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초등생 엄벌 탄원하는 교사들

입력 2023-07-19 19:5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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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로 세계인이 주목한 대한민국의 학교폭력은 그 양상이 복잡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가해와 피해의 변주로 거대한 폭력 교향악을 완성하는 형국이다. 패륜적인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는 교육의 성소에서 폭력의 막장으로 추락한다.

학폭의 잔인한 양상과 심각한 후유증으로 사회의 대응도 수위가 높아진다. 정부는 지난 4월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모든 조치를 학생부에 기록하고 정시에 반영토록 했다. '더 글로리' 실사판이라 비판받은 정순신 사태에 놀라, 학폭 가해자 대학진학 금지라는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가해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폭력의 후유증에 갇힌 피해 학생은 학교 현장에서 이탈하는 학폭의 결과적 불의를 척결하겠다는 대책에 여론의 호응이 높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빚어내는 모든 학폭 사례에 적용할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학폭의 가장 패륜적인 유형이라면 학생의 교사 폭력이다. 지난해 말 세종시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원평가 과정에서 교사들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성희롱하는 글을 남긴 사실이 공개돼 교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교사단체들은 교원평가가 학생들의 교사 모욕 도구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이달 초엔 초등학교 6학년생 남학생이 여성 담임교사에게 "야 이 XX아, 뜨거운 밤 보내"라며 욕설과 성희롱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교사들의 억장이 무너졌다.



급기야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19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엔 교사들이 참을 기세가 아니다. 피해 교사는 학생을 엄벌하려 소송을 결심했다고 밝혔고, 동료 교사 1천800명은 엄벌 탄원서 작성에 동참했다.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폭행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이니 심각한 일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최근 6년간 교원 상해·폭행 건수가 1천249건이라고 밝혔다. 가해자 대다수가 학생이다. 교총은 대책으로 교권을 침해한 형사범죄 고발과 교권 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록을 주장했다. 학생들의 교권 침해 수준이 선을 넘은 만큼, 법과 제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학생 사이의 학폭에 집중하는 동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불문율마저 희미해졌다. 이제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법전을 들고 만나야 할 판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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