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인천에 뿌리내린 '국가 무형문화재 제57호' 소리꾼 전영랑

입력 2024-04-30 19:47 수정 2024-04-30 20: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1 14면

"무대 위 국악인은 '종합예술인'… 재즈 화음 조화로 경기민요 혁신"


한예종 연희과 진학 '인생 멘토' 김덕수 선생 만나 공연 롤모델 영감
'꾸준한 창작 실험' 밴드 '프렐류드'와 앨범 '플라이 인 날아든다' 발매
가장 큰 힘 된 건 아버지… 함께 연습 'KBS 아침마당 꿈의무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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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전영랑(40)씨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시도로 인천사람들에게 국악을 전하고 싶다"며 "즐거운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만 고집해서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없고, 새로운 것만 시도해서는 전통을 계승할 수 없다. 옛것은 지키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전영랑(40)씨는 전통을 보존, 계승하면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예인(藝人)이다.

전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국악을 처음 접했다. 국악인이었던 이모의 권유로 시작했다. 부모 품을 떠나 4~5년간 이모와 합숙하며 국악을 배웠다. 소녀 전영랑에게 국악은 "24시간 붙어 있는 존재"와도 같았다.



고등학생이 되던 1999년 서울 금천구에 있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당시 인천에서는 국악을 전공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버스·지하철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서울 학교로 나서고, 저녁 어스름에 인천 이모 집에서 노래를 배우는 일과를 고교 시절 3년 내내 반복했다.

어린 조카를 국악인의 길로 안내한 이모는 지금도 인천 남동구에서 오동국악예술학원을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전영랑씨가 무대예술에 눈을 뜬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에 진학하면서다. 그곳에서 '인생의 멘토' 김덕수 선생을 만났다. 남사당패 출신 장구 연주가인 김덕수 선생은 징·꽹과리·북·장구 등 4개의 민속 타악기가 어울리는 사물놀이 창시자다.

김덕수 선생은 제자들에게 "무대에 오른 국악인은 '소리'만 하지 말고 다 할 줄 아는 종합예술인이 돼야 한다"고 가르쳤다. 전씨는 다양한 악기, 소리, 몸짓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김덕수 선생의 무대를 보며 "앞으로 이런 공연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전영랑씨는 대학 졸업 후 김덕수 선생의 '한울림예술단'에 입단해 3년간 활동했다. 고교 시절 전공한 '경기민요'를 더 깊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 경기민요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한울림예술단 시절 인연을 맺은 재즈 밴드 '프렐류드'와 함께 프로젝트 앨범 'Fly In(플라이 인) 날아든다'를 냈다. 김덕수 선생의 가르침에서 얻은 영감으로 국악과 재즈의 화음을 조화해 우리 고유의 민요를 표현했다.

전씨는 "소리를 하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창작해야 한다는 것을 한울림예술단에서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젊은 재즈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국악과 재즈가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공연이 열린 1천석 규모 LG아트홀이 모두 매진됐고 버클리대 출신의 뮤지션들과 경기민요를 전공한 소리꾼의 조화는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었다. 한을 담아 부르는 남도민요와 달리 경기민요는 흥겹고 빠르며 부드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전씨의 소리가 서양 음악 반주에 잘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였다.

공감인터뷰 국악인 전영랑씨

전영랑씨는 국악과 재즈를 넘나들며 수년간 활동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결혼도 하고 하나뿐인 딸도 낳았다. 남편의 전폭적 지지 덕에 육아를 병행하며 국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결과 2019년 11월에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인 'MBN 보이스퀸'에 출연해 준결승에 올랐고 그 이듬해 12월에는 'TV조선 미스트롯2' 본선에 올라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도 선보였다. 방송 이후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내 뿌리는 국악에 있다'는 신념에 거절했다.

무대 생활을 이어온 전영랑에게 코로나19 유행은 재앙과 같았다. 모든 사람이 고통을 겪던 시기였지만, 대면 공연이 사라진 예술인들에겐 특히 더 가혹했다. 그에게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황이 찾아왔다. 건강이 나빠지더니 목소리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 평생을 전념해온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때 전씨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건 아버지였다. 전영랑의 아버지는 전 씨가 어렸을 적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허리를 다쳤다. 척추장애를 가진 왜소한 모습이 딸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 봐 그토록 사랑하던 딸의 공연장에 가지 않고 늘 뒤에서만 조용히 응원했다.

그랬던 아버지가 딸과 함께 지난해 'KBS 아침마당 도전! 꿈의무대'에 올랐다. 전씨가 코로나19 이후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나선 첫 도전에 아버지가 함께 섰다.

전영랑씨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꿈의무대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도전했다"며 "아빠가 저를 위해 처음으로 무대에 함께 섰다. 아버지와 함께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를 준비한 경험이 코로나19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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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랑의 다음 목표는 국악인으로서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소리를 전승해 나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천국악회관에서 경기민요 전통계승 발표공연도 했다.

또 올해 초 방영된 'KBS 인간극장 - 영랑씨의 아버지와 부르는 노래' 편이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감명을 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지난 2014년 '크라운해태 전국 아리랑 경연대회'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인천아리랑'을 지난해 다시 편곡해 전자음악(EDM) 버전으로 만든 것도 고향 인천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전씨는 "나는 인천에서 뿌리를 내린 소리꾼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시도로 인천사람들에게 국악을 전하고 싶다"며 "즐거운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는 현재 가족과 함께 소래포구 근처에서 거주한다. 그의 단기 목표는 소박하다. 인천 대표 행사인 소래포구축제 무대에 올라 이웃과 인천시민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공감인터뷰 국악인 전영랑씨

글/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영랑 국악인은?

■ 경력
▲現) 중요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민요 이수자
▲2018~2019 용인대학교 강사역임
▲2013~2018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강사역임
▲2011~2013 중앙대학교 최고지도자과정 출강
▲2007~2009 사단법인 김덕수 한울림예술단 단원

■ 학력
▲2010~2012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경기민요 석사과정 수료
▲2003~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학사 무속 전공
▲1999~2002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 수상내역
▲2019 KBS 국악대상 민요상
▲2015 제 21회 경기국악제 민요명창부 대통령상
▲2009 제 9회 인천국악대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 민요명창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09 제 35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민요명창부 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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