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탈중심화 가속… 다가오는 '비대면 사회'

270명 접속 '온라인 골든벨'학교가 바뀐다남양주 동화고, 쌍방향 수업 도입"작년부터 준비, 활용 연구"# 지난 4월 22일, 과학의 달을 맞아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에서 '사이언스 골든벨 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문제를 듣고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찾아 제출했다. 진행 담당 교사가 제출된 답을 훑어보고, 재치있는 오답을 쓴 학생에게 초콜릿이나 비타민 음료 같은 작은 상품을 따로 챙겨주기도 하며 진행의 묘를 발휘했다. 정답이 발표되면 기뻐하거나 실망할 새도 없이 학생들은 다음 문제에 집중했다. 2020 사이언스 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270명으로 역대 골든벨 대회 중 가장 많다. 강당을 가득 채울만한 인원이지만 보드에 정답을 적는 분주한 손길과 친구들의 응원 소리, 현장을 달구는 열기는 아쉽게도 없었다. 사실, 그 시간 학교는 비어 있었다.참가 학생 270명은 각자의 집에서 학교 구글 계정에 접속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문제를 듣고 정답은 따로 고지된 온라인 주소에서 기입해 제출했다. 문제를 듣고 검색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인터넷 창을 이리저리 넘기며 답을 찾기에는 빠듯했다. 2학년에서 1등을 차지한 박주빈 학생은 "문제가 어려웠지만 모든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풀었다"며 "혼자였지만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1시간을 보냈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렸다. 1학년 임찬영 학생은 "고등학생이 됐지만, 등교를 하지 않고 있던 때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참가자와 경쟁을 했다"며 "온라인으로 활동을 함께 하니 좋았고, 문제가 어려웠지만 평소 잘 읽지 않던 과학 자료를 읽게 되고 학습에 자극이 됐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이번 '온라인' 사이언스 골든벨이 진행된 장소는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다. 동화고 최강 팀워크를 자랑하는 과학환경부 선생님들은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과학의 달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 내부에서 크로마키판을 설치하고 온라인 골든벨을 진행하려던 참에 전국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원격수업 현장 안착을 위한 온라인 강의 제작 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와 장비, 기술지원을 받았다. 골든벨 진행을 맡은 박종일 선생님은 "마침 남양주에 이런 기관이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학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났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장차 학교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지난달부터 학생과 선생님들은 부분적으로 만나고 있다. 일부 등교를 하고 일부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 서로 서먹한 상태로 중간고사를 보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도 있다. 3학년 김수민 학생은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쌍방향 수업이 집중도가 높아져서 좋았다"며 "화면에 선생님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내 모습도 보이니까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동화고는 계속해서 수업 외 활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에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연회를 열었다. 이 학교를 졸업한 권기풍 박사가 기꺼이 강연에 나섰다. 권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귀국해 있던 참이다. 그의 강연을 90명의 학생들이 들었다. 매년 특강을 진행했지만 장소 문제로 40여명만 신청을 받았는데,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 오는 7월에는 실험 꾸러미를 배부하고 온라인 실험을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화고등학교처럼 100%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인터넷을 활용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학교는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온라인 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은영 부장교사는 "작년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면서 조금 빨리 진행하게 됐다"며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운영뿐 아니라 평가, 다양한 활용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직장에서 일' 고정관념 변화대도심 해체로불특정 장소 업무 가능 확인기업들 이탈 '엣지시티' 형성 예상# 콘텐츠 관련 일을 하는 A씨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부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찌감치 실천할 수 있었다. 방 하나를 사무실로 삼아 근무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일했다. 4살 아이에게 일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초반에는 아이와의 기싸움으로 힘들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니 집에 있는 아빠와 놀겠다고 보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협조(?)했다. A씨의 회사가 일찌감치 재택근무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외부 어디서든 회사 서버에 접속해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고, 많은 인원이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다. 불특정 장소에서 업무가 가능했는데, 감염병으로 특정 장소인 집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A씨는 코로나19가 재택근무로 향하던 속도를 높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 다수의 직원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택근무가 시작된 이유가 코로나19인 만큼, 확산세가 주춤하자 예전 근무 방식으로 돌아갔다. A씨는 "일은 직장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갖추어진 인프라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불안감 없이 직장에 모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코로나 시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언택트(Un+Contact,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다.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힘겨운 변화의 상당 부분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인천 송도에서 플리마켓이 온라인으로 열렸고, 인천시는 정책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성남 분당의 한 게임회사는 '랜선 회식'을 열어서 눈길을 끌었고, 경기아트센터 국악원은 올해 첫 공연을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우리는 만나지 않고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4차산업 혁명의 한복판에서 코로나와 만났다. 페스트 시절과 비교하면 꽤 희망적이다.경기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도시발전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4차산업 혁명에 의한 네트워크 발전이 대면 접촉의 필요성을 줄이고, 주거 형태는 직장과 집이 가깝다는 의미의 '직주근접'에서 더 나아가 '직주일체'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업들이 도심 업무 지역에서 빠져나가 도심과 부도심의 역할이 줄어드는 한편, 교외화가 진행되면서 중소도시들이 자족형 '엣지 시티(교외도시)'로 형성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도시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와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 영역은 교육이다. 많은 학자들이 초지능, 초연결 사회가 되면 장소로서의 학교의 의미가 퇴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는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준비 과정에 감염병 바이러스의 출현은 계획에 없었지만,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강력한 요인이 됐다.코로나19는 재택·원격근무와 원격 학습을 부추겼다. 덩달아 비대면 구매가 크게 늘었고 원격의료 서비스가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한국노동연구원 4월 주요노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부터 열흘간 426개 사업장, 6천241명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지원을 신청했다. 이 중 재택근무 신청이 3천792명(60.8%)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재택근무 신청인원(317명)의 약 12배에 달한다. 가속화 한 것이 있는 반면, 멈추어 선 것도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줄었고,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폐쇄됐다. 국토교통부의 국토이슈리포트 17호에 따르면 3월 첫째주 대중교통 이용객은 고속버스는 -69%, 택시 -32%, 시내버스 -32%, 전철은 -38%였다. → 그래프 참조1천727석 규모의 '아트센터인천'은 올해 신년음악회를 끝으로 더는 공연을 열지 못했다. 상반기 공연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10월 공연마저 취소됐다.편리한 교통과 수준 높은 문화시설 등 도시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믿었던 시설들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시설은 올해만큼은 경계의 대상이 됐다. 이를 계기로 도시 전체의 변화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는데, 도시와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예상이 한결 타당하게 여겨진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

2020-06-23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건축가 유현준이 말하는 '도시의 재구성'

위치만 달라졌을 뿐 공간체계 같아1·2기와 차이 미미… 베드타운 양산경인 구도심 대부분 '서울 복제품''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교육도 변화전교생 개념 시대 맞춰 달라질 수도필수 기능만 하는 '위성 학교' 고민테라스등 집의 실내공간 요구 증가지역 '빈 시설' 사회 요구따라 이용도시와 건축에 대한 참신한 해석으로 주목받은 건축가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변화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파리가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 물을 매개로 전파하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하수도를 설치해 전염병에 강한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것처럼, 한국의 도시도 매력을 갖출 기회이자 우리 생활을 둘러싼 공간과 시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그를 직접 만나 코로나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아니다. 위험한 시기가 지나면 예전과 똑같이 돌아갈 것이다'라는 의견이 모두 나옵니다."12시로 향하던 방향이 3시나 6시 방향으로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2시 정도로는 갈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이 근대화된 게 50~60년 됐다고 하면 그동안 한 번도 의구심을 지니지 않았던 데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어요. '회사나 학교를 가지 않아도 일하고 공부할 수 있구나'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왜 3시나 6시가 아니라 2시 방향으로 가냐 하면, 본래 12시로 밀어왔던 힘, 본능적으로 푸시(push)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바뀌지는 않고 방향이 수정될 것 같습니다." - 변화의 중심에 학교가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회사도 집도 변했는데, 학교는 어떻게 바뀔까요?"학교수업이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학교는 낮 시간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탁아소 기능, 공동체를 체험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온라인으로 대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학교의 모습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간격이요. 초등학교는 몇㎞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그게 반경 2~3㎞ 내에 있는 마을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좋을지 하나의 초등학교를 10개로 쪼개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면 돼요. 많은 사람이 모일 때 전염병이 한 번에 퍼질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 학교 같은 대규모 집합시설은 별로 없습니다. 어찌보면 회사보다 커요. 100명 넘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학교는 동네마다 몇백 명씩 모여 있잖아요.'전교생'이란 개념을 굳이 사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우리 시대의 개념과 다른 세대의 '전교생' 개념이 다를 수 있어요. 아이를 봐주고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300명이 다니는 학교를 얼마든지 쪼갤 수 있습니다. 세틀라이트(satellite·위성) 스쿨 같은 거죠. 작은 학교를 여러 군데 만들어서 필수적인 기능만 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교육이란 게 누군가 '학교는 9시까지 와야 하고, 하교는 4시에 하는 거야', '한 선생님이 한 교실을 담당하자'는 걸 정하고 그런 것에 의해 100년 정도의 교육이 결정된 것이거든요.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사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이런 걸 고민하고 구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향후 100년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도시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도시들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앞으로 도시계획을 할 때는 코로나19로 발생한 변화를 감안해야 합니다. 3기 신도시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3기 신도시는 위치만 달라졌을 뿐 공간 체계가 같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진 게 없어요.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더 이상 그런 식의 신도시 계획을 세우는 건 그만둬야 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베드타운을 만드는 방식인데, 사실 1· 2기 신도시와의 차이도 모르겠어요. 시기의 차이일 뿐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내놨는데 보닛과 그릴만 바꾼 수준인 거죠. 지금 도시 계획은 몇백만 명이 아침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동시에 이동하는 걸 고려해서 짜여졌는데 이런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경인 지역에 있는 구도심이라 할 만한 곳들은 대부분 서울의 카피(copy·복제품)된 모습이에요. '오리지널(원본)'이 있고, '카피'가 있다면 오리지널에 가지 카피에 머물지 않을 겁니다. 로컬 만의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고, 3기 신도시에는 '매력포인트'가 없으니 다른 방식의 도시 계획이 필요해요." - 집의 변화도 나타날까요?"벌써부터 건축 의뢰하시는 분 중에 실내 공간을 키워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예전엔 테라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잘 안 듣더니 지금은 테라스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만 머물러 본 경험 때문이에요. 침실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침대가 침실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요. 예전에 요와 이불로 생활할 때는 개어 놓으면 그 자리가 밥 먹는 공간이 됐잖아요. 지금은 침대라는 가구가 들어간 자리는 하루 8시간만 사용하는 죽은 공간이 됩니다. 예전에 낮에 밖에서 생활할 때는 그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집에만 있으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접을 수 있는 침대, 가변형 침대 같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실내에서도 야외를 볼 수 있는 테라스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거에요." -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대규모 인구가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설들, 예를 들어 크루즈터미널이나 컨벤션센터, 공연장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모이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시설들은 사용을 못하게 되는 걸까요?"도시의 빈 공간이나 비게 된 시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했지만 만들지 못했던 도서관 같은 걸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크루즈 여객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면, 그 시설은 물 위에 떠 있어서 완벽히 격리됐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병원으로 쓰기 적합한 거죠. 건강검진센터로 쓸 수도 있구요. 나머지 시설은 차차 이용 방법을 고려해봐야겠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은 역을 개조한 거고 루브르 박물관도 궁전이었던 곳이잖아요. 보물을 쌓아놓고 있다가 그냥 박물관으로 바꿔 쓰기로 한 거에요. 목적에 맞지 않아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시설이나 공간은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용도를 바꿔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기획취재팀■ 유현준은…▲ 1996.01 ~ 1996.12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아크 랩▲ 2003.01 ~ 2005.02 리차드 마이어 아키텍츠▲ 2005.03 ~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2007.10 현준유아키텍츠 대표 건축가▲ 2009.12 ~ 2010.12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환교수▲ 2010.10 한국현대건축 아시아전 초대작가▲ 2013.04 ~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2019.04 스페이스컨설팅그룹 설립▲ 2019.04 ~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건축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스머프 마을 같은 '위성 학교' 상상도.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0-06-23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3·끝)로컬의 미래]텅 빈 인천항크루즈터미널… '지역 인프라'에 주어진 숙제

국내 최대 규모 불구 '개점휴업'"시스템 앞세운 위기 극복 관건"체육시설 등 전반적 논의 시급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역 공공인프라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공연장과 체육관, 학교 등의 인프라는 반년 가까이 가동이 멈춰서며 무용지물이 됐다. 인천지역 주요 관광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지난 10일 찾아간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22만5천t급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하도록 1천18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로 만든 이 터미널도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1·2층 출입국장은 텅 비었고, 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각각 40억원짜리 '갱웨이(Gangway)' 두 기를 떠받치는 주행 레일은 녹슨 채였다. 430m 길이 부두 안벽에는 화려한 크루즈선 대신 세계적 불황에 갈 곳을 잃은 자동차 수송선이 정박 중이다. 크루즈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항시설관리센터의 정순용 소장은 "빈 부두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곳 터미널을 찾은 크루즈선이 단 1척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오기로 한 크루즈선은 모두 23척이었다. 상반기 14척이 취소됐고 나머지 9척마저 곧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2012년 인천항만공사 의뢰로 진행된 '인천항 크루즈 승객·시설 수요 추정 및 사업성 검토 용역' 결과는 수도권에 크루즈선이 2015년 89항차(관광객 12만2천명), 2020년 128항차(17만6천명), 2025년 186항차(25만5천명), 2030년 270항차(37만명)로 예측했다. 하지만 당시 '감염병'이라는 변수는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본 해상에서 7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발생시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았다.크루즈산업과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종말을 맞을 거라는 비관론과 어떻게든 기술적으로 답을 찾아낼 거라는 낙관론이 업계와 전문가그룹에서 뒤섞여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에서도 크루즈 분야는 가장 마지막에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강숙영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당분간 크루즈터미널과 같은 인프라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위기이긴 하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며 "타이태닉호 침몰 이후 아무도 크루즈를 타지 않을 거라 했지만 100년동안 큰 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안전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가를 지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코로나19를 계기로 공연장, 운동장, 학교 등 기존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창수 전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도시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한 인프라들이 지금은 오히려 '위험공간'이 됐다"면서 "적어도 지난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올해 인프라들이 무용지물과 다름없음이 확인된 만큼 이러한 문제를 대처하고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인천항크루즈터미널에 관광객을 태운 호화 크루즈선 대신 자동차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1천180억원이 투입돼 22만2천t급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져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단 한 척의 크루즈선도 입항하지 않았다. /기획취재팀텅 빈 인천항크루즈터미널 /기획취재팀텅 빈 인천항크루즈터미널 /기획취재팀

2020-06-23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2)로컬의 가치]위기때 더 빛났다 '지자체의 존재감'

'정부 손길' 안닿는 극저신용 등 틈새지원사는 곳 따라 다른 기본소득 '소속감' 확인코로나 정책 대다수가 '지방정부 손' 거쳐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가 그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던 지역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내가 사는 '지역'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자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특히 눈부셨는데, 중앙정부가 살피기 어려운 사각(死角)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며 지방정부의 존재 가치를 지역 주민에게 각인시켰다.경기도는 지난 4월 '경기 극저신용대출'을 시행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여서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경기 경색으로 이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극저신용대출은 모두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으로 이뤄진다. 인천시는 학교 졸업 2년이 지난 구직 청년에게 월 50만원 취업활동비를 지원하는 '구직청년 드림체크카드' 사업을, 제조업·무역업 등 지역 중소기업에 최대 7억원까지 경영안정자금 융자 이자를 보전해주는 '경영안정자금 이차보전', 활동이 위축된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인 재난지원금' 등을 자체 예산으로 진행했다. 정부가 거시적인 지원을 펼칠 때, 사이사이의 빈 틈새를 메워주는 정책인 셈이다.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받게 되는 지원이 달라지는 경험은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두드러진다. 화성시는 화성시민이면서 화성시에 사업자 등록을 한 소상공인에게 '소상공인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 화성시에서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더라도 화성시민이 아니고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경기도는 기초단체별로 지급한 지자체 재난기본소득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로 거주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졌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괄적인 혜택을 받는 '국민'이 아니라 '○○도민', '○○시민', '○○군민'이라는 이유로 지원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경기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정부는 큰 틀에서 지원을 하지만 소소한 디테일을 놓칠 때가 있다. 주민과 밀착해 있는 지방정부는 그런 디테일을 포착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고, 화성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시민들 스스로가 어디에 사느냐가 왜 중요한지 느끼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지원 정책은 전국적으로 모두 510개로 85개가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시행됐고 나머지 425개는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에 의한 지원이거나 정부 정책을 지방정부가 수행한 것들이었다.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재정 지원뿐 아니라 방역 역시 지방정부의 역량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경인 지역에선 인천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하남시의 호흡기감염클리닉이 최초로 도입돼 전국 혹은 세계적으로 확산한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지역의 가치는 더없이 빛났다. 지역사회 집단감염 예방이 재확산을 막는 핵심이 되었고, 그 역할은 지역사정에 밝은 지자체와 시민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부단한 노력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온 지방정부가 모여 대한민국정부를 구성했다. 22일 오전 과천시청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재개장 자금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과천시 지역경제팀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자영업자 수가 적기 때문에 개별 소상공인들이 받는 피해 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책시행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2020-06-22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로컬방역의 성과와 과제①]승차 선별진료·호흡기 감염 클리닉… 'K방역' 지역에서 세계로

K방역 아이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김진용 인천의료원 과장 최초 제안생화학테러 항생제 배포 연구 접목보편 검사 방식… 전세계 벤치마킹하남시보건소 '호흡기 감염 클리닉'일반병원 대신 이용 감염확산 차단환자·의료진, 진료 시스템에 '안심'정부 하반기 500곳 설치 '정책모델'# K방역 상징된 DT선별진료소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DT) 선별진료소는 'K방역'을 상징하는 하나의 확실한 아이콘이 됐다.차량에 탑승한 채 야외에서 검사를 받는 장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무시무시한 감염성과 당시 한국의 다급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빨리빨리 문화를 언급하며 신기한 구경거리 쯤으로 여기던 외국인도 있었다. 그러나 6월까지 이 같은 DT방식을 도입한 국가는 21개국으로 늘어났다. 의료진과 검사자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빠르게 검사할 수 있어서다. 이후 워킹 스루 등 지역별로 주어진 조건에 맞는 다양한 검진 아이디어가 나왔다.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학교 운동장이나 관공서 주차장 같은 탁 트인 장소에 텐트를 치고 검사소를 설치하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된 것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영향이 컸다.'드라이브 스루'라는 서비스 운용 방식이야 오래됐지만 의료 영역에서 실행된 적은 없다. 이를 바이러스 검사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국내 의료계에 처음 제안한 주인공은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업계의 주류 병원이 아닌 지방 의료원에 소속된 의사가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이후 주요 병원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천의료원에 남아 공공의료 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김 과장이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정책태스크포스(TF) 단체 채팅방에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로부터 "대규모 진단 방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요청을 들은 것은 지난 2월 21일 오후 11시 30분께다. 이때는 이른바 '대구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대규모 검사가 필요한 시기였다. 김 과장은 불과 4시간이 지난 22일 오전 3시 53분, 채팅방에 개념도를 올렸다. "드라이브 스루 너무 좋습니다. ㅜ.ㅜ", "정말 수고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그렇게 탄생했다.이러한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제안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과장은 "무엇보다 학회의 도움이 가장 컸다"면서도 "지방의료원에 근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국가지정병상이 설치된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바이러스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레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게 돼 자신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이 김 과장의 솔직한 설명이었다. 공공의료원에서 일한 덕분에 '매출'보다는 '공공성'에 중심을 둘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기술적으로는 2년 전 이재갑 교수와 생화학 테러가 발생할 경우 예방적 항생제를 배포하는 방식을 연구하며 DT 배포를 고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때 선행 연구인 2010년도 스탠퍼드 대학의 인플루엔자 대비 논문에서 DT 진단과 백신 배포 모델을 확인한 것이 토대가 됐다.인천에는 항만과 공항 등 국가 관문이 있다. 지난 1월 19일 환승 과정에서 찾아낸 국내 1호 확진환자를 인천의료원에서 돌본 경험을 축적해 빠르게 공유한 것도 DT 선별진료소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했고, 입원부터 격리 해제까지 매일 검체를 채취해 질병관리본부로 보냈다. 분석결과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는 환자가 감염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발생량이 높았고 오히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적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감염 위험을 낮추면서 환기에 필요한 시간도 아끼고, 광범위한 대규모 검사가 가능한 실외 DT 선별진료소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가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현대에는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의학만 할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학문을 하는 사람과 협업하고 함께 연구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하는데, 환자가 몰리는 민간병원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면서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공공의료 기관과 그 역할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비상시 감염병전문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500병상급 이상의 제대로 된 종합병원 규모의 공공의료원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은 '표준진료'로, 민간의료기관은 '고급진료'로 역할을 구분하고, 현재 10% 수준인 공공의료의 역할을 늘려간다면 국가적 의료서비스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열악한 지방의료원의 인력과 시설을 '갈아 넣는' 방식의 감염병 대응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전국 방역 안전망 두텁게 한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보건복지부는 최근 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에 필요한 예산 500억원을 세웠다. 올해 하반기 전국에 500개소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고 내년까지 500곳을 더해 모두 1천곳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한 방안 중 하나로, 호흡기·발열환자의 체계적인 초기 진료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이 6월 현재 대한민국에 딱 한 곳, 하남시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모델이 된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이다.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 입구에 들어서자 방역복을 입은 게이트 키퍼가 막아섰다. 방문자 신원을 밝히자 길을 열어 주었다. 진입로 오른쪽에는 주차 공간이 있고, 정면에는 접수대가 있다. 접수대 뒤쪽으로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은 호흡기감염클리닉 진료실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이어진다. 사전 진료 예약을 한 환자는 접수대에서 손을 소독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 선별진료소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단순 호흡기 환자는 클리닉 진료실로 이동한다.이곳에 오는 환자는 대부분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호흡기 환자다. 이들이 일반 병원을 이용할 경우 코로나19 증상으로 오인해 의료진과 여타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지역사회의 불필요한 불안을 없애고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하남시보건소가 주도해 지난 3월 호흡기 클리닉 운영을 시작했다. 클리닉은 사전 예약을 받아 2명 이상의 환자가 동시에 방문하지 않도록 했고, 의료진과의 접촉도 최소화하는 동선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하더라도 전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신장도서관 내부에 마련된 클리닉 진료실에는 음압기가 가동되고 의사는 방호복을 입고 있다. 가장 먼저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이어 의사가 진료를 하는데, 입안을 살필 때는 침방울이 튀지 않도록 투명한 아크릴 함을 이용한다. 처방을 하고 환자가 돌아가면 방역복을 갈아입는다. 환자 5명을 진료하면 5번 갈아입는다. 20분쯤 소요되는 소독도 매번 실시한다. 클리닉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는 처방전을 받아서 인근의 지정된 약국으로 간다. 약사는 약국 밖에서 환자를 만나 처방전과 결제수단을 받는다. 안에서 약을 조제하고 약값을 결제한 뒤 다시 밖으로 나가서 환자에게 건네준다. 어찌보면 과도해 보이는 예방수칙이지만, 환자든 의사든 '확실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 표 참조/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수원 월드컵경기장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검사 모습. /경인일보DB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사진 가운데)과 의료진들이 '자부심을 느낍니다'를 의미하는 수어로 의료진을 응원해주고 있는 국민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공공의료 기관과 그 역할을 확대해 가야 한다"며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06-22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로컬방역의 성과와 과제②]"인력 갈아넣는 방식으론 오래 못가"… 다음 스텝은 '지역 거버넌스'

신종플루·메르스 경험 하남시보건소기존업무 민관이관 코로나 대응 전념확진 대량발생전 인력·조직 정비마쳐정부, 국가방역 개편해 '컨트롤' 강화음압병상 격차… 전문병원 지정 부족경기·인천, 정책변화 체감효과 '미미''민관협력' 경기도 방역체계 성패 좌우사각지대 관리·의료자원 활용 포인트언어·문화 장벽 낮춘 프로그램도 필요이날 진료 봉사를 한 가정의학전문의 민경태 원장은 "하남에 있는 상당수의 병원은 상가 건물 안에 있어 확진자가 내원하면 집단 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예방 차원에서 지역 내 모든 병원 의료진이 보건소가 호흡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에 만족하고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하남시에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은 부족한 의료환경 때문이다. 하남시에 등록된 병·의원은 165곳이다. 가장 큰 병원이 병상 62개 규모다. 구성수 하남시보건소장은 현재 하남시 의료환경에서 집단 감염이나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환자를 타 도시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감염병 환자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보건소가 예방을 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했다. 이런 절박함에서 탄생한 것이 호흡기감염클리닉이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00여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하남시의사회 병원장 8명과 육군항공여단 군의관, 보건소 소속의사 등이 클리닉 운영을 돕고 있다. 봉사를 신청하고 대기 중인 의료진도 10여 명이다. 공공의료의 부족한 부분을 민간영역이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하남시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감염병 예방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 소장의 경험치 덕분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구 소장은 성남시 분당구보건소장이었다. 이때 처음 감염병 사태를 경험했다. 대응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때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감염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보건소 내 감염병 담당 팀장이 사표를 냈다. 보건소는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타미플루가 치료제로 쓰이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중원구보건소장으로 재직 중일 때는 메르스가 왔다. 중원구에서 발생한 확진환자의 동선에 따라 병원 응급실과 이비인후과 등을 폐쇄 조치했다. 조마조마한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성남시에는 환자를 돌볼 의료시설은 충분했다.지난 1월 중국 우한발 감염병 소식을 접한 구 소장은 설 연휴 계획을 취소했다.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인 27일 보건소 조직도 위에 '대책 본부' 팻말을 붙였다. 보건소가 시행하고 있는 업무를 전부 나열하고 이관 계획을 세웠다. 민간에 협력을 구해 보건증 발급 등의 업무를 맡겼다. 2월 3일 보건소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민원이 빗발쳤지만 보건소 인력 50여명은 코로나19 대응에만 전념하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필요한 장비도 마련했다. 검체 채취와 엑스레이 촬영을 할 컨테이너를 사들이고 마스크, 방역복 등을 확보하는데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 → 조직도 참조시의 재난안전기금 상당액을 집행 요구하자 담당 공무원이 구 소장을 찾아왔다. 이런 게 지금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아직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단계이던 때다. 구 소장은 늦으면 더 큰 비용이 들 텐데, 그 때는 큰 비용을 써도 별 효과를 못 볼 거라고 경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구 소장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대구 사태가 하남에서도 발생한다면…. 다음 상황은 예측 할 수 없었다. 지난 경험을 곱씹었다. 전염병 대응의 관건은 언제나 '접촉'이었다.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의 경우 접촉 차단은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그러나 확진자가 없거나 적은 하남시 상황에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 건강을 지키는 것이었다. 일반 환자가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호흡기 감염 클리닉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일반 병원에 의뢰를 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병원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이것도 보건소가 맡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감염방지대책으로 신장 도선관이 휴관중이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까지 도보로 1분 이내 거리에 동선도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이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5월 초 호흡기전담클리닉 1천 곳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과 독일 등 해외에서도 하남시의 사례에 관심을 가졌다. 구 소장은 "지역마다 보건 방역 환경과 역량이 다르다"며 "공공의료는 지역 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컬 방역의 재발견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을 겪으면서 공공 방역 체계는 발전했다. 정부는 국가방역체계를 개편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검역체계를 개선했다.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에 대비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확충했으며, 감염병 전문치료시설 확보를 위해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지정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역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음압 병상은 총 1천27개로, 이중 서울에 가장 많은 383개 병상이 있다. 서울보다 인구수가 많은 경기도는 143개다. 인천은 54개에 불과하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 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보고서를 통해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지정 등 전문 진료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최근에서야 공모를 통해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는 감염병전담병원을 69곳 지정해 중증의 코로나 19 감염환자를 전담 치료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다시 돌아온 감염병 바이러스는 이런 사정과는 상관없이 무차별하게 퍼졌고, 지자체는 저마다의 방편을 마련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호흡기감염클리닉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금도 부족한 병상 수를 극복하고, 방역에 취약한 장소를 방어하기 위한 각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키 포인트는 민관협력이다.경기도는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긴급대책단도 민관 협력 체계로 운영된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과 이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를 공동 단장으로 두었다. 임 단장은 경기도 방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민관협력의 거버넌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가지고 있는 편차가 굉장히 크다. 의료자원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과거의 경험으로 보건대, 시도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메르스 때도 다른 지역의 병상을 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경기도는 현재 지방의료원이 7곳이고, 나머지 대응은 민간 영역이 맡고 있다. 임 단장은 "지방의료원은 150~250병상 규모에 불과하다.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자체는 네트워크가 관건이다.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민간 병원과 협력해 분배의 전략을 짜야 한다"며 "중수부 회의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지역 관료들과 지역의 의료기관 파트너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지역의 로컬 거버넌스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방역 체계의 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사각 관리'를 언급했다. 임 단장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손상이 너무 큰 영역이 의료기관과 장기요양시설이다. 요양병원, 양로원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정신병원 등으로 이미 집단감염 사례가 여럿 발생했다"며 "위험성이 높은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장기 체류 시설일수록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에 의한 전염 확률이 높다. 그 중에서도 환자와 가까이 생활하는 간병인, 요양보호사들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 이들은 만약 오늘 아침에 열이 나도 출근을 한다. 출근하지 않으면 바로 일자리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아프면 출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상병시장제도 등의 세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사각으로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가 지목됐다. 박건희 안산 상록보건소장은 언어·문화 장벽을 낮춘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공돼야 지역 전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 문화, 비용의 장벽 등 때문에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 감염병이 돌기 전에는 교회나 성당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했고, 언어 문제는 봉사자들이 어느 정도 해결해 주었는데 지금은 이런 곳들이 문을 닫았다"며 "지금은 공공병원이 이런 분들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국인 밀집 지역의 의료원에서 통역 서비스를 하면서 감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임승관 단장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별히 의료 자원 소모의 위험이 큰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서 그에 맞는 정책을 세울 때 지방 정부와 공공 의료의 힘이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감염병 대응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 더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지난 18일 오전 하남시 신장도서관 내부에 마련된 호흡기 감염 클리닉을 찾은 한 시민이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련된 아크릴 함 안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2020-06-22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1)로컬의 변화]코로나가 바꾼 일상 '동네를 다시 보다'

멀리있는 마트대신 근처가게로주거기능 탈피 '생활터전' 주목지역 농산물 '로컬푸드'등 인기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멀리 있는 대형마트에 가기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집 근처 가게를 찾았다. 여름 휴가도 가깝고 한적한 곳으로 가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도시에서 눈을 돌려 가까운 곳에 있던 우리 지역 명소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지자체 역할도 실감하게 됐다. 매일같이 울리는 재난문자, 각 자치단체마다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보건소와 공공의료원 등은 우리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로컬을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재난이 닥치니 지원도 진료도 소비도 마을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로컬의 재발견'이다.시민 10명 중 5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몰랐던 동네가게를 발견했고,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 대응에 지방정부가 역할을 했다고 느꼈다(경인일보 자체 설문조사 1천462명 응답). 주거 기능이 주를 이루던 경기·인천지역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생활이 재편돼 '생활터전'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시민의 80%는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줄어들 것이라고 봤고,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본 시민은 30%에 불과했다. 시민 대다수는 코로나19 이후 '더 나빠진 세상'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위 조사).코로나19가 발견하게 해 준 우리 주변, 로컬은 저 암울한 전망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취재팀은 3주 동안 이 의문을 품고 로컬의 변화와 가치, 미래를 들여다봤다.먼 전망을 살펴보기 전, 우선 바로 우리 생활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로컬의 변화는 우리 가장 가까운 곳, 먹고 사는 것에서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문제로 떠오른 지난 2월부터 각종 소비활동 지표는 한결같이 부정적 수식어 일색이었지만, '우리동네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만은 소비 한파를 돌파해냈다. 외출이 줄어들며 온라인 소비로 중심축이 옮겨가 오프라인 전반의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서 유독 로컬푸드 직매장은 매출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경기도내 53개 로컬푸드 직매장의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대비 30.2%가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폭증한 3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45.1%나 늘었다.4~5월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5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607억6천900만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20% 가량 늘고, 올해 누적 매출액도 1천650억원으로 지난해(1천374억4천6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직매장과 50㎞ 이내에 농가가 위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컬푸드는 시·군과 같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형성된다. 출하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이틀 이상 소요되는 대형 유통업체와 비교해 1일 유통이 가능하고, 유통단계도 2단계(농가-로컬푸드 매장-소비자)에 불과하다.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좋은 먹거리를 구할 수 있고, 생산자는 판매 마진이 좋아 효용이 높다. 그동안 여러 장점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로컬푸드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호기를 맞았다. 사람들이 대인접촉이 자주 일어나는 대형마트에 가길 꺼리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두면서 생긴 현상이다.김포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엘리트농부의 최장수 대표는 "로컬푸드는 코로나19로 집 근처에서 소비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됐다. 특히 쌀 소비량이 늘었는데, 필수 농산물인 쌀을 소비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로컬푸드 매장에서 구입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변화는 로컬푸드 매장의 진화로 이어졌다. 엘리트농부는 '드라이브 스루' 판매가 가능한 새 매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축산물을 판매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는 "처음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각각 100세트씩 모두 200세트를 준비했는데, 3일 동안 1천세트나 판매됐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품목을 드라이브 스루로 구매하는 경험을 하면서 편의를 체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드라이브 스루 형태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로컬푸드의 성장은 곧 지역 농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엘리트농부가 2012년 매장을 열 때 140개였던 거래 농가는 110개까지 줄었다. 최 대표는 "친환경 기반 농장하고만 거래하고 있는데, 남는 게 없어 중간에 포기하신 분(농가)들이 많다. 로컬푸드가 성장하면 지역농가가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더 좋은 농산물을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 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코로나19가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우리 지역 명소가 재발견되고 있다. 대인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과 가까운 장소에서 장을 보고, 유명 관광지보다는 집 근처 공원을 찾게 되면서 찾아온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 20일 오후 김포 시민들이 가까운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6-21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어느 가족의 '변화된 일상'

아들 둘 키우는 성남 전기정·양신덕씨 부부코로나 사태후 탄천 라이딩·주말농장 분양사람 많은 곳 피하니 "지역사는 재미 알아가"자연스레 '마을쇼핑' 지역화폐 사용도 늘어"가끔 비싸도 시간벌고 필요한 만큼 사게돼" 짧은 시간동안 우리 삶을 뒤흔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은 지역의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아내와 두 아들(초등학교 3·5학년)과 함께 성남시에 사는 전기정(43)씨 가정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집 가까운 곳에 탄천이 있다는 것을 지금처럼 다행스럽게 느껴본 적이 없네요."전씨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고 나서야 탄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전씨 가정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라이딩이 중요한 주말 일정이 됐다. 전씨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은데, 만약 탄천마저 집 주변에 없었다면 매 주말이 너무 지루하고 막막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와 탄천은 지하보도로 연결돼 있다. 아파트 통로에서 탄천까지의 거리는 100여m에 불과하다. 한창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시기의 아들들이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를 건너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탄천에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새로 산 자전거를 매일 같이 타고 나가 땀범벅이 돼서야 돌아왔다. 전씨 부부도 10여년 동안 한 번도 신은 적 없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발장에서 꺼내어 깨끗이 닦았다. 두 아이들과 함께 바퀴를 구르며 탄천변의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감염병에 대한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전씨는 "집 문밖을 나서자마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내가 사는 지역, 마을 주변에 뭐가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살펴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이보다 더 두드러진 변화는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내 양신덕(43)씨는 지난 2월 말께 집에서 2㎞ 떨어진, 차로 5분 거리의 낙생저수지 인근 주말농장을 찾았다. 15㎡의 비옥한 땅을 1년 동안 분양하는 비용은 12만원이다. 이들 가족은 텃밭에 치커리, 상추, 적상추 등 쌈채소와 감자, 고추, 대파, 수박 등을 심고 주말 이른 아침이나 초저녁마다 찾아가 작물을 돌본다. 쌈채소를 수확하는 날에는 온 식구가 삼겹살 파티를 벌인다. 이 가족에게는 수년 전 의욕만 앞서서 집과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을 분양받은 후 제대로 작물을 돌보지 못해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다. 양씨는 "5분 거리에 주말농장이 있어 행복하다"며 "지역에 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전씨 가정의 주말 풍경은 어땠을까. 이들 가정의 주말은 이동으로 시작해 이동으로 끝나곤 했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테마파크에 가거나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집에서 가능한 먼 곳으로 떠났다. 그게 아니면 한달에 1번 정도는 축구를 좋아하는 둘째 아들의 클럽리그 참가를 위해 가깝게는 화성이나 용인, 멀게는 천안 등지를 다니거나 1시간여 거리인 인천과 부천에 있는 양가 부모님 댁을 찾아가 주말을 보냈다.그러나 설 연휴 이후로 부모님 댁에 방문하는 대신 안부전화로 대신했다.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일들이 중단됐다. 전씨는 "둘째 아들 녀석이 좋아하던 축구클럽 경기도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고, 여행을 가거나 테마파크에 놀러 간 것도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세상이 낯설다"고 했다.전씨 가정은 지난 5월부터 매달 1일에 성남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50만원 어치를 지류 상품권으로 사서 온 가족이 동네 쇼핑에 쓰고 있다. 50만원은 개인 월 최대 구매 한도다. 성남시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5월부터 지역 화폐 할인율을 10%까지 높였다. 양씨는 "카드를 들고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전자화폐와 달리 지류 화폐는 온 가족이 나눠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45만원으로 50만원어치 상품권을 살 수 있는 혜택도 매력적이다"고 했다.자연스레 대형마트를 찾는 횟수는 줄었고 동네 상점에서 돈을 쓰는 경우가 늘었다. 이들 가정은 소·돼지·닭고기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아빠가 준비한 고기'라는 상점에서, 야채와 과일은 역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산다. 양씨는 "동네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마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시간 낭비', '기름 낭비'하지 않고 집 앞에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는 장점이 더 크다"고 했다. 전씨 가족은 코로나19에 적응해 집안 방 배치도 바꾸었다. 그동안 두 아들은 한 방에서 함께 공부했지만 최근 공부방을 나누었다. 학교 수업의 상당 부분이 원격수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재로 쓰던 방은 양씨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책상을 추가로 배치했다. 양씨는 확진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은 집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매주 1차례 수요일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양씨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방이 해야 하는 역할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변에는 최근 들어 '집 꾸미기'를 하는 집들이 많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전기정(43)씨 일가족이 집 근처 탄천에서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전기정씨 일가족이 집에서 2㎞ 떨어진 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쌈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전기정씨 둘째 아들 전한준(10)군이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2020-06-21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떠오르는 '홈어라운드 소비'

얀양 정육점 "평일 매출, 10% 더 늘어"버스 타고 마트 가는 대신 시장 찾기도재난소득 지급… 거주지 인근 소비회복지역화폐 사용·거리두기 확산 등 영향이런 현상은 소비 형태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멀리 나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소비한다는 '홈어라운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안양 구도심에 위치한 정육점 마장동고기집은 지난달 뜻밖의 경험을 했다. 22년째 이 자리에서 가게를 꾸려온 김창범(55)씨는 "평일 저녁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더군요. 장사하면서 이런 날이 별로 없었는데, 주말이 아닌데도 그렇게 사람이 몰린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10% 정도 매출이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사는 하정자(57)씨도 마트 대신 동네 가게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전에는 비산사거리에 있는 대형마트까지 버스를 타고 4~5정거장이나 가서 장을 보곤 했지만, 지금은 중앙시장에 간다. 아들이 받는 청년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이 다 지역화폐라 시장에서 써야 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하씨의 아들 신기성(25)씨는 "코로나19 이후 서울에 나가지 않고 안양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졌다. 지하철을 타기도 꺼려지고 이태원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서 전염이 일어나서다. 동네에 몰랐던 카페를 많이 발견했다"고 전했다.한국신용데이터(KCD)의 60만여개 사업장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통해서도 '홈어라운드 소비'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관리하는 사업장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1억 9천만원 가량으로 지난해 정부가 소상공인 실태조사 시범조사에 사용한 평균값 2억원과 유사하다. 이 정보를 활용한 경제 활동 추이를 분석해도 정부 조사와 비슷한 결과 값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한국신용데이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의 소비 추세는 구정 연휴 이후,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한 시점을 계기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6주차 소비는 구정 특수가 겹치며 지난해 대비 19%(경기)·16%(인천)·32%(서울)가 늘어날 정도로 호황을 보였으나 7주차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국내에서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9주차에 급전직하한다. → 그래프 참조감염병 경보 심각 단계가 유지되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대응 수준을 높였고 이에 따라 18주차(4월 말~ 5월 초)까지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5월 초의 황금연휴(근로자의 날·어린이날)였던 19주차부터 경기도의 소비는 지난해를 웃도는 수치로 전환한다. 20주차엔 인천 역시 상승세에 접어들어 경인 지역보다 지난해를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반면 서울은 여전히 지난해만큼의 소비를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엔 크게 2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소비가 회복되기 시작한 시점은 독자적인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17주차부터다. 거주 지역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원을 펼쳤기 때문에 지역 소비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인천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시작된 20주차에 들어 소비가 회복된다. 이 시기는 서울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펼쳤기 때문에 단지 정부 지원으로 소비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도권 주민 모두에게 지원이 주어졌는데, 경기·인천은 소비가 회복됐지만 서울은 여전히 소비가 더디기 때문이다.이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생한 사회적 현상인 '홈어라운드 소비(Home-around·집 근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롯데카드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고객 10만 명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같은 홈어라운드 소비가 두드러졌다. 집 주소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결제 건수가 8% 늘었고, 500m~1㎞ 가맹점도 전년 대비 0.4%가 늘어난 것이다.집으로부터 1~3㎞ 거리에서 신용카드 결제는 9.1%, 3㎞ 초과는 12.6%가 줄어 감소 폭이 컸다. 롯데카드는 이런 현상이 주중보다 주말에 확실히 나타났다고 설명한다.결국 홈어라운드 소비가 나타나며 경인 지역 주민들이 서울에 가서 소비하는 것보다 자신의 지역에서 소비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주말 유입인구가 가장 많은(80만명-통계청·SK텔레콤) 강남 지역(강남구)의 경우, 7주차(0.99)이후 23주차(0.96)까지 한 번도 지난해 정도의 소비를 회복하지 못했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

2020-06-21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SNS로 1462명에 물어보니

코로나19는 정말 세상을 바꿔놓을까? 혹은 이미 세상은 변해 있는 걸까? 취재진은 이런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은 경인일보 페이스북을 통해 일주일(6월 2째주)동안 진행됐다. 모두 1천462명이 응답한 설문을 통해 코로나19의 영향과 과제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모든 설문은 취재진이 설정한 문장에 O·X로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코로나19로 생활이 변했다'는 응답은 96.6%로 절대 다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큰 변화는 외부 생활, 즉 외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었다'는 응답 역시 96.6%에 달했다. 이런 상황은 집 주변과 우리 동네를 들여다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 근처 휴식·놀이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는 질문에 70.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외출은 물론 생활 반경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코로나19로 인간관계(사람 간 교류)가 줄어들 것이다'이란 응답자 역시 81%로 다수가 사회활동 축소를 예감했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로 전보다 온라인 활동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람도 94%나 됐다.그렇다면 앞으로 주로 집에서 생활하고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삶이 펼쳐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응답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기장·공연장·영화관 등을 찾지 않을 것 같다'는데는 오직 33%만이 동의했다. 나머지 67%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찾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외부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 속에 문화·예술·여가 생활을 향유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했다.코로나19는 그동안 몰랐던 지방정부(지자체)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각종 지원책, 시시각각 공개되는 우리 동네의 확진자 동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지방정부의 재발견'으로 이어진 셈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지방정부(지자체)가 역할을 했다'는데 82.2%의 응답자가 동의했다는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앞으로의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질문에는 32%만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극복해야 할 것은 불과 수개월 사이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비관일지도 모른다.→ 그래픽 참조/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

2020-06-21 경인일보

[경인일보 디지털 스페셜]산업 버팀목 '뿌리산업'… 지면서 못다 한 이야기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뿌리산업의 가치를 재조명한 경인일보 5월호 통큰기사 '아주 오래된 미래기술, 뿌리산업(5월 25·26·27일자 1·2·3면 보도)'이 디지털 스페셜로 독자를 찾아갑니다.지난 25일부터 3일간 경인일보 지면을 통해 선보인 '아주 오래된 미래기술, 뿌리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내외 산업구조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뿌리산업을 향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기획됐습니다.산업화 시기인 1970년대부터 뿌리산업에 종사하며 '산업역군'을 자처했던 기술자들의 이야기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국 생산주의가 대두된 포스트코로나시대 뿌리산업의 미래를 보도했습니다. 이어 뿌리산업의 종사자들이 3D, 기름밥 등으로 폄훼되는 현실을 재조명하면서 정부와 경기도, 인천시 등 산업정책을 주도하는 주체들의 허술한 지원체계를 지적했습니다. 디지털스페셜은 그래픽 등 각종 디지털 효과를 가미해 가독성을 높였고,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사진과 영상을 실어 기사를 읽는 '재미'를 늘렸습니다. 지금 경인일보 홈페이지를 방문해 디지털 스페셜로 다시 태어난 '아주 오래된 미래기술, 뿌리산업'을 만나보세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2020-06-01 공지영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3·끝)'팀 코리아'나아갈 길]대기업도 다시 봤다 '한국 경제 뿌리'

'포스트 코로나'로 국산화 흐름'수평적 파트너' 재정립의 기회정부·지자체등 '육성정책' 필요코로나19는 수직적 갑을관계로 얽힌 대한민국 산업구조를 수평적 파트너 관계로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나라 뿌리산업 역시 원청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재도약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현승균 원장과 융합혁신기술원 장웅성 원장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뿌리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인하대학교는 뿌리산업 인재양성 및 역량 개발을 위해 제조혁신전문대학원과 융합혁신기술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불거진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산업구조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국내 뿌리산업을 바라보는 대기업의 인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일련의 사태로)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이 국내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자국 생산주의 등 국산화 흐름이 강해질 것이고 이는 대기업과 뿌리기업의 관계를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뿌리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선 '혁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에 가격경쟁력이 밀리는 우리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스마트화'와 '고부가가치화'라는 혁신"이라며 "자동화·스마트화를 통해 생산성을 늘리고 뿌리산업 전분야가 융복합되거나, 연구개발에 집중해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도 "뿌리산업이 스마트화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며 "이미 수준급으로 올라와 있는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과 뿌리산업이 접목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K-뿌리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상당수 영세한 뿌리기업들이 스마트공장과 연구개발 투자 등 혁신에 주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 원장은 "뿌리기업도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확신만 있다면 스마트 공장화, 연구개발에 당연히 투자할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가 만연한 지금의 환경 속에서는 투자에 대한 동기 부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뿌리산업 육성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뿌리기업의 수평적 구조를 형성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장 원장은 "대기업과 경쟁력 있는 뿌리기업이 수평적 파트너십을 가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뿌리기업이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수준별·맞춤형 지원을 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또한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대들보는 제조업이고, 제조업의 근간은 뿌리산업"이라며 "우리나라 경제 부활을 위한 뿌리산업 육성에 정부·지자체·대기업·뿌리기업 모두 하나가 되는 '팀 코리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기획취재팀 ※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26일 오전 인하대학교에서 현승균 인하대 제조혁신 전문대학원 원장(왼쪽)과 장웅성 인하대 융합혁신기술원 원장(오른쪽)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뿌리산업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5-26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3·끝)'팀 코리아'나아갈 길]융복합을 통한 미래산업으로 진화

소성가공 기반 엠케이전자 '모범사례'반도체 핵심 '본딩와이어' 점유율 1위열처리·표면처리 등 6대 뿌리기술 집약"대기업만 보지 말고 매출 다변화 필요"하청으로 굳어진 관행부터 바로잡아야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는 '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이후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등 휘청이는 국내 대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소부장의 국산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해 12월 소부장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소재·부품·장비기업 100프로젝트' 일환으로 강소기업 55개사를 선정했다. 이 중 뿌리기술전문기업으로 인정받은 곳은 5개사뿐이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뿌리기업 23.9%가 2017년에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이익률도 2012년 5.0%였던 반면 2017년에는 4.8%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이 5% 이하인 것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해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그러나 이 중에서도 살아남아 고수익을 창출하는 뿌리기업 상당수는 기술혁신과 매출 다변화를 통해 소부장 기업으로 변신한 경우가 많다.경기도 용인에서 반도체 핵심부품인 '본딩와이어'를 생산하는 엠케이(MK)전자는 뿌리기술 중 하나인 소성가공에 기반해 부품기업으로 성장했다.코로나 19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50% 넘게 수직상승한 '히든 챔피언'이다.1982년 종로의 금은방에서 출발한 엠케이전자는 80년대 귀금속 가공에만 주로 쓰였던 금이 반도체 전기신호를 가장 잘 전달하는 소재인 것을 깨닫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본딩와이어는 전기신호 전달이 우수하면서도 반도체의 경량화에 따라 가볍고 얇은 선을 뽑아내는 소성가공 기술의 발달 정도가 관건이다. 또 열처리, 표면처리 등 6대 뿌리기술을 집약해 만든다. 현재 엠케이전자는 중국, 일본, 독일 등과 자웅을 겨루며 세계 점유율 1위를 수성했다.김형주 기획팀 차장은 "초창기에 개발한 금으로 만든 '골드와이어'만 생산해도 매출과 이윤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가격이 비싼 금 대신 구리, 은 등 다양한 재료가 본딩와이어로 생산되며 시장이 변화했는데 기술 개발의 타이밍을 놓쳐 점유율을 뺏긴 적이 있었다"며 "그때 회사가 어려워졌던 경험을 토대로 현재는 매출의 10% 가량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기술개발과 함께 중요한 것은 매출 다변화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른 뿌리기업처럼 국내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해외 수출 비중이 80%가 넘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은 20%가 채 안된다"며 "뿌리기업 상당수가 대기업 한 곳에 납품하려고 다른 수요처엔 납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기술혁신과 매출 다변화를 위해 전제돼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대기업과 하청관계로 굳어진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뿌리산업 다각화 지원정책의 고용효과를 연구하며 "다각화란 뿌리기업의 혁신역량 제고를 통해 수요기업으로부터 자율적이고, 고품질 제품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요기업을 다변화해 물량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다각화 정책의 개념을 정리한 것은 되새겨볼 만하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용인의 엠케이(MK)전자는 뿌리기술 중 하나인 소성가공을 기반으로 '본딩와이어'라는 반도체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기획취재팀엠케이전자가 생산하는 본딩와이어 제품. /엠케이전자 제공

2020-05-26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3·끝)'팀 코리아'나아갈 길]젊은층 유입 조건 '산업 인프라' 변화

10인 미만 업체, 생산성 39% ↑ 효과적"정부 프로그램 범용성격 강해 안맞아기업도 구체적 공정·로드맵 고민해야"뿌리산업이 미래기술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뿌리기업의 작업환경 개선을 비롯해 산업 전반의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정책이 영세한 뿌리기업의 현실과 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뿌리기업들 대다수가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용접 기술을 토대로, 반도체가공장비의 부품인 '가스디스트리뷰터'를 생산하는 경기도 시흥의 동원파츠는 스마트공장 설비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조덕형 동원파츠 대표는 "비용적 부담이 크지만, 일하기가 편하고 젊은 사람들도 (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어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5천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은 도입 전보다 생산성 30%, 품질 43.5%가 높아졌고 산업재해의 경우 18.3%가 감소했다. → 표 참조특히 이러한 효과는 소기업에서 높다. 종업원수 10인 미만 기업은 생산성이 39% 증가했고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도 원가를 31.2% 절감했다.그럼에도 뿌리산업에서 스마트공장 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은 물론,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스마트공장 로드맵에 대한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중소기업 중에는 기계의 가동시간도 표시가 되지 않고 외부에선 모니터도 불가능한 곳도 많다"며 "스마트공장은 기계끼리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져야 하는건데 현재로선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그러면서 "현재 뿌리 분야 전문가가 기업의 요구에 맞게 스마트화를 해줘야 하는데, 현재는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가 주문을 받아 진행하니 서로 이해를 하지 못한다. 진짜 필요한 건 기업 수준별 맞춤형 지원"이라고 강조했다.이같은 현장의 소리를 반영해 정부 주도로 경기도, 안산시와 함께 스마트제조혁신센터(안산)를 2016년에 건립했다. 센터는 일반기업에게 다양한 스마트공장의 실제 샘플을 보여주는 역할이다.송병훈 센터장은 "스마트화란 공장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MES 등 프로그램은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범용성이 강해 막상 개별 기업이 적용할 땐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들도 공정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스마트화할 것인지 스스로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5-26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3·끝)'팀 코리아'나아갈 길]'지자체 역할 롤모델' 광주광역시

기아 중심 車분야 '필수기술'로 주목소통 통해 시험설비·시설 건립 지원IoT·빅데이터 기반 혁신사업 추진도업체들, 市 정책에 높은 신뢰·만족감지금이라도 경인지역의 뿌리산업 진흥·육성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현장과 맞닿아 있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뿌리산업 지원에 있어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광주광역시는 정책 수립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수렴한다. 광주시가 본격적으로 뿌리산업 지원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정부가 뿌리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법을 제정해 지원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2011년보다 6년이나 빨랐고, 이때부터 꽤 구체적으로 뿌리산업 지원정책을 그려나갔다.특히 광주시는 금형 부문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유는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이 지역의 주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뿌리산업인 금형 기술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투자한 것이다.광주시 지원사업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상향식(bottom-up)으로 수립된다는 게 특징이다. 광주시는 지난 2004년 지역 금형업체가 모여 설립한 한국금형산업진흥회 등에 현장의 애로사항, 요구를 들은 후 정책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광주 금형 트라이아웃센터 건립'이다. 지난 2005년에 처음 추진돼 2008년에 문을 연 금형 트라이아웃센터는 프레스·사출 금형 시험생산 지원, 금형·제품 형상 측정과 인증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금형 트라이아웃센터는 금형을 만들면 성능 확인 시험을 해야 하지만, 영세한 업체가 고가의 설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설립됐다. 더불어 광주시는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제조산업을 고도화하자는 한국금형산업진흥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IoT·빅데이터 기반 금형 제작 가치사슬 혁신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 금형업계는 시의 뿌리산업 지원사업에 대해 높은 신뢰와 만족도를 나타냈다. 진흥회 관계자는 "광주시는 수시로 기업모임 등에 참여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라 시와 협의하면서 지원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반면 경인지역의 뿌리기업들은 경기도와 인천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을 요구했다. 경인지역의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경인지역의 경우 정부가 내려보내는 사업에 지자체가 호응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서 현장과 동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지원이 많다"며 "지역 산업의 환경·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이를 기반으로 지원책을 수립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광주광역시는 뿌리산업 지원 정책 수립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해 지역 금형업계의 신뢰를 받고 있다. 사진은 대형 시험생산장비, 정밀화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지역 금형업체의 요구로 만들어진 광주 하이테크 금형센터. /광주광역시 제공

2020-05-26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3·끝)'팀 코리아'나아갈 길]무한한 발전 가능성 품은 핵심기술

금형업체 비즈엔몰드, 창업컨설팅과 '융복합' 새영역 확장경량·소형·정밀화 '첨단분야 승부처' 선진국 중요성 강조반도체나 원자재 등 전-후방산업 모두 연쇄효과 가장 높아성장판 가로막는 우리 스스로의 '편견과 한계' 부숴야 할때뿌리산업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뿌리기술의 발달이 기반이 되어야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은 독일, 일본, 미국 등 기술선진국에선 일반적인 이론이다. 특히 친환경차, 로봇, 바이오 등 현재 대한민국이 열정을 쏟는 첨단산업의 승부수는 '경량화' '소형화' '정밀화'를 통해 기능과 편의성을 증대하는 것인데, 이는 모두 뿌리기술이 발달해야 가능한 일이다. 인천의 금형 업체 '비즈엔몰드'는 창업컨설팅과 금형산업을 접목한 대표적인 융복합 사례다.원용기 비즈엔몰드 대표는 "우리 회사의 목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한다'이다. 예비창업자가 제품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실제 제품으로 완성될 때까지 프로세스를 설계해주고, 금형을 통해 시제품까지 만들어 상용화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를 받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것이 금형산업의 전통적 역할이었다면 원 대표는 기술을 활용해 경영에까지 영역을 넓혀 산업분야를 새롭게 창조한 셈이다.이 같은 금형의 변신은 그가 기술자에만 국한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노력을 더해온 지난 세월의 성과다. 원 대표는 2000년에 기계가공 기능장을 취득한데 이어 2011년 금형 분야의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그의 나이 고작 38세, 최연소 명장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원 대표는 "17년을 한 회사에서 금형기술자로 일했는데 장기근속자여서 그런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혜택을 많이 받았다. 기능장을 따고 나서도 직업훈련교사, 기술지도사,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품질경영시스템)·14000(환경경영시스템) 인증심사원 자격증도 땄다"며 "이런 공부를 하기 전엔 그저 불만만 많은 기술자였는데, 배우고 나니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고 말했다.여기에 2005년 호서대 창업대학원에서 창업학을 공부하면서 금형과 창업의 연결고리를 찾게 됐다. 그는 "창업자의 70%가 제품이 있는 창업을 하는데, 금형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틀을 만드는 산업이다. 창업학을 공부하면서 창업자에게 금형은 필수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하는 일은 '융합'이다. 제품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실현가능한 구조와 생산에 필요한 기구, 부품을 설계해 시제품을 만든다. 생산틀이 나왔다면 디자인, 도금 등 후처리 작업까지 상담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뿌리산업은 산업의 전후방 연쇄효과가 가장 높은 분야다. 전방연쇄효과는 한 산업의 생산물이 중간투입물로 사용돼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는 효과이고, 후방연쇄효과는 한 산업에 투입되는 중간투입재를 생산해 산업의 발전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뿌리산업을 기준으로 쉽게 설명하면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전방산업은 뿌리산업을 활용해 발전하고, 원자재, 정밀기기 등 후방산업은 뿌리기술을 위해 활용돼 발전하는 효과다. → 그래픽 참조한국노동연구원이 전후방 연쇄효과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계·전기전자·금속·수송장비·건설·화학산업은 전방효과가, 광산품·석유 및 석탄·전력·가스 및 수도는 후방효과가 높았는데, 이 중 전·후방효과 모두, 가장 높은 분야는 뿌리산업이었다.뿌리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미래로 나아가는 일에 한계를 지은 것은 '우리 모두'가 자초한 일이다. 그간 희생을 당연시하고, 관행을 상식처럼 여겨온 대한민국 산업의 풍토와 이를 눈감아온 정부와 지자체, 편견에 휩싸여 조롱을 일삼았던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그 편견과 한계를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뿌리산업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인천 비즈엔몰드는 창업컨설팅과 금형산업을 접목해 뿌리산업을 새롭게 확장시켰다. 원용기 대표가 '뿌리산업 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기획취재팀/아이클릭아트

2020-05-26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2)자부심 꽃 피우는 청년들]용광로 같은 열정 '젊은 심장이 뛴다'

20대 입사 '기술로 우뚝 선' 원상준 부사장대기업 나와 외부편견과 싸우며 활로 개척"내 뒤 이을 후배들은 존중받으며 일했으면"올해 마흔 살의 원상준 부사장은 경기도 화성시 '열처리' 전문 뿌리기업 제일에이치티씨(HTC)에서 일한다. 그는 대학에서 신소재공학과를 전공했고, 대기업 조선소에서도 근무했다. 세간에 뿌리산업 종사자에게 씌워지는 부정적 인식을 깨는 인물이다.지난 2008년, 그의 나이 28살에 제일에이치티씨 사원으로 입사했다. 원 부사장은 "대학 졸업 후 나도 남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해 2년 정도 조선소에서 일했다. 전공을 살려 즐겁게 일하고 싶어 뿌리산업에 뛰어들었다"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외부의 편견과 싸우는 건 일상이다. 하지만 나는 열처리 산업에 매우 자부심을 갖고있고 전망도 밝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인식이라도 바꾸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20세기 대한민국 산업 성장을 견인한 뿌리산업은 21세기에 들어 '3D', '재하청의 끝'이라 불리며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뿌리산업 다각화 지원정책의 고용효과'를 보면, 정부가 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 계획을 통해 뿌리기업 고용 촉진정책을 펼쳤지만 2018년 취업자 연령 중 20대 청년층은 8.1%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뿌리산업을 '고령자와 청년층 비중이 극히 낮은 방추형 구조'라고 분석하며 '청년 인구 유입이 없을 경우 산업규모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원 부사장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이 사회의 존중을 받으며 일하길 원해서다. 그는 입사 이후 열처리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해 직접 열처리 작업도 하고, 연구개발에도 적극 참여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제일에이치티씨는 항공 부품 관련 열처리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 2018년 NADCAP(국가 항공·방위 산업 협력업체 자격 인정 제도) 인증을 받아 항공·방산 열처리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원 부사장이 4년간 공들여온 결과물이었고 이때 얻은 성취감이 그가 뿌리산업에 지속적인 열정을 쏟는 원동력이 됐다. 원 부사장은 "워낙 인증을 받기 어렵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힘들었다"면서도 "미래가 무궁무진한 산업인데 눈으로 효과를 직접 확인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편견을 바꾸기 쉽지 않다. 안타깝다"고 말했다.원 부사장은 전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이제 삶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뿌리산업에 들어와 새로운 삶이 시작됐고, 내 인생의 꽃도 새로 피우고 있다"며 "청년들이 편견 없이 뿌리산업의 가치를 보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기업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뿌리산업에서 20·30대 젊은 인재 유입의 단절은 산업의 생존을 가늠하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뿌리기업에서 용기있게 내일을 설계하는 젊은 인재들의 도전은 더욱 그 가치가 높다. 원상준(40) 제일HTC 부사장을 필두로 동원파츠 이도경(28)씨와 노환규(30)씨, 제일HTC 정재윤(31)씨는 뿌리산업의 희망이다.(오른쪽부터 역시계방향) /기획취재팀

2020-05-25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2)자부심 꽃 피우는 청년들]'IT 편애' 경기도, 지원·예산 등 속빈 강정

■ 경기도= 경기도 뿌리산업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구색은 갖췄지만 먹을만한 것이 없는 맹탕이다.경기도는 2012년 5월 경기도 뿌리산업 진흥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전국 광역시도단체 중 최초다. 조례에는 뿌리산업 발전에 필요한 연구개발 및 지원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경기뿌리산업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껏 센터도 없고, 전담기관도 없다. 경기테크노파크가 도에서 계획한 지원정책을 '대행'할 뿐이다.뿌리산업 육성을 책임질 전담기관이 없으니, 예산의 규모도 민망한 수준이다. 경기도 뿌리기업은 전국 뿌리기업의 34%를 차지할 만큼 그 수가 가장 많다. 하지만 올해 경기도 뿌리산업 지원예산은 14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이 중 뿌리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R&D 지원에 5억4천만원, 시험분석지원 6천200만원 뿐이다. 공급자 품질인증 획득지원사업에 4억4천만원이 소요되는데, 이마저도 국내외 '원청업체 요구 충족'을 위한 품질안전인증이 전제조건이다.특히 경기도 산업정책 전반에서 보면 차별이 심하다. IT산업과 예산, 정책 규모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경기도 첨단기술기업 등에 투자하는 '클러스터 혁신·고도화' 사업은 예산이 올해만 66억6천100만원이다. 반면 경기도가 2013년부터 지금까지 8년간 뿌리산업 지원에는 총 82억8천600만원을 투입했는데, 매년 6억~14억원 정도 예산을 썼을 뿐이다. 이 중 도비는 48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초 지자체와 매칭해 투입했다.이들 기관 관계자는 "(뿌리기업) 이슈가 있으면 추가경정 예산을 받아 약간 늘어난다. 그저 업종이 사장되지 않게 유지하는 정도"라며 "워낙 기업규모들이 영세해 지원규모를 키워도 효과가 적어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5-25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2)자부심 꽃 피우는 청년들]'제조업의 도시' 인천, 진흥·육성 조례 무관심

■ 인천시=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표도시'로 상징되는 인천시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을 진흥·육성하는 조례조차 없다.인천은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12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만5천여개의 제조업체가 있다. 인천지역 제조업의 GRDP(지역 내 총생산)는 지난 2018년 기준 22조원, 인천의 전체 GRDP(88조원)의 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인천의 뿌리기업은 3천404개로 역시 경기도(1만1천288개), 경남(4천179개) 다음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뿌리산업 진흥·첨단화를 위해 관련법을 제정했다. 뿌리산업에 대한 종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제정 취지였다. 여기에 발맞춰 경기도,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광역 시도가 뿌리산업 진흥·육성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반면 인천시는 도시의 핵심 산업인 제조업 강화를 위해 뿌리산업 진흥·육성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면서도 관련 조례는 제정하지 않았다. '기업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에 뿌리산업 지원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정책지원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례가 없다는 점은 정책의 유무를 떠나 뿌리산업 육성의 정책적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인천시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 신청·지원,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의 정책을 산업진흥과와 일자리경제과가 산별적으로 나누어 시행하고 있다. 이마저도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은 정부가 내려주는 예산에 인천시가 보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일자리 창출 지원은 지난 2018년에서야 시작됐다. 결국 조례를 근거로 뿌리산업 진흥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산업단지 대개조 지역,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등 선정된 정부 공모사업을 기반으로 뿌리산업 지원을 지속해서 할 계획"이라며 "조례 제정을 준비하는 등 인천시 차원에서도 뿌리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5-25 경인일보

[가장 오래된 미래기술-뿌리산업·(2)자부심 꽃 피우는 청년들]국가정책과 현장의 괴리감

지원금액보다 자부담 큰 '스마트공장''영세화 특성' 반영 안한채 밀어붙여 3만2천여개 업체중 참여 의사 4%뿐시제품 실험실 등 '현장목소리' 외면'수요처'부터 찾는 정부의 R&D 지원中企 기술 개발·투자 의지까지 꺾어■ "우리는 계단 하나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정부 혼자 10계단을 한 번에 뛰고 있다."뿌리산업은 여느 산업보다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고 세분화 됐으며 영세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 같은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며 경기도, 인천 등 지자체는 제대로 된 정책조차 전무하다. 특히 정부가 뿌리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스마트공장'과 같은 정책과제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실제로 지난해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뿌리기술전문기업, 뿌리기업 확인서 발급기업을 포함한 3만2천606개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만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설필수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장을 한번만 나와보면 '1억 가지고 스마트 공장은 힘들겠구나'하고 바로 느낄 것"이라며 "생각이 있어도 자부담이 너무 커 엄두를 못 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에 17억원 예산을 배정했는데, 지원대상이 17개 내외 기업인데다, 최대 1억원만 지원한다. 설 이사장은 "영세기업들은 단순히 자동화 프로그램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가 가능한 공장설비를 전부 바꿔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10억원 이상이다. 지금으로선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2018년 말 매출액을 기준으로 경인지역 뿌리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뿌리기업 1만4천692개 중 6천500곳, 전체의 44.2%가 연매출 5억원 미만이다.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과 현실의 괴리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반면 기술 개발 공동설비, 시제품 실험실 등 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재 경인지역에는 시흥의 뿌리기술지원센터가 유일하다. 인천의 한 금형기업 관계자는 "실험하기 위해 이 무거운 장비를 이끌고 시흥까지 오가다 결국 포기했다"며 "일본 바이어들이 현장에 오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설비'다. 지금은 워낙 산업이 복잡해 설비도 다양해져야 한다. 소기업들이 협업하는 공간을 구축하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분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우리를 하청업체 취급한다"'대기업의 3, 4차 하청업체'로 굳어진 산업구조는 뿌리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특성상 수주를 받아 제품을 완성하는 공정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본질적 한계가 있지만, 뿌리산업을 '특수공정'으로 인정하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가지는 독일, 일본과 달리 우리는 하청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뿌리산업이 있다.문제는 잘못된 구조에 정부가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게 뿌리기업의 목소리다. 일례로 중기부는 매년 R&D지원사업인 '구매조건부신제품개발사업'을 진행하는데, '수요처(투자기업)의 구매협약동의서' 혹은 '개발요청서류를 받은 중소기업'이 지원조건이다.경기도 용인의 한 뿌리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연구개발사업 심사를 하면 기술의 특성보다 '수요처'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이 기술을 개발했을 때 팔 수 있는 업체를 데리고 오라고 요구한다"며 "일본처럼 수요업체(대기업 등)와 기술개발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공존하는 산업구조라면 이러한 조건이 맞지만, 우리 현실에선 어렵다"고 털어놨다.또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낸 뿌리기업이 지금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신기술이 상용화돼 양산되기까지 너무 어렵다. 대기업 납품 확정이 안 났는데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력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뿌리산업의 딜레마를 설명했다.실제로 정부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제1차 뿌리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라 R&D 분야 지원을 강화했지만, 2018년 기준 뿌리기업은 매출 대비 R&D 비중이 0.9%로 중소제조업 평균(1.5%)보다 낮고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도 전체 뿌리기업의 9.9%에 불과했다.이 때문에 업계에선 '작은 회사는 돈이 없어 기술을 개발 못하고, 큰 회사는 개발해도 돈이 안돼 포기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설 이사장은 "뿌리산업에 대한 정부 인식이 좋지 않다. 뿌리산업을 육성한다지만, 정부 부처 어디에도 제대로 된 지원부서가 없다"며 "정부 인식을 개선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 공지영차장, 김태양, 이여진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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