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6·29선언의 주역이었던
학생들과 문민정부의 탄생을
보았던 사람들은 어느덧 40대,
한치 양보없이 무한표류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호'를 구하는건
'40대의 힘' 밖에 없어 보인다


1994년을 조명한 케이블방송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막장드라마처럼 이상한 전개와 결말이 없는데다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서다. 이 드라마의 기획자가 1994년을 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의 시대적 상황은 드라마 내용보다 더 복잡했다.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의 탄생을 내걸었지만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있어서는 안 될 성수대교 붕괴사태가 있었고 이듬해에는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다. 이 두 사고는 모두 인재(人災)였다. 기업인의 부도덕한 탐욕과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참사에 우리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된 것이다.

2013년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케이블 방송의 20여 년 전 드라마 상황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국정치는 '대선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념정글'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15일에서 17일사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자. 여야의 대치국면 책임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라는 의견이 18.8%, '민주당'이 23.8%였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55.9%로 가장 높았다(전국 1천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95%신뢰수준 ±3.1%P). 대선과정 의혹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선거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임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이미 세 가지 경고를 했다. 첫째는 NLL(서해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 영토로 사수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응답했다. 둘째로 NLL과 관련한 대통령 기록물 열람에 대해서도 정쟁의 불씨가 될 것이므로 추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셋째로 지난 8월말 국정조사가 끝난 뒤 정쟁을 끝내고 '경제활성화(30%)'와 '부정부패척결(15.4%)'에 노력하라는 여론을 내놓았다(리서치앤리서치, 8월23일 전국 1천명 유무선 RDD 전화면접원에 의한 조사, 95%신뢰수준 ±3.1%P).



지금 정국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드라마의 무대가 된 1994년에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우리 사회는 이념적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대선과정의 댓글, 트위터부터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까지 북한관련 이슈에 따라 진영논리가 얼마나 확산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정치적 발언은 현재의 꼬인 정국을 지혜롭게 풀기보다는 더 꼬여서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되어버릴 것이다.

정치권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 국민대표자회의인 국회는 정상적이라면 국회 내에서 문제를 진작 풀었어야 했다. 국민들은 이 와중에 국가기관들을 차례로 불신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과거를 되돌아 볼 때 1994년 또는 97년보다 더 의미있고 중요한 해는 1987년이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화를 이끌어낸 6·29 선언은 바로 1987년의 일이었다. 6·29 선언의 주역이었던 학생들과 문민정부의 탄생을 보았던 학생들은 어느덧 4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다. 말그대로 40대이다.

지난 10월 통계청 인구현황을 보면 10세 단위의 인구분포 중 40대의 인구가 가장 많다. 그리고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인구계층이다. 사회의 중추적인 위치임과 동시에 국가발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한 치 양보 없이 무한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구할 것은 '40대의 힘' 밖에 없어 보인다. 진영대결뿐만 아니라 세대갈등까지 빚어지고 종교계까지 정치판에 휘둘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대담하게 잘라낸 알렉산더 대왕의 통근 역할을 더 이상 지체 없이 40대가 해내야 한다.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정쟁만 있고 '국민'은 보지 못하는 여의도 국회를 '특검'해야 한다는 준엄한 옐로카드도 전달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가장 형편없는 '2013년'으로 드라마화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40대가 제대로 응답해야 할 때이다. 응답하라 1987.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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