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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2·끝)]그들에게 필요한 것

그림 그리고 봉사활동 하고'덕질' 블로그 운영 매진 등안착 못하는 청춘 불안해도단순히 일하기 싫어서 아닌지금과는 다른 방식 노력중무기력한 니트?… "기성세대가 먼저 반성해야"청년들에게 "왜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느냐"며 독설을 퍼붓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청년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청년들이 어딘가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떠다니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붙잡아주지 않아서지 결코 청년들이 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은 어렴풋하게나마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현실에 발을 디디려 애쓰고 있다.1년 가까이 다니던 카페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선미(가명·30·여)씨는 일도, 교육도, 기관에서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다. 하지만 김씨는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는 방법으로 불안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었다.일러스트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일' 대신 매일 최소 5시간 이상 색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빼먹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매주 1차례 봉사활동도 하는데, 인천지역 작가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술 수업에 보조강사로 참여해 돕고 있다. 그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 차라리 여유를 갖고 다른 기회를 찾으면서 쉬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 선택한 결정"이라며 "수입은 없어도 꾸준히 그림 연습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지금이 억지로 일을 구할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용인에 사는 또 다른 니트 청년 권민기(가명·29)씨는 이른바 '덕질'로 꽉 막힌 삶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경우다.권씨는 지난해 11월 우체국 물류 센터에서 일하다 발목을 다친 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지내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아이즈원'의 으뜸 팬 블로거가 되는 날을 꿈꾸며 블로그 운영에 하루를 모조리 쏟아붓는다. 아이즈원의 화보와 각종 자료, 앨범 리뷰와 '굿즈' 리뷰, 방송 일정 등을 카테고리에 따라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올린다. 한 꼭지의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길게는 다섯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고된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200여개의 게시물을 만들었다. 그는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한심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블로그 운영에서 하루의 동력을 얻는다"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공감'과 '댓글'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주유소, 편의점, 피시방, 음식점 서빙, 물류센터 등에서 일할 때는 그저 소모품이 된 느낌이었다"면서 "부모님은 일단 취직 먼저 하길 바라시지만,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인천 부평구에 사는 박희진(가명·27·여)씨는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만들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박씨는 지난 3월 2년 가까이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된 이후 현재 일하지 않고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접은 상태다. 그래도 그에겐 매일 소화해야 할 중요한 '업무'가 있다. 매일 거르지 않고 자신이 읽었거나 읽고 싶은 책의 표지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업무를 정해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청년 니트 관련 모임과 IT 기업이 함께 하는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 그는 지난 3월22일부터 최근까지 10여권의 책을 읽었다. 그와 비슷한 니트 여럿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라도 하는 이유는 4년여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던 과거의 은둔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인증숏' 놀이가 쓸모없는 짓 같지만, 이것 때문에 책을 빌리려 매주 2~3차례는 도서관에 다니게 됐다"면서 "이 활동이라도 없었다면 밖에 아예 나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니트가 된 청년들은 결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이든 해보려 애쓰고 있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청년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사정도 모르고 무턱대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회가 야속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어차피 그동안 어렵고,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질이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사지 멀쩡한 청년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줄 땐 정말 서운하다"면서 "무언가를 도전하기가 더 두려워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눈으로 청년을 평가하기 전에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기성세대가 무엇을 했는지, 기성세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반성하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기성세대는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 청년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본다. 하지만 이들 니트 청년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간다. 이들은 당장 돈이 생기는 일은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보기에 더 가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자신을 투자한다. 니트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인 '사회비행자'가 최근 주최한 '니트 파티'에 모인 니트 청년들이 '이름 스스로 짓기'와 '자기소개서에 없는 자기소개 하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21.5.3 /사회적기업 사회비행자 제공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일자리 시장 '이름표'

15세 이상부터 '생산가능인구'로 정의구체적 구직활동 있어야 '경활인구'로취업·실업, 주 1시간 이상 근무로 판단일자리와 관련한 기사나 논문, 통계 등을 보면 사람을 설명하는 다양한 단어가 등장한다. 이 단어 즉 이름표에 따라 실업률,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 등이 정의되고 여러 가지 지표가 발표된다.일자리 시장에서는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 모두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돈 받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기준이다. 우선 나이가 15세 이상이어야 한다. 15세 미만을 고용해 돈벌이를 시키는 것은 아동착취에 해당한다. 각종 통계에서는 '(15세 이상)생산가능인구'로 정의한다. 돈을 받고 일을 해도 불법적인 강제노역, 도박 등 사행성 활동, 군대나 형무소에 있는 사람은 여기서 제외한다.생산가능인구, 즉 15세 이상 인구는 다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된다. 이때 기준은 쉽게 말하면 '일할 마음'을 갖고 있느냐다. 일할 마음이 있으면 '경제활동인구'이고, 일할 마음이 없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또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면 '취업자'고 일할 자리가 없어 일자리를 구하고 있으면 '실업자'로 나뉜다.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구직자'는 당연히 '일할 마음'이 있는 '실업자'다. 실업자와 구직자는 같은 말이다.취업자와 실업자를 나누는 기준은 일자리다. 통계상으로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 기준이다. 가족을 위해 돈 버는 사람, 그리고 일자리는 있지만 질병 등의 형편상 잠시 일을 못하는 사람 등도 취업자다. 실업자는 '일할 마음'만 있어선 안 된다.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원서를 쓰고 시험에 응시하고 면접에도 참여해야 실업자다. 막연히 쉬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취준생이나 공시생, 은퇴 후 쉬는 사람 등도 실업자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실업자도 못 된다. 그냥 '일할 마음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다.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지만 집에서 가사나 육아를 맡는 주부, 학생, 취업준비생, 노인, 심신장애자, 자선 사업가나 종교활동가와 구직단념자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경기침체로 실직된 사람이 한 달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쉼' 상태의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포괄적 관점' 회복 지원

취·창업 유도하는 '일자리 매몰' 아닌 '기본소득·돌봄체계 강화' 등 변화 필요장기침체 겪은 일본, 정부 주도로 '이바쇼' 도입… 타인과 소통·안정 지원 특징"코로나19를 계기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과 청년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등 청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해야 한다."(니트 한성수(39·가명)씨)"니트 청년은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고립될 위험이 큰 만큼,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돌봄제도가 필요하다."(주상희(59)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일하지 않고 구직 의사도 없는 '니트(NEET)'가 지난 1년간 8만명(24%) 늘어 지난해 말 43만명을 돌파하면서 청년 실업 대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취업이나 창업을 유도하는 '일자리 중심 대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소진된 청년들의 회복을 목표로 '포괄적 지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청년이 쉬면서 일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중간적 일자리'는 그 예다.일본의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 한국지사의 오오쿠사 미노루(46) 교육팀장은 "청년이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일 경험'을 하는 이른바 '중간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중간적 일자리'란 일을 잘하지 못하면 해고되는 보통의 직장과는 달리, 일과 사회생활에 서툰 청년도 포용하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주는 대안적 직장이다. 지난 1991년 '버블경제' 붕괴로 10년여간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이 도입한 '이바쇼(거처)' 제도가 그 원형이다. 미취업 청년들은 이곳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타인과 소통하는 연습을 한다. 참여자에게 성과를 따지지 않고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상담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경기도가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해 온 '청년기본소득'과 '청년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니트 한성수씨는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 시대를 막론하고 고용 한파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이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청년에게도 일정 규모의 소득을 보장하는 청년기본소득을 확대하고, 청년임대주택 또한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번아웃'이 오는 202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 새로운 건강 유해인자로 등록될 만큼 청년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니트 청년은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고립될 위험이 크다"며 "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상담을 적극 유도하는 사회적 돌봄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긴 터널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청년 무직'에 대한 인식조사

시민 10명 중 6명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책임이 청년 개인에게 있다기보다는 사회적인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그 해결방안으로 기업의 청년 일자리 증대를 유도하는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경인일보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청년 무직자'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전체 414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4.4%는 '어떤 청년이 무직 상태에 놓였다면 개인적 책임보다는 사회적 책임이 다소 크다'고 답했다. '사회적 책임이 매우 크다'고 응답한 사람도 20.8%나 됐다. 반면 '개인적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10.4%에 그쳤다. 만일 청년 무직에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면 필요한 해결방안으로 응답자의 가장 많은 44.7%가 '기업의 청년 일자리 증대를 유도하는 경제정책 강화'를 꼽았다. '공공일자리 증대, 청년주거복지 등 청년 일반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30.2%), '청년기본소득, 구직수당 대상 청년에 대한 직접적 현금지원 제도 확대'(12.6%)가 뒤를 이었다.개인적 책임이 더 크다면 필요한 해결방안으로 전체의 25.6%가 '진로 개발을 위한 본인의 적성 파악'을 꼽았고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 낮추기'(22.7%), '보다 적극적인 구직 노력'(13.3%)이 뒤를 이었다.해결책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응답자는 "신입 채용은 수요가 있어야 가능하므로 관련 사업을 키워주는 게 중요한데, 정부는 6개월짜리 단기 빅데이터 분석 등 단기 일자리 개수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 실무에서 필요한 직능 교육이 너무 다르다", "지자체의 직업훈련은 개인 맞춤형이 아니라 정해진 틀에서 진행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구난방인 취업정보를 한곳에 모아 효율적인 구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등 교육·취업훈련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여전히 부족한 '청년 정책'

정부 위기대응용 예산 1.5조원 ↑ 불구기존 고용시장 순응하는 청년에만 집중'한국형 니트 지표 개발'조차 초기단계생애경로 분석 '수급자 맞춤 지원' 시급대상 규모 추정·실태 파악 등 필요한데정책수립·집행 과정서 '참여기구' 부재경기도 청년기본소득, 노동시간 ↑ 효과중앙·지방 '협력적 거버넌스' 필요성도교육도, 일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니트(NEET)가 코로나19 이후 1년 사이 24.2% 증가한 43만6천명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년정책은 일에 종사하고 있거나, 구직활동 중인 청년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니트 청년들을 위한 정책 수립에는 청년 전체 생애 경로를 분석한 수급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책 등이 시급한 시점이다.■ 일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어지난해 12월23일 정부는 청년정책의 비전, 목표 등을 담은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을 마련하고, 지난 3월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과 3월30일 '2021년 시행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청년고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능력개발, 맞춤형 고용지원, 투자확대 및 규제완화 등에 올해 예산 규모를 당초 4.4조원(79만4천여명)에서 1.5조원(24만6천여명)을 늘려 5.9조원(104만여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최근 노동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청년 가운데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단념자 등 청년 니트 등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 정책은 기존 고용시장 시스템 내 순응하는 청년들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61%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은 기존 노동시장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취업과 실업, 비정규직 상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시장에 순응하는 청년층에 정책을 집중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오히려 불평등을 가중시킬 여지도 있다.반면 43만6천여명에 이르는 청년 니트 등 청년 개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 대책은 '청년도전 지원사업'(5천명)과 '구직단념청년 현황 파악', '한국형 니트(NEET) 지표 개발'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지원은 올해도 힘들어 보인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정책 준비해야지난해 8월5일 '청년기본법'이 시행됐지만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 대상인 '취약청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조차 없다. '니트'에 대한 정의도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는 청년 니트에 대한 공식적인 대상 정의나 규모 추정 등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니 구체적인 정책 수요자도 보이지 않는다.수요자 중심 접근은 어떤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사안이다. 아동·여성·노인·장애인 등과 마찬가지로 청년 정책 또한 수요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수요자 중심 정책 수립의 출발점은 대상에 대한 정의와 규모 추정, 실태 파악 등이다. 현재 청년 정책 수립과 집행, 평가에 있어서 청년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식 참여기구가 부재한 상황이다. 청년 고용문제에 국한해 고용노동부 산하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에 청년 의견을 수렴하는 청년 허브단이 있을 뿐이다.청년 니트의 경우 정책 대상 내부의 이질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가사를 주로 하는 청년 니트와 취업을 준비하는 니트, 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교원 등을 준비하는 공시생, 고시생들과 다른 취업 준비자들 간에 이질성도 큰 상황이다.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니트도 유형별로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고, 니트 유형에 대한 실태와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지원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력체계 구축중앙과 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앙정부의 청년 정책이 '청년 니트'를 포함한 '취약청년'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정책적인 세밀함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정책이나 예산 규모 모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은 체계를 갖춰나가며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청년 니트를 포함한 정책들이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대표적인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중 청년 니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은 서울의 '청년수당'과 '청년뉴딜일자리 사업', 광주의 '일-경험드림'과 '청년드림수당', 대구의 '대구형 청년보장제',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등이 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살 도내 거주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씩 모두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2019년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2020년의 경우 분기별로 평균 13만9천명이 혜택을 누렸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19~34세, 최종학력 졸업 후 2년이 지난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2만명 내외의 인원을 선정할 방침이다.경기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정책효과 분석(Ⅱ)'을 보면 청년기본소득은 정신건강, 운동 빈도, 식생활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행복감을 안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청년기본소득 수령으로 노동시간은 주당 1.3시간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본소득이 노동시간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다.경기연구원 관계자는 "24세 청년들은 기본소득이 다시 시작할 기회와 도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나아가 충분한 수준에서의 기본소득은 삶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인터뷰|'청년기본법 발의' 이원욱 국회의원

"청년기본법에 취약청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지난해 8월5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정하고 정책의 수립·조정·지원을 아우르는 기본 사항을 담은 '청년기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에 대한 정의가 빠졌다.더불어민주당 이원욱(화성을) 국회의원은 2016년 '청년기본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다. 이원욱 의원은 '능력개발과 고용촉진, 복지증진에서 저소득, 저학력, 무직자, 소외·부적응자, 재소자 및 외국인 유학생 등 취약 청년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최종 제정된 법률에는 빠졌다.이 이원은 "법에 취약 청년에 대한 별도 정의가 없다 보니 취약청년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서 "취약청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포함하거나, 취약 청년지원을 위한 별도의 장을 마련하는 방식의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관련법 8조는 국무총리가 5년마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또 기본계획에는 고용·교육·복지 등의 분야에서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에 대한 별도 대책을 포함하도록 하는데,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이 없다는 것이 법 개정안 필요의 이유다.이 의원은 "'니트(NEET)는 대표적인 취약 청년 계층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니트 청년이 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느냐 하면, 구직할 의사가 없거나 구직활동을 펴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청년이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 위주의 교육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불평등 문제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취업지원 시 인센티브와 취약청년지원금 등으로 해소하며, 장기적으로 교육·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 의원은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나빌레라'를 언급했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방황하는 23세 발레리노 '채록'의 이야기다. 이 의원은 "할아버지가 보여준 채록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채록을 '날 수 있게'하는 힘이 된다"며 "국가는 취약청년, 청년 니트를 믿고 기다려야 하며,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사회제도를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이원욱 국회의원. 2021.5.3 /이원욱 의원실 제공

2021-05-03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1)]그들은 왜 소진됐나

남들처럼 창업·쇼핑몰·알바 등치열하게 살아보려 노력했지만고된 노동·불공정에 지쳐 포기"내 삶 온전히 누리며 살고파 어찌됐든 직업 갖지 않을 것"인천에 사는 한성수(39·가명)씨는 일하지 않고, 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다. 아주 가끔 부모님 사업을 돕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간혹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는 등의 일상이 전부다.구직활동은 접었다. 남들이 꿈꾸는 번듯한 일자리를 얻겠다는 환상 같은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한씨는 "20년 가까이 '일'을 가지려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너무 지쳤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라며 "직장인들조차 '투잡', '쓰리잡'이다 하면서 'n잡러'가 되는 세상인데, 만족스럽게 다닐지도 모를 직장을 구하는데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것이 제 적성에 맞는 진로 같다"고 덧붙였다.그는 남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의 노력은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도중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유망하다는 대학 조선공학과에 재수까지 해서 들어갔고, 창업에 나서 한 달 수익만 1천만원 넘게 벌어 보기도 했다. 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틈틈이 노력해 자격증을 5개나 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은 '소진(Burn out)'된 감정과 '니트'라는 꼬리표뿐이다.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는 재미를 붙일 수 없었고 휴학을 반복했다. 20대 후반이던 2010년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이스 레코더 같은 기기를 싼값에 수입해 팔아봤는데 마진이 좋았다. 사무실을 인천에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공정한 업계의 현실과 마주하고는 좌절했다. 특정 품목을 취급하는 업자끼리 '라벨 갈이', '가격 담합' 등이 만연했고, 경쟁 업자의 불법적인 제안을 거절하면 심지어 폭행을 당하거나 협박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대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고통이었다. 그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극도의 불안 증세가 나타날 정도였다"며 "매일 약으로 살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이 피폐해졌다"고 했다. 7년 만인 지난 2017년 그는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이후 최근까지 4년 동안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꼭 노동 강도가 센 곳만 일자리가 생겼다. 가구 판매점, 전자기기 제조 하청 공장, 면세점이나 배달 앱 콜센터, 배달앱 라이더 관리, 정신병원 폐쇄병동 등 그는 4년 동안 6곳에서 일했다. 업무 매뉴얼 따위는 없는 곳이 태반이었고,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욕설이 날아들었다. 새벽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그는 지쳤다.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한씨는 "일을 할수록 삶이 더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 반대였다"며 "일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내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싶다. 어찌됐든 직업은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세상은 '니트족'이라고 부른다.한씨처럼 코로나19의 엄습에 따른 고용환경 악화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취업의욕 상실로 방황하는 청년을 지칭하는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니트족이 지난 1년 새 8만명(24%) 늘어나 2020년 말 기준 43만명에 달한다. 니트족 폭증은 생애소득 감소에다 부모세대의 부담증가로 이어져 복지부담 등 사회적 비용 가중으로 다가온다. 또 노동 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 성장률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직업교육 확대 등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파란불이 켜진 신호등 앞에서 길을 건너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2021-05-02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백수'라는 편견…경기·인천 청년 들여다보니

코로나가 몰고온 불황에 채용 어려워많은 젊은층 종사, 서비스업 '큰 충격''직원 둔 자영업자' 작년比 9만4천명↓작년 경기 9만·인천 5천여명 '니트 증가'과도한 성과추구 등 상처 스스로 격리신체·정신적 피로 호소 '번아웃' 비슷편견과 달리 니트 82.9% '일 경험 있어'"만족감 갖고 일할 수 있는 정책 시급"대학을 그만두고 당당히 창업에 나섰다 겪은 실패, 이후 닥치는 대로 일을 경험하다 이젠 지쳐서 '니트'가 된 한성수(39·가명)씨. 한씨의 이야기는 왜 청년들이 구직마저 포기하고 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경기·인천지역에는 한씨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청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처절하게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누군가가 볼 때는 결국 '놀고먹는 백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니트'에 놓이는 현실이다.# 깊어지는 고용절벽 늘어나는 청년 니트"일자리가 없는데 당장 뭘 할 수 있겠어요."20~30대 청년들이 마주한 가장 큰 고통은 취업난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황에 기업도, 상점도 사람 쓰기(채용)가 어려웠다. 특히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는 청년들을 취준생으로 만들거나 그냥 쉬는 처지로 만들었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지난 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 감소 폭은 2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특히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큰 충격을 받았다.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 일자리는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하는 분야다.특히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30만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만4천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한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415만2천명으로 1만3천명 늘었다. 코로나로 생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직원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들조차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실 뒤엔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있다. 경인일보가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인지역 니트 규모를 추정한 결과, 지난 2019년 각각 35만9천 명, 7만8천명이던 경기·인천 청년 니트 규모는 코로나 이후 불과 1년 만에 각각 9만5천명(26.4%), 5천명(6.4%) 늘었다. 국내 전체 규모도 그렇다. 현대경제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니트가 43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8만5천명(24%) 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Burnout)' 청년, '니트'6년 전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한 카드회사의 광고 문구가 유명세를 탔다. 과노동에 지친 직장인들의 현실이 반영된 문구였다. 그때의 상황은 지금 청년들과 비교하면 차라리 낫다.현재 청년들은 직장이라는 문턱에 제대로 진입조차 못하고 소진된 상태에 이르러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번아웃 증후군'이란 말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경우다."공장에서 일할 때 '빨리빨리'만 외쳤어요. 느리다는 이유로 저를 따돌렸어요. 다시 공장으로 가고 싶지 않아요."(27·이다미·고졸·가명)"이제는 제가 쓸모가 없어졌나 봐요. 나이가 많다고 아르바이트도 받아주지 않네요."(31·김미선·전문대졸·가명)"안정적이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27·남·박헌상·대졸·가명)청년들에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일정 수준의 공통적인 피로감을 확인할 수 있는 답변이 나온다. 낮은 임금, 구직 활동과정에서 겪는 실패로 인해 구겨진 자존감, 개인의 역량을 벗어나 과도한 성과를 추구하는 조직문화 등이 이들 청년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거 직장에서 경험한 노동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쌓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청년들이 일에서 멀어진 이유는 소진(번아웃)인 것이다. 결국 니트는 '일하지 않는 개인'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나 일터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취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 지속적으로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취업 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니트의 82.9%가 일 경험이 있고, 77.3%가 향후 6개월 이내에 구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니트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일을 해왔고, 구직활동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청년들이 실업 후 소진되어 니트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자리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일터에서 사회적인 만족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4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나름 잘 나가는 청년사업가였다가 급격한 번아웃(Burnout) 증세로 지금은 '니트'가 된 청년 한성수(39·가명) 씨. 인터뷰를 마치고 지하철 강동역 출구를 통해 햇빛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가고 있다. 그는 "20년 간 노력해본 결과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것이 제 적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기획취재팀

2021-05-02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업무과다·박봉에 '고통'…정책은 '일자리 증가'만

20대 직장인 셋중 한명은 '1년내 이직'"노력해도 안된다는 인식에 지쳐가"기업문화 개선·심리치료 병행 필요최근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직장인 3분의1이 입사 후 1년 안에 회사를 옮긴다는 조사가 있다. 30대 직장인 4분의1도 2년 안에 직장을 옮긴다. 이들 이직자들은 처음 이직을 하게 된 이유로 '업무과다·야근으로 개인 생활을 누리기 힘들어서'가 응답률 39.2%로, 가장 많이 꼽았다. 낮은 연봉(33.4%)과 회사의 비전 및 미래에 대한 불안(27.3%). 상사 및 동료와의 불화(16.9%) 등도 이직 이유로 꼽는다. 청년들이 회사를 어렵게 들어가도 1년 안에 떠나야 할 정도로 나쁜 노동 경험이 개인에게 축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심리적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증, 무기력을 동반한 심리적 고립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한국고용정보원의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2013)에 따르면 니트 청년의 37.7%가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자주 느끼고, 40.7%는 '슬프고 힘들다는 느낌'을 자주 겪는다고 응답했다.상황이 이런데도 청년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늘리기에 치우쳐 보인다. 양적 일자리 확대 외에도 기업 문화를 개선하거나, 지친 청년을 보듬을 수 있는 심리치료, 사회적 관계망을 제공하는 복지 등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지쳐 쓰려지고 있는데 버려두는 것은 무책임한 사회다. 청년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그들을 지치게 한다"며 "국가가 청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들을 알리고, 내가 노력하면 괜찮은 일자리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지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파란불이 켜진 신호등 앞에서 길을 건너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2021-05-02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불안정 청년고용 설명하는 용어 '니트'

현재 교육(Education)을 받지 않고, 취업(Employment)한 상태도 아니며, 직업 훈련(Training)을 받고 있지도 않은 청년들을 우리 사회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고 부른다.청년들의 고용 문제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인데,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청년 고용위기 현황에 대한 분석과 해법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다. 니트는 청년들이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하고 원활하지 못한 상황을 대변하는 하나의 지표로 사용된다.니트는 아직 개념이나 정의가 완성단계라기보다는 만들어지고 있는 개념이다. 나라마다, 연구자별로 조금씩 그 범위와 맥락이 조금씩 다르다. 니트란 개념을 제일 처음 제기한 곳은 영국이다. 영국 총리 산하의 '사회통합을 위한 위원회'가 10대 청소년 중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취약계층의 규모와 실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니트'라는 개념이 사용됐다. 학교 밖 청소년 중에서 취업을 위한 준비도 하지 않는 10대가 그 대상이었다. 일본에서는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으며 발생한 젊은 무업자 층에 관심을 가지면서 니트에 주목했다. 영국과 달리 연령대를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확장했다. 연령을 넓히는 대신 기혼자와 경제활동 인구 중 '실업자'를 제외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OECD는 일본과 달리 니트 연령을 15~29세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니트에 관한 공식 통계를 만들지 않는다. 가장 유사한 통계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1주일간 주된 활동으로 '쉬었음'으로 응답한 경우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연구자에 따라 15~29세, 15~34세 등으로 다르고, 실업자를 포함하거나 제외하기도 한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2021-05-02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고립' 부추기는 세대갈등

'은둔형외톨이' '니트' 부모들 협회·모임"세상에서 도태 된다고 압박 줬던 것 후회"인식개선·조례제정 활동… MBTI 검사도해답찾기 보다 위로… "믿고 기다려 줘야"니트 상태인 청년에게 나타나는 모습의 하나는 스스로 사회적 고립(孤立)을 택하는 것이다. 취업 준비를 한다거나, 쉬기 위해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사귀지 않으면서 도움을 받지도 않고 외톨이가 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외톨이가 된 청년들은 가족 구성원과도 잦은 갈등을 겪는다.한국고용정보원의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를 보면 니트 청년응답자 가운데 39%가 직업이나 취업 준비 등의 사안을 두고 부모와의 갈등을 겪고, 26.2%가 가족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니트 상태인 청년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대표적인 부정적 인식 가운데 하나는 '취업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니트 청년들은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에 지쳤다'고 항변한다. 이러한 세대 갈등은 가장 작은 사회 구성단위인 '가족'으로도 전이된다. 부모는 고립 상태에 있는 자녀가 못마땅하고, 자녀는 그런 시선이 불편하다. 니트 상태의 청년에게는 가족과의 신뢰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니트 청년 일부는 사회적 고립을 택한 '은둔형 외톨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녀와의 갈등을 극복하려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주상희(59)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는 마라톤코스를 100m처럼 달리다가 번아웃(정신적 육체적 탈진)되어 고립된 상태에 있는 청년"이라며 "이미 내적 동기가 소진된 상태이기에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들은 자기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주상희 대표 또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30세 자녀의 부모다. 주씨는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과 함께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창립해 은둔 청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상담·치유 프로그램, 직업훈련, 인식개선·권익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 등에 힘을 쏟고 있다.그는 자녀가 은둔하게 된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는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당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그 힘든 시기를 겪으며 자신에게 생긴 '살아남아야 한다'는 식의 강박이 그의 자녀까지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그는 "IMF 금융위기로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났고, 생활도 힘들어 양육은 뒷전이었다. 아들에게 '이 정도도 못하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만다'는 식으로 여느 부모와 같이 미래에 대한 압박을 주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그의 아들의 은둔 생활은 수능을 앞둔 고3 어느 날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한 뒤 학교 적응에 실패했고 은둔이 계속됐다. 보다 못한 그는 집에 혼자만 있던 아들을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아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는 등 자녀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그런 자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주씨의 신뢰와 사랑이었다. 그는 극단에 몰리고 나서야 일을 쉬고 아들 곁에 있어줬다. 몇 달을 말없이 아들의 몸을 씻겨 주면서 기다렸고 대화의 물꼬가 텄다. 그는 "돌이켜보면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는 강요 말고 자녀의 선택을 기다려라!"지난달 17일 오후 2시, 니트 청년 부모들의 모임인 '니트 부모교류회'가 온라인으로 모임을 개최하고 서로의 속내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 있는 니트 부모들이 참여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성격유형검사(MBTI)로 알아보는 부모와 자녀'라는 주제로 전문가 특강을 듣고 부모와 자녀의 성격유형을 비교 분석하며 서로의 문제점을 탐구했다. 또 자신들이 겪은 일상과 고민을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힘이 돼 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대화에서 '은둔 고등학생 자녀의 자퇴 문제'를 놓고 부모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니트 자녀를 둔 A씨는 "성적이 우수했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면서 은둔에 들어갔다"며 "3학년이 돼서도 학교를 며칠 다니다가 안 가서, '그럴 바엔 자퇴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이 도리어 화근이 돼 이제는 부모와 대화도 거부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A씨의 고민을 들은 다른 부모들은 자신들이 먼저 겪었던 상황을 말하며 "졸업은 꼭 해야 한다고 강요한다거나, 또 자퇴해도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뭐 해볼래' 정도의 조언이라도 아이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강요로 느낄 수 있다", "믿고 기다려 주는 게 맞다. 아이 스스로 힘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대화를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이들은 각자 해답을 찾기보다는 서로가 위로받으며 세상에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들은 '부모가 힘이 나면, 아이도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1-05-02 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인터뷰|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

히피·딩크 등 삶의 방식 희화·조롱 사용'노동중심 사회' 비노동 상태 사람 배제기본소득 등 복지제도로 틈새 보완해야"'니트'를 '니트족(族)'이라 부르지 말자."'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의 저자인 이충한(45·사진)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니트족'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놀고먹는 청년'이라는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면서 "'족'이라는 첨어를 빼자"고 강조한다. 그는 "히피족, 딩크족, 코쿤족 등 역사적으로 ○○족은 주류사회와 다른 특정 삶의 방식을 희화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니트는 본인의 문화적 지향에 따라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청년 개인이 노동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나 처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니트족'이라는 이름으로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니트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기존의 노동관으로 바라보면 사회를 거부하는 이상한 청년이겠지만, 그건 산업주의 시대 과도한 노동에 길들여진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라며 "'노동 중심 사회'인 지금은 비노동 상태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기술발전과 경제구조의 변화로 임금노동의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사회를 떠받치는 돌봄, 예술, 공공활동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 이외의 활동'들이 중요해지고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물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생산활동에 인간의 노동력이 덜 중요해지는 미래에는 개인과 사회가 '임금노동'과 '(좁은 의미의) 노동 이외의 의미 있는 활동'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행복과 공공선을 추구하고, 기본소득 등을 포함한 복지제도로 각종 틈새를 보완해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그는 "기존 '노동사회'에서는 임금노동을 해야만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일자리의 축소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의 기회를 놓고 사회가 분열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한 사람을 사회 구성원으로 품는 이유는 그의 '노동 여부'가 아닌 '존재 자체'로 바뀌어야만 한다"고 했다.끝으로 그는 "니트라는 현상을 병리적으로 바라보려 한다면, 그것이 개인의 병이 아니라 사회 병리라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니트 개인이 아닌, 니트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 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의 저자인 이충한(45·사진) 하자센터 기획부장. 2021.5 3 /경인일보DB

2021-05-0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2·끝)]분단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文대통령 대표공약 '공단 재개''서해안 경협벨트' 국정과제로현정부 시간 1년밖에 남지 않아임기내 '가시적 결과물' 기대도이재명 "재개선언 최우선 과제"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 임기 내 답보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고 개성공단 재개를 향한 진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공단 재개는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지난 2016년 2월 공단 폐쇄 직후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한 데 이어, 이로부터 1년 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정권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천만평까지 확장하겠다"며 공단 3단계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앞선 보수 정권과 달리 빗장을 쉽게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국제 제재의 그늘 아래 공단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야속한 5년만 흘렀다. 이제 현 정부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도 1년이 전부다. 이 때문에 올해가 공단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수도권에서부터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벨트 건설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공단 재개에 관한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과거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막판 북한과 극적으로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임기 내에 공단 문제를 매듭짓고자 다급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개성공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한 점도 고무적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직후 자신의 SNS에 남긴 축하메시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번영의 길을 주도적으로 열어나갈 때다.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다. 선 선언·후 협의로 대북제재의 틀(비핵화 프레임)을 넘어 남북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력에 나선다면, 이를 계기로 끊어졌던 대화 채널도 복원될 것"이라며 사실상 포문을 열었다. 이후 경기도 주최로 지난달에도 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토크 콘서트와 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 연대회의 출범식을 개최하는 등 내년 대선에 대비한 소위 '개성공단 마케팅'을 시작한 상태다.이에 입주기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해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석촌도자기 조경주(66) 대표는 "입주기업들은 5년 넘게 희망고문을 당했다. 이제는 정말 해답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과거 개성공단에 '올인'했던 입주기업 (주)석촌도자기는 공단 폐쇄 이후 경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335명의 북한 노동자가 북적였던 개성 공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조경주(66) 대표와 단 2명의 직원만 남아 인천 공장을 지키고 있다. 조 대표의 한숨은 언제쯤 그칠 수 있을까. /기획취재팀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조짐으로만 끝난 '가동 재개의 꿈'

文대통령 취임 이후 정상회담·공동선언 '기대감'하노이 북미대화 결렬되면서 관계 급속도로 냉각SNS 설문조사 58.4% '정부 대처 부적절' 응답"실제 조치 드러나지 않아" 소극적인 태도 지적보수-진보 양극화… 퍼주기·달러박스 인식 공존경기도민 44% '재개 부정적'… 국민적 합의 시급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2월 이후 수차례 재개의 조짐은 있었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일시적으로 해빙기를 맞으면서 남북 정상이 한목소리로 개성공단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개 기대감은 꽃을 피웠다. 서해 군 통신선을 비롯해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되며 남북 간 연락망이 하나둘 회복됐고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선수단 참여,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등 문화적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이는 곧 남북 정상 간 만남으로 이어졌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인 2018년 4월 성사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 사업 진척에 관한 내용을 담았던 10·4 선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공단 재개의 불씨는 더욱 당겨졌다.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친 뒤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을 마련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2018년에만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며 공단 재개의 기대감은 증폭됐다. 더욱이 이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 공단 재개는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다.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급속히 얼어붙었다. 급기야 지난해 6월 북한이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면서 눈앞으로 다가왔던 공단 재개의 꿈은 결국 흩어져버렸다.공단 재개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인일보가 지난 10~15일 SNS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38명 중 절반 이상인 58.4%(139명)가 공단 재개를 위한 정부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고 답했다. 긍정적 답변은 14.3%(34명)에 불과했다. → 그래프 참조공단 폐쇄 이후 북한과 재개 관련 뜻을 모으긴 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이 부정 답변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 응답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 분위기 등 북한과의 경협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가 굉장히 수동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답했고, 또 다른 응답자는 "공단 재개의 목소리만 부르짖고 실제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액션이나 외교적 조처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희건 이사장도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이후가 공단 재개 적기였는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입주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우리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분법적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첫 단추였던 개성공단 사업마저 '퍼주기', '달러박스' 등의 인식이 공존해 왔고 결과적으로 공단 재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맞물린 국민들의 대북 관련 부정적 시각도 5년간 재개 지지부진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이는 경인일보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공단 재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1.7%(147명)가 개성공단 재개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필요하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도 27.3%(65명)를 차지했다. 이 중 '전혀 필요 없다'는 응답도 42명에 달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재개 필요성 관련 부정적 입장이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도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1%가 '필요하다', 46%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단 재개에 앞서 부정 여론의 벽을 뛰어넘는 국민적 합의가 시급한 당면 과제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대외홍보팀 김미선 과장은 "재단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개성공단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진영 논리나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경제 교류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개성에 가기 위한 관문이었던 사진 속 남북출입사무소는 5년째 적막만 흐르고 있다. 개성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경인일보DB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폐쇄 장기화로 점점 낮아지는 가능성 불구北 주민 자본주의 경험 '참신한 시도' 평가점진적 변화·국제무대로 유도 필요성 강조공단 폐쇄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재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시기를 놓쳤다"며 "한반도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시대가 조성되고 있다. 미중 갈등 구조가 명확해진다면 중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 미국 간 관계도 진전이 어렵고 남북 관계 역시 답보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반도 밖에서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신문 카미야 타케시(谷 毅) 서울지국장은 "개성공단 사업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어렵게 추진됐지만, 5년 전 폐쇄를 기점으로 결국 다른 대북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재의 틀 안에 갇히게 됐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공단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지닌 가치에는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시장경제를 경험하고 노동자들이 소위 돈의 맛을 느끼게 한 계기 자체로도 참신하고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본다"며 "북한이 자본주의를 인식하게 해서 조금씩 변화하도록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도 "통일 이전 동·서독 간 교류가 활발했던 독일의 경우도 경제협력 모델은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영토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췄느냐며 놀라워한다"며 "개성공단이 지닌 가치가 여기에 있다.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김병로(왼쪽)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와 카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현재로선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재개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기획취재팀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남북관계 꼬인 실타래 풀 방법은

'트럼프 노선 이탈' 美 포괄적 대북정책 검토대선 1년앞… 후보 공약으로 꺼낼 가능성도여권 잠룡 이낙연 '신중' 이재명 '필요성 언급''올림픽 단일팀 4개 종목 합의' 北 참여 촉구지난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가 공개된 이후 남북 관계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개는커녕 당분간은 남북 간 대화조차 단절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악조건 속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건 결국 경제적 협력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인 개성공단이 지닌 상징성과 가치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분위기 반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때다.미국이 사실상 남북 관계의 절대적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기조를 점진적·단계적으로 가져가며 제2의 오바마 정부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단계다. 최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기간에 북한 측의 '말폭탄'이 터져 나오긴 했지만, 이면에는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북한의 속내 또한 감지됐다. 트럼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 역시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역시 공단 재개 관련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주자들이 공단 재개를 남북문제의 공약으로 끄집어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후 정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아직은 국제 제재를 의식한 듯 공단 재개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또 다른 강력한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일찌감치 포문을 연 상태다.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치러질 도쿄올림픽도 남북 관계 개선에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최초로 단일팀 구성이 성사돼 화제가 됐다. 통일부는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다양한 계기가 활용될 수 있으며, 도쿄올림픽도 그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도쿄올림픽 농구·조정·유도·하키 등 4개 종목에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남북 관계 악화와 코로나19로 더 이상의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북한의 반응은 없지만 코로나와 남북 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북한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유도와 조정 등 2개 종목 단일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18일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2021.3.18 /연합뉴스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제2의 개성공단' 대안 찾기

인천·경기·강원지역 10곳 시장군수협의회특화산업벨트 조성 경제 활성화 법안 촉구통일부 뱡향·효과 따져 구체화 용역 준비서해평화도로 영종~신도 구간 착공 '첫발'답보 상태에 놓인 개성공단 외에도 인천 강화·옹진, 김포·파주·연천 등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조성, 북한 산업과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 같은 대안이 공단 재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인천·경기·강원 접경지역 10개 기초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최근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 중인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발의된 3개의 관련 법안은 그간 각종 제한에 묶여있던 접경지역에 특화산업벨트를 조성해 지역 활성화뿐 아니라 남북 간 경제 협력·교류까지 이끌어낸다는 게 핵심이다. 공단이 재개되면 향후 개성과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평화특구는 남북 간 활발한 경제 교류를 통한 공동 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최근 평화경제특구 구상을 구체화하는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법 제정에 대비해 특구 조성의 방향과 효과 등을 따져보겠다는 계산이다.서해를 두고 북한과 접해 있는 인천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특별지대 조성은 박남춘 인천시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최근 장기적으로 영종도에서 북한 개성까지 이어질 서해평화도로의 시발점인 영종~신도 구간 건설에 착공, 향후 남북경협벨트의 핵심 인프라로 만든다는 구상을 본격화했다. 박 시장은 "서해평화도로의 착공은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과 전환의 첫발을 디딘 역사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위치도 참조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대안들이 당초 개성공단만큼의 가치와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하며,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선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단 재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평화경제특구는 장기적으로 북한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고려해 추진되고 있다"며 "개성공단과 대체·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달 2일 최종환 파주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신준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맨 오른쪽) 등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을 만나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2021.3.2 /파주시 제공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인터뷰|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평화·번영 양산했던 곳재개 위해 목소리 낼 것""우리 국민들이 개성공단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향(52·사진) 이사장의 표정은 무거웠다. 지난 2008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공단과 연을 맺은 뒤 공단 폐쇄 상태인 2017년 12월 이후부터 위원장과 재단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에게 작금의 상황은 어둠 그 자체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을 매일같이 양산했던 곳"이라며 "중단 이후 아무 진전 없이 허비되고 있는 하루하루가 아깝다.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김 이사장은 답보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반대하면 끝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냐. 자꾸만 미국 뒤에 숨어선 안 된다"고 정부를 향해서도 날을 세운 데 이어, "문제 해결의 중심축을 한미 또는 북미가 아닌 남북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우리 일 아니겠느냐"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인식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네거티브가 아닌 진정한 평화의 가치와 의미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국민들이 이를 정확히 알게 된다면 정부의 방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공단 재개와 관련해 상황이 좋진 않지만, 그는 "공단 재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1-03-22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1)]평화의 땅에서 분단의 땅으로

남북 노동자, 담배 바꿔 피우고'초코파이' 건네며 안부인사도한때 이념 넘어 '통일 시험무대'2016년 '폐쇄'… 하루만에 퇴거'평화의 싹' 신기루처럼 사라져지난 2008년부터 8년 가까이 개성을 오갔던 입주기업체 직원 김모(47)씨는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금단의 영역에 가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슷한 생김새에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경계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그들과의 특별한 경험은 지금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밥을 같이 먹을 수도, 식후에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없었다. 소소한 안부를 묻는 것 외엔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제약이 따랐다. 정치·경제 문제는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함께 모여 일을 하면서도 대화의 수위를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정확한 선은 아무도 몰랐다. 혼란스럽고 조심스러웠다.하지만 이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이념과 규제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들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독한 북한 담배와 부드러운 남한 담배를 바꿔 피워보기도 하고, 초코파이와 자일리톨껌을 건네주며 묻는 "아(자식)는 말을 잘 듣습네까"라는 안부 인사에 서로 미소 지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남과 북은 한 공간 안에서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뜨리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통일 한반도의 시험 무대, 개성이었다. 김씨는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말했다.2016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월10일, 입주기업 (주)영이너폼 이종덕(62) 대표는 급히 연락을 받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로 달려갔다. 연휴 기간 중 이례적인 소집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그 자리엔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20여명의 입주기업 대표들이 모였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공단을 폐쇄키로 결정했고,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세 시간만인 그날 오후 5시 공식 발표를 통해 공단 폐쇄는 현실이 됐다.기업들은 반대할 겨를도 없었다. 현지에 있는 자재만이라도 정리할 수 있도록 최소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밖에 드릴 수 없다. 기업 피해 정상화에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허한 답변만 내놨다. 북한은 다음 날 오후 4시50분 "오후 5시30분까지 모든 남측 인원을 추방한다"고 통보했다. 추방 시한을 불과 40분 남긴 시점이었다. 입주기업에 허용된 건 탑차 한 대와 인원 한 명이 전부였다. 결국 이들은 공장 내 모든 물품을 그대로 둔 채 개인 소지품만 겨우 챙겨 숨 가쁘게 개성을 빠져나와야 했다. 이 대표는 "125개에 달하는 기업에 단 하루 만에 철수하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경제 협력을 통해 남북 평화를 싹 틔우던 공간은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평화의 시계는 5년 넘게 멈춰 있다. 기업 성장과 동시에 평화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던 입주기업들은 그 사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 공단 폐쇄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5년째 아무런 소식이 없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시대의 예행연습이 이뤄지던 희망의 장소였다. 사진 속 빛나던 개성공단은 5년 전을 끝으로 빛을 잃었다. /연합뉴스

2021-03-21 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우리가 잘 몰랐던 개성공단의 일상

月 80불 상당 급여·생필품 '北 최고 직장'남북 한공간서 일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도소통공간 편의점 '잊을수 없는 전화번호' 회담 결렬 전날 '부엌서 라면' 에피소드 인터넷 안돼도 여가 즐길수있는 공간 있어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의 아침은 여느 남쪽의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남측의 북적이는 출근길 풍경처럼 이곳 역시 개성 시내로부터 출발한 출근버스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우르르 내려 일터로 바삐 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남북 노동자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자식들은 무슨 대학에 갔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식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약속된 사안이었다. 남측 사람들은 구내식당이나 음식점을 이용했고, 북측 사람들은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 남측에선 국을 제공했다. 춘궁기에 밥을 싸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면 국 대신 잔치국수로 대체하는 배려도 있었다.북한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73.87달러였다. 연장근로수당과 야간·휴일수당을 포함하면 많게는 150달러 이상 받기도 했다. 150달러는 당시 환율로 한화 17만3천원 정도다. 농사나 장사가 주된 돈벌이 수단이었던 북한 사회에서 직장에 출근해 임금을 받는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최고의 직장'이었다. 공단 노동자들은 매달 80달러에 달하는 북한 돈을 임금으로 받았고 이 밖에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의 생필품도 받았다.탈북민 최모(55)씨는 "80달러면 북한에서 쌀 160㎏을 살 수 있는 돈"이라며 "식구 중에 1명만 개성공단에서 일해도 먹고 살 걱정은 안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사람들에겐 소위 '인생역전'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었다.조그마한 농촌 마을인 개성에 남한의 공장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북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탈북민 박모(51)씨는 특히 개성공단표 속옷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당시 북한에서 속옷 장사를 했던 박씨는 "아랫동네(남한) 빤스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 찢어지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편안하고 통풍이 잘돼 부르는 값에 팔렸다"며 웃었다. 공단에 근무하는 남한 사람들 얘기도 물건 못지 않게 널리 전파됐다. 북한에선 늘 비난의 대상이었던 '남조선'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개성공단은 잊을 수 없는 공간이다. 공단 내 유일한 편의점 CU의 점장을 지낸 한지훈(40) BGF리테일 경기북영업1팀장은 "아직도 '001-8585-2299'라는 개성 1호점 전화번호가 기억난다. 가끔 전화를 걸어보면 통화 중이라고 돼 있었는데, 이젠 아예 신호가 가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편의점에선 모든 거래가 달러로만 이뤄져 달러가 없던 북한 노동자들은 이용할 수 없었다. 점장과 부점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직원은 모두 북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공단 내에서 남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실제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남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공단 종합지원센터 내 급식소에서 영양사로 일했던 김민주(35)씨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2015년 12월11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남북이 공단에서 당국회담을 진행했는데 갑자기 인원이 늘어 밥이 부족해졌다. 밥을 새로 하려 하자 북한 직원들이 라면을 먹자 했고 그때 처음으로 그들과 부엌에 다 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며 "라면과 김치, 찬밥이 전부였지만 참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튿날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함께 식사를 나눈 이들과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 그는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밖에서 일어난 일들이 결국 우리를 갈라놓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휴대전화는 물론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했지만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은 곳곳에 있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건 북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계절과 관계없이 삼삼오오 네트에 모여 배구를 즐겼다. 유독 배구를 즐기는 이유는 '장군님이 지정해 준 국방체육'이었기 때문이다. 야근이 없으면 북한 노동자들은 저녁 무렵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공단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듯 다른 사람들과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며 함께 살았던 곳. 때론 묘한 긴장감도 감돌지만 다름을 인정한 채 공존하고 융합하며 어우러져 살아갔던 곳. 이곳 역시 결국은 사람 사는 동네였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좌측)북한 노동자들이 출근버스를 타고 개성공단에 도착해 일터로 향하고 있다. (중간)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우측)북한 노동자들이 남한 노동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2021-03-21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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