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방차가 주·정차 차량에 속수무책인 이유

화재 신고를 받고 신속하게 출동한 소방차가 정작 화재현장을 앞두고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화재 피해를 키우고, 구할 수 있는 인명을 잃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원인은 화재현장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덩치 큰 소방차의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등생 형제를 덮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 사건 때도 대로를 신속하게 통과한 소방차량은 화재 현장 진입로 양편에 주·정차된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서행해야만 했다. 1분 1초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소방차량의 서행은 치명적이다. 소방활동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도 형제들의 구조는 더욱 빨랐을 것이고 화상 피해도 줄였을지 모른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는 6m 도로 양쪽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사망자 29명과 부상자 36명이라는 대형 인명피해에 일조한 것이다.

정부는 제천 사고 이후 2018년 골목길 주·정차 차량들이 화재 진압에 방해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 소방지휘자가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 및 물건 등을 제거· 이동시킬 권한을 보장한 기존 조항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소방활동 방해 주·정차 차량 제거와 이동에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즉 법 개정 전에도 소방지휘자는 화재 진압로를 막아선 주·정차 차량들을 제거·이동할 수 있고, 법 개정으로 부족한 장비와 인력을 관련 기관에 요구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이 같은 법이 현장에서 무용지물인 현실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방활동 중 차량을 견인할 수 있는 강제처분을 규정한 소방기본법 25조를 발동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강제처분 이후 실제 소송으로 가면 당사자인 소방대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진입로에서 막히면 일단 15m짜리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현장까지 뛰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강제처분의 사후 행정 및 법률 처리 책임을 소방관에게 지운 것이 결정적인 허점이다. 일선 소방지휘자와 소방관은 화재진압을 위해 가능하고 필요한 모든 행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후 처리는 소방청 및 전문 전담기관이 맡아야 상식적이다. 정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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