졸 말고 고졸만 140명 정도를 뽑았으니까요.# 가족·나라 모두 살린 은행원의 자부심어릴 적 꿈인 음대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은행원이 된 덕분에 가족을 살렸어요. 둘째 형님 사업이 1979년 석유 파동으로 휘청였는데 직원 혜택으로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안의 큰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죠. 갖고 있던 주택 2채를 팔고 인천 부평으로 이사했는데 대출을 받아서 원래 살던 수원에서 집을 다시 장만할 수 있었어요. 복지 수준은 물론 사회적 지위도 꽤 높았습니다. 정부는 제가 다닌 은행의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었고 국내 4대 은행이다 보니 규모도 컸어요. 당시 유명했던 한보철강 같은 대기업 말고도 기술력은 있는데 자금이 없었던 중소기업도 대출을 받으려 줄을 섰었으니까요. 마침 제가 대출 심사와 신용 평가 업무를 맡았을 때라서 우리가 빌려 준 자금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정말 컸습니다. 그때 아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었었죠?# 6월 민주화 항쟁의 현장에서저는 1986년 서울 무교동 청계천 근처 영업지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때 대학생들이 매일같이 서울시청, 광화문, 청와대에서 민주화 시위를 했었죠. 이듬해인 1987년 4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씨가 호헌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해졌습니다. 하루는 최루탄을 맞은 학생 한 명이 우리 은행 건물로 들어와 몸을 숨긴 적도 있어요. 그해 6월 초, 전국으로 시위가 번졌고 우리 은행 직원들도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갔습니다. '넥타이 부대'라고 들어보셨죠? 영업시간에는 사무실을 지키다가 점심때나 쉬는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청계천부터 청와대까지 학생들과 같이 목이 찢어져라 외쳤죠.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약속한 6·29 선언이 나오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날까지 전 국민이 직접 대통령 뽑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내게도 1997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의 칼날이그 시절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맞았을 때보다 더 힘든 시기가 있었죠. 외환 위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이었습니다. 그해 은행에서 퇴사 압박이 있었는데 형님한테 "퇴직금을 준다는데 어쩌죠"하고 물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한참 키워야 할 자식이 둘이나 되는데 지금 일을 관두면 뭘 할 거냐"고 몇 시간 동안 야단을 맞았어요.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1999년 대전 영업본부에서 근무할 때도 "그만두라"는 언질을 받았어요. 그 뒤로 수원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시 성북구에 발령이 났을 때도. 그다음엔 멀지 않은 화성시 쪽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기피부서로 인사를 내더라고요. 나가라는 거였죠. 그렇게 10여년을 버티다가 2009년 2월 일을 관뒀습니다. 어느새 부쩍 자란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만 해결할 수 있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은행에서 퇴직금에 자녀 학비까지 얹어서 준다더라고요.# 오갈 데 없이 막막했던 퇴직 이후 삶퇴직금 수억원을 손에 쥐었는데도 청춘을 바친 직장을 잃고 우두커니 집에 앉아 있으니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노후 대비 같은 건 퇴직 전까지 생각도 못 했죠. 그렇게 1년 반을 집에만 있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했느냐고요? "함부로 치킨집 같은 거 차렸다가 망하는 거 순식간"이란 말을 주변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거든요. 겁도 많이 났었죠. 시청 일자리센터나 고용복지센터도 물론 가봤습니다. 은행원 경력을 살릴 만한 일자리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거나 월급이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거였어요. 네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인데 월급 100만원 짜리 일자리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죠. 그런데 야속하게도 매달 생활비는 500만~600만원씩 빠져나가더라고요. 1년 반이 지나고 나니 퇴직금 중 1억원이 사라졌습니다. 이젠 정말 '뭐라도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자영업', 만만한 게 아니었다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나 병원 안에서만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차릴 수 있었어요. 길거리의 개인 카페는 매출이 안 나올까 봐 불안했고 유명 프랜차이즈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꿈도 못 꿨는데 운이 좋았죠. 안산의 한 대학에서 2011년 가게를 열고 2년 정도까진 괜찮았어요. 인건비가 높아서 직원 없이 아내와 둘이서만 카페를 운영했죠. 학생들이 가족처럼 우리를 맞아줬고 카페 말고 매점도 같이 운영해 매출도 높았어요. 고생한 끝에 자리를 잡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 계약상 갑인 학교 측이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라는 거예요. 1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카페 운영 업체를 들이겠다는 거 아닙니까. 다행히 저희 카페 본사의 중개로 수원의 한 대학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곳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매출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도 2018년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생계 위한 나이 든 가장의 선택 '경비원'그땐 정말 은행 퇴직 직후보다 훨씬 막막했어요. 퇴직금이 전부 소진된 건 옛말이고, 큰 용기를 내서 시작했던 자영업도 실패하다 보니까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옛 은행 동료에게 연락해 봤더니, "나름 괜찮다"고 했어요. 투자 금액이랑 리스크(위험도)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봤죠. 그런데 가족들이 극구 반대를 했어요. 1년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문을 열어야 하고 생각보다 수입이 적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더군요. 결국, 생각해낸 게 경비원이에요. 정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경비원들이 입주민들한테서 폭행을 당하거나 갑질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겁이 많이 났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가족들 먹여 살리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데….# 우려가 현실로… '갑질' 피해자가 될 줄이야처음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소위 갑질을 당했습니다. 2018년 말이었죠. 우리를 관리하는 보안업체 실장이 경비대원들한테 점심시간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단결!"하고 거수경례를 하게 했죠. 그땐 그냥 따라서 했습니다. 동료들이 군말 없이 그렇게 하길래 '경비업계 군기가 원래 세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3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 그 외에도 무분별한 욕설은 물론 화장실 문 앞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게 하는 등 갑질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그 실장은 60대인 우리 경비원들의 막내 동생뻘 되는 사람이었어요. 참다못해 몇몇 동료들과 뜻을 모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 실장은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우리도 나중에 재계약을 못 하는 피해를 봤습니다. # 우리가 누굽니까! 멋진 인생 2막 위해 기운 냅시다! 은퇴 후 경비원이란 직업을 고민 중인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일단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첫 직장에선 심한 갑질도 당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아파트 단지의 보안업체는 경비원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거든요.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입주민도 많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저축도 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노후 대비를 이제야 시작한 셈이죠. 월급이 많았던 은행원 시절엔 정작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저축을 한 푼도 못 했어요. 경비원이란 직업의 이미지나 급여 수준과 관계없이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물론 민주화까지 이끈 베이비부머 아닙니까! 어깨 쭉 펴고 힘냅시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4일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9.20 /기획취재팀한국 경제성장이 활발했던 1987년 당시 5월 18일자 경인일보 지면 캡쳐. 해당 기사는 1987년 1분기에 15.6% 실질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인일보DB1987년 고 박종철 군 명동성당 추도대회 관련 사진. /경인일보DB지난 4일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9.20 /기획취재팀지난 2015년 용인에서 진행된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박람회 /경인일보DB

2020-09-20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58년생 김영수'중에 한 명 김원일

퇴직금 더 까먹기 전에 '카페 운영' 결심 자리잡나 했더니 결국 매출 줄면서 접어어렵게 택한 경비원 '갑질' 피해 당하기도옮긴 직장에선 저축도 하면서 보람 느껴직업 고민하는 또래에게 "힘내라" 응원1·4후퇴때 수원에 온 부모 밑에서 자라어릴적 꿈 '음대' 접고 은행원으로 첫발국가 힘들때 대출심사 등 역할 자부심 커6월 항쟁땐 '넥타이 부대'로 활약하기도IMF위기 10년 버티다 '퇴직' 눈앞이 캄캄저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58년생 개띠' 김원일입니다. 앞서 보셨을 3장의 사진은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담긴 저의 '인생 앨범'일 수도 있겠네요.빛바랜 사진은 남부럽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은행원', 가운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사진은 은퇴 이후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커피숍 사장',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가게를 접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저 김원일입니다.# 월남한 부모님 밑에서 58년 개띠로 태어나다1958년 2월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에 제 동갑내기가 100만명 가까이 출생했다죠? '1·4 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에서 수원으로 월남하고 수원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음대에 가고 싶었는데 은행원이 됐어요. 돌아가신 둘째 형님의 장래 희망을 대신 이룬 건데 중학교 때 매까지 맞아가며 주산 1단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서울로 유학을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수원에서 통학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던 서울 동대문상고(현 청원여고)를 나왔습니다. 그렇게 1981년 9월 반듯한 정장을 입고 국내 4대 은행으로 꼽히던 한 곳의 신입 행원이 됐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죠. 지금과 다르게 경제가 좋을 때여서 대졸 말고 고졸만 140명 정도를 뽑았으니까요.# 가족·나라 모두 살린 은행원의 자부심어릴 적 꿈인 음대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은행원이 된 덕분에 가족을 살렸어요. 둘째 형님 사업이 1979년 석유 파동으로 휘청였는데 직원 혜택으로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안의 큰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죠. 갖고 있던 주택 2채를 팔고 인천 부평으로 이사했는데 대출을 받아서 원래 살던 수원에서 집을 다시 장만할 수 있었어요. 복지 수준은 물론 사회적 지위도 꽤 높았습니다. 정부는 제가 다닌 은행의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었고 국내 4대 은행이다 보니 규모도 컸어요. 당시 유명했던 한보철강 같은 대기업 말고도 기술력은 있는데 자금이 없었던 중소기업도 대출을 받으려 줄을 섰었으니까요. 마침 제가 대출 심사와 신용 평가 업무를 맡았을 때라서 우리가 빌려 준 자금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정말 컸습니다. 그때 아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었었죠?# 6월 민주화 항쟁의 현장에서저는 1986년 서울 무교동 청계천 근처 영업지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때 대학생들이 매일같이 서울시청, 광화문, 청와대에서 민주화 시위를 했었죠. 이듬해인 1987년 4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씨가 호헌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해졌습니다. 하루는 최루탄을 맞은 학생 한 명이 우리 은행 건물로 들어와 몸을 숨긴 적도 있어요. 그해 6월 초, 전국으로 시위가 번졌고 우리 은행 직원들도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갔습니다. '넥타이 부대'라고 들어보셨죠? 영업시간에는 사무실을 지키다가 점심때나 쉬는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청계천부터 청와대까지 학생들과 같이 목이 찢어져라 외쳤죠.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약속한 6·29 선언이 나오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날까지 전 국민이 직접 대통령 뽑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내게도 1997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의 칼날이그 시절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맞았을 때보다 더 힘든 시기가 있었죠. 외환 위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이었습니다. 그해 은행에서 퇴사 압박이 있었는데 형님한테 "퇴직금을 준다는데 어쩌죠"하고 물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한참 키워야 할 자식이 둘이나 되는데 지금 일을 관두면 뭘 할 거냐"고 몇 시간 동안 야단을 맞았어요.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1999년 대전 영업본부에서 근무할 때도 "그만두라"는 언질을 받았어요. 그 뒤로 수원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시 성북구에 발령이 났을 때도. 그다음엔 멀지 않은 화성시 쪽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기피부서로 인사를 내더라고요. 나가라는 거였죠. 그렇게 10여년을 버티다가 2009년 2월 일을 관뒀습니다. 어느새 부쩍 자란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만 해결할 수 있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은행에서 퇴직금에 자녀 학비까지 얹어서 준다더라고요.# 오갈 데 없이 막막했던 퇴직 이후 삶퇴직금 수억원을 손에 쥐었는데도 청춘을 바친 직장을 잃고 우두커니 집에 앉아 있으니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노후 대비 같은 건 퇴직 전까지 생각도 못 했죠. 그렇게 1년 반을 집에만 있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했느냐고요? "함부로 치킨집 같은 거 차렸다가 망하는 거 순식간"이란 말을 주변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거든요. 겁도 많이 났었죠. 시청 일자리센터나 고용복지센터도 물론 가봤습니다. 은행원 경력을 살릴 만한 일자리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거나 월급이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거였어요. 네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인데 월급 100만원 짜리 일자리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죠. 그런데 야속하게도 매달 생활비는 500만~600만원씩 빠져나가더라고요. 1년 반이 지나고 나니 퇴직금 중 1억원이 사라졌습니다. 이젠 정말 '뭐라도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자영업', 만만한 게 아니었다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나 병원 안에서만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차릴 수 있었어요. 길거리의 개인 카페는 매출이 안 나올까 봐 불안했고 유명 프랜차이즈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꿈도 못 꿨는데 운이 좋았죠. 안산의 한 대학에서 2011년 가게를 열고 2년 정도까진 괜찮았어요. 인건비가 높아서 직원 없이 아내와 둘이서만 카페를 운영했죠. 학생들이 가족처럼 우리를 맞아줬고 카페 말고 매점도 같이 운영해 매출도 높았어요. 고생한 끝에 자리를 잡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 계약상 갑인 학교 측이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라는 거예요. 1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카페 운영 업체를 들이겠다는 거 아닙니까. 다행히 저희 카페 본사의 중개로 수원의 한 대학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곳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매출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도 2018년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생계 위한 나이 든 가장의 선택 '경비원'그땐 정말 은행 퇴직 직후보다 훨씬 막막했어요. 퇴직금이 전부 소진된 건 옛말이고, 큰 용기를 내서 시작했던 자영업도 실패하다 보니까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옛 은행 동료에게 연락해 봤더니, "나름 괜찮다"고 했어요. 투자 금액이랑 리스크(위험도)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봤죠. 그런데 가족들이 극구 반대를 했어요. 1년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문을 열어야 하고 생각보다 수입이 적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더군요. 결국, 생각해낸 게 경비원이에요. 정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경비원들이 입주민들한테서 폭행을 당하거나 갑질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겁이 많이 났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가족들 먹여 살리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데….# 우려가 현실로… '갑질' 피해자가 될 줄이야처음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소위 갑질을 당했습니다. 2018년 말이었죠. 우리를 관리하는 보안업체 실장이 경비대원들한테 점심시간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단결!"하고 거수경례를 하게 했죠. 그땐 그냥 따라서 했습니다. 동료들이 군말 없이 그렇게 하길래 '경비업계 군기가 원래 세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3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 그 외에도 무분별한 욕설은 물론 화장실 문 앞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게 하는 등 갑질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그 실장은 60대인 우리 경비원들의 막내 동생뻘 되는 사람이었어요. 참다못해 몇몇 동료들과 뜻을 모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 실장은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우리도 나중에 재계약을 못 하는 피해를 봤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멋진 인생 2막 위해 기운 냅시다! 은퇴 후 경비원이란 직업을 고민 중인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일단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첫 직장에선 심한 갑질도 당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아파트 단지의 보안업체는 경비원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거든요.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입주민도 많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저축도 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노후 대비를 이제야 시작한 셈이죠. 월급이 많았던 은행원 시절엔 정작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저축을 한 푼도 못 했어요. 경비원이란 직업의 이미지나 급여 수준과 관계없이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물론 민주화까지 이끈 베이비부머 아닙니까! 어깨 쭉 펴고 힘냅시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9.20 /기획취재팀, 연합뉴스

2020-09-20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1)그들이 걸어온 길]'82년생 지영이 아빠' 당신의 이름은

'한강의 기적' 산업화 주인공 5060 부모세대찬란했던 과거 지나고 '냉혹한 노후' 맞기도급변하는 세상속 '영수' '영숙'의 삶은 계속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끈 산업화 주역이자,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산아 제한 정책 도입기를 기준으로 이 시기의 출생자와 1968~1974년 출생자를 전·후기 또는 1·2차 베이비부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베이비부머의 맏이인 1955년생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되는 해이다.대한민국 현대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베이비붐 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산업 현장의 역군이면서 군부독재에 맞서 싸워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다. 오로지 가족과 국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쳤다.그렇게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은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는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찬란했던 과거의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초라하고 냉혹한 노후의 삶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경비원의 이야기 등을 다룬 어느 책 제목에 쓰인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단어는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급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일상의 빠른 변화는 기성세대들의 고립감을 더하고 있다.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도 마음 편히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경인일보는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 출생자 중 가장 흔한 남성 이름인 '영수'(여성 이름은 영숙)를 이번 기획의 제목으로 달았다. 가부장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남성 이름인 영수로 정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부모 세대인 '58년생 김영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9-20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3·끝)밀려오는 해양시대]지속 가능한 내일, 바다를 다시 보다

4차 산업시대 '미세조류 연구' 주목현시대 자원부족 문제 해결 실마리폐어구등 자원순환 '환경보호' 지지바다의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 주로 어업과 수산물 가공 등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했던 시대를 지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일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그간 바다는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산물을 채취하고 이를 가공하는 일이 주를 이뤘고, 무역의 통로 등 전통적 역할에 국한돼 첨단산업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식의 변화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다른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와 '사업성'이라는 수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바다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미세조류 연구다. 지금까지 확인된 미세조류의 종류만 4천여 종에 달하지만 대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조류 관찰이 쉬워지고 이를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새로 개발되면서 그 전에 몰랐던 미세조류의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고 있다.바이오매스로 대표되는 에너지원 개발은 점차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만성적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실마리를 안겨줬으며, 일부 미세조류에서는 이산화탄소 저감과 폐기물 분해, 미세먼지 개선 등의 기능이 확인되면서 환경분야가 새 국면을 맞았다. 이밖에도 미세조류를 통한 신소재, 신물질 등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면서 의료분야 등에서도 바다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바다와 환경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서 발전하는 분야도 있다.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많은 소비자들이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타트업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명품브랜드까지도 '가치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친환경 제품으로 무장하고 나섰다.과거 '활용의 대상'으로만 봤던 바다를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바다에 버려졌던 폐 어구나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해 다시 처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를 바다와 환경을 사랑하는 심벌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탄생하고 있다.무엇보다 바다에서 발굴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환경을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미 파괴된 환경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어업 등과 시너지를 일으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해양 폐기물 등을 활용한 신산업이 떠오르면서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았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서비스 분야인 생태 관광과 업사이클링 산업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8-26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코오롱스포츠 '노아 프로젝트'

대기업에서도 폐기물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내놓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2016년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물을 원재료로 활용하는 '노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올해 6번째를 맞은 이 프로젝트는 바다에서 나온 폐 그물과 폐 페트병 등을 이용해 섬유 원자재를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택에 재생지를 사용하고 매장에서 사용하는 옷걸이를 천연 원료로 제작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친환경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업사이클링 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많은 가공 과정에서 비용이 필요해 사실상 수익성만 보자면 시작조차 꺼리게 되는 프로젝트다. 기존 소재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자면, 리사이클링 소재의 생산 단가는 일반 소재보다 5~10%의 생산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 한 번에 많은 양의 원사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제품을 내놓을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는 위험성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또 재단에서 염색 과정까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일정수준의 '각오(?)'가 필요한 상황이다.코오롱스포츠는 노아 프로젝트가 소비자의 달라진 신념과 가치관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이제 옷이란 단지 '입는다'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중점을 두는 '가치'를 표현하는 매개체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작은 물건 하나를 구매해도 자신의 신념을 나타내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또 친환경 소재가 가지는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상징성은 단순히 옷 한 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다시 볼 수 없을 위기에 놓인 동식물들을 되돌아본다면 이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건 고민할 부분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KOOK'에서 김포 대명항에서 쓰던 꽃게잡이용 통발을 이용해 전등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양여대 제공

2020-08-26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인천항만공사 '씨어클' 론칭… 재활용품 가치, 같이 알리기

공기업에서도 해양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6월 해양 폐기물 중 플라스틱을 활용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브랜드 'SEARCLE(씨어클)'을 론칭했다.'씨어클'은 '아름다운 바다를 위한 자원순환 실현'이라는 주제로 Sea(바다)와 Recycle(재활용)을 합성해 바다를 위한 재활용품으로 이뤄낼 'Miracle(기적)'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인천항만공사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반영한 시제품을 제작하고, 추후 해양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상품을 제작하는 방안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LNG 연료추진 예선과 친환경 방충재 등 R&D 시제품에 활용하고, 친환경 소재 종이백과 연필, 마스크, 칫솔 등으로 구성된 웰컴 키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사옥 내 인테리어와 임직원들의 명함을 제작하는 데 사용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인천항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새로 디자인해 이용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만드는 것으로 환경이 가진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며 "환경 친화적 경영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8-26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한양여대 브랜드 'KOOK'

조업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폐기물에 지역 특색을 담은 업사이클링 제품이 가치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어업 방식에 따라 각양각색의 폐기물이 나오는데, 디자이너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거쳐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한양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강동선(44) 교수와 니트패션디자인과 강희명(50) 교수가 4년째 이끌어가는 해양 폐기물 업사이클링 브랜드 'KOOK'은 지난 2017년 해양수산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작됐다.폐그물로 새 가방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는 쉽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강동선·강희명 교수는 2년간 국내 어촌 곳곳을 방문해 주요 산업부터 인구, 생활 모습 등을 눈에 담고 그 영감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지역과의 상생도 KOOK의 특징 중 하나다. 선별한 폐그물을 세척해 재단하는 1차 가공은 어촌 주민들이, 부자재를 연결하는 수작업은 도시 자활단체와 경력단절여성들이 맡았다. 바다에서 나온 폐기물이 어촌 주민들과 사회적 약자, 취업 취약계층 등에게 골고루 수입을 안겨주는 셈이다. 두 강 교수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환경보호'와 '실용성'의 가치에 비해 '심미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야 하는 것. 크기가 큰 에코백부터 젊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히프색이나 스트랩 파우치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출시했다.아울러 가방엔 환경 오염의 주범인 폐기물 사진과 'No Plastic'이라는 문구를 담아 바다가 가진 가치를 전달하고, 또 소비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포인트다. 이밖에도 여러 해양 폐기물을 이용해 실생활에 유용한 자원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엔 김포 대명항에서 꽃게잡이용 통발 200개를 태양광 전등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전등 디자인에 참여하고 충남 보령의 한 마을 길목에 설치했다.KOOK은 지난해 업사이클링 산업 선진국인 EU와 캐나다로부터 상품 수백개를 주문받아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강동선 교수는 "소비자들이 과시용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것에서 벗어나 최근엔 스스로 만족감을 얻고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만큼 우수한 디자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젠 업사이클링이 가진 가능성을 단순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한양여대 해양폐기물 업사이클링 브랜드 'KOOK'에서 버려진 그물을 염색해 가방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8-26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해양산업 구원투수 '가치 소비']바다 지키는 착한 씀씀이

'가치 소비'가 해양산업의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가치 소비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소비성향을 뜻하는 말로, 환경보호나 인권운동과 같이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를 담은 상품이라면 같은 티셔츠, 같은 커피 한 잔에도 더 많은 값을 지불할 의사를 가진 적극 소비자들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가치 소비가 바다의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폐 어구나 버려진 플라스틱 등에 가치를 부여하고 높이기 때문이다. 해양 폐기물로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환경 정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이 전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기물을 활용한 상품은 생산단가가 높아 일반 상품보다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선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어 가치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해양쓰레기는 17만6천807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양 쓰레기는 해양생물을 직접 죽이기도 하지만, 미세플라스틱과 같이 체내에 축적돼 서서히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바다 청소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역시 140t급 바다 청소선 '경기청정호'를 건조 중으로, 올 연말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간 해양 쓰레기는 육지로 건져와 다시 폐기처리했지만, 지난 2011년 이탈리아 섬유 생산 업체 아쿠아필이 낚시 그물과 방직용 섬유에서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섬유 '에코닐'을 생산하면서 환경과 부가가치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에코닐은 기존의 나일론 소재와 동일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생분해성 원료로 이뤄져 새로운 소재로 반복적인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현재 프라다와 멀버리,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등에서도 이같은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해양 쓰레기 본연의 모습을 살린 제품 등으로 가치 소비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기업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앞당기고 있다. 인천에서는 인천항만공사가 수중 폐기물을 수거해 항만 설비에 들어가는 방충재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부산시 해운대구는 폐기되는 비치파라솔로 가방과 손지갑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8-2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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