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책임과 비전이 보이지 않았던 전대

입력 2023-03-05 19:0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06 19면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내일까지 모바일과 ARS 투표를 마무리하고 모레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거쳐 12일 대표를 확정짓는다. 대선 1년만에 치러지는 집권당의 전대는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친윤'의 노골적인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당원투표 100%' 경선 룰 개정과 결선투표도 윤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전대 전의 내홍에 휩싸인 당 체제를 정비하고 정책과 민생, 미래 비전을 논쟁하는 전대를 기대했지만 막판까지 윤심 경쟁과 이전투구로 치달은 경선이었다. 김기현 후보의 땅 투기 의혹과 안철수 후보의 대선 단일화를 둘러싼 후보들간의 공방, 김 후보의 직접 수사 의뢰,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장예찬 후보의 과거 활동 의혹이 불거지는 등 정책과는 무관한 갈등 등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집권당의 위상과 존재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정치개혁 의제도 보이지 않았고, 안보나 경제 위기와 관련한 심도있는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수정당이 지향할 길과 당내 민주주의 등에 관한 후보들의 문제의식도 드러나지 않았다. 오로지 친윤 대 비윤으로 갈려 상대를 공략하는 단순하고 수준 낮은 경선이 한 달째 이어졌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 대 비윤의 대립 구도는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이 당정 일체를 명분으로 당의 장악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비윤과의 갈등이 고조되면 내년 총선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에서 당정 분리도 많은 문제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당과 대통령실이 수직적 관계가 되는 건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당내 민주주의 복원이 시급하다. 공천을 의식한 의원들이 대통령실의 의중 살피기에 급급하고 친윤 그룹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면 당의 원심력이 높아질 수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는 여당엔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더구나 내년 총선은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져 정권심판론의 프레임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경선 이후에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지 않고 급격히 우경화한다면 내년 총선엔 중도층의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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