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기술 협력 거점 역할을 위해 2019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3일 한러혁신센터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현지 업체와 우리 기업 간 네트워크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러시아 금융 제재에 동참하면서 내년부터 기술협력사업 자체가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한러혁신센터는 한러 정상회담 결과물로 2019년 인천 송도에 들어섰다. 2018년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기술 기반의 신산업·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혁신센터가 인천에 들어섰다.
현재 센터는 우리 중소기업과 러시아 현지 업체를 연결해 기술협력과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류 활성화를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여건 악화
'저렴한 기술 이전료'에 中企 호응
현지 포럼·협의회 등 영향 받을 듯
2019년 개소한 뒤 전자·통신·의료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매년 평균 10건 이상의 기술이전사업을 성사시켰다.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 원천 기술을 발굴해 수요 기업과 매칭, 기술 이전과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보다 기술 이전료가 저렴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호응도 크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미 국내 대기업의 경우 1990년대부터 러시아 기술을 적용한 여러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했다. 1995년 등장한 김치냉장고의 경우 러시아 국방분야 원천기술(기갑장비 냉방용 열전소재)과 한국의 민수분야 생산기술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각종 금융 제재가 잇따르면서 기술 협력을 위한 여건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한러혁신센터는 파악했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은 지난해 이미 확정해 준비했던 것으로 차질이 없지만 당장 내년부터 기술 교류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재가 더 확대될 경우 러시아 현지에서 진행해왔던 각종 포럼이나 협의회 등 교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우 '신북방정책'을 기조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등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 중심에 두면서 상대적으로 러시아와의 각종 교류 등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