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칼럼

[방민호 칼럼] 백범 김구를 생각한다

입력 2023-06-26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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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백범(白凡) 김구라 하면 평생 독립운동을 한 지사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끈 주석으로 알았다. 필자가 이 김구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접하기는 춘원 이광수가 해방 후에 '백범일지'를 다듬어 펴낸 문제를 살피고자 할 때였다.

일제 말기에 대일협력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수에게 백범은 어째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자서전을 펴내게 했던가? 이광수와 김구의 만남은 1908년 황해도 안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김구는 안악 양산학교에서 김홍량이라는 분과 함께 교육운동에 매진하고 있었고, 바로 그때 일본 메이지중학에 유학하던 학생 이보경(이광수)이 여름방학을 맞아 신민회 황해도 지부 몫을 하던 안악의 '면학회'를 찾아 야학 일을 도왔다.

이러한 김구와 이광수의 만남은 당시에 신민회 운동을 주도한 도산 안창호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광수는 일본 도쿄의 유학생들 앞에서 연설하던 안창호의 정신과 인품에 감화된 학생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의 고향도 아닌 안악으로까지 방학길을 멀다 않고 찾아갔다. 그렇다면 김구는 어찌하여 그 무렵 그곳 안악의 양산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것일까?

위태로운 국운에 동학투쟁한 김구
교육운동 필요 깨닫고 양산학교로
안창호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결성


황해도 해주 사람인 김구는 반상의 계급적 현실과 위태로운 국운에 의기를 품고 동학에 입도하여 투쟁한 배외주의적 색채가 강한 인물이었다. 동학 투쟁에서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의 비밀서신으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던 김구는 국모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으려 일본 군인 토전양량(土田讓亮)을 척살한 죄로 인천 감옥의 사형수가 되었다.  

 

그의 사상이 일대 전환을 맞이한 것은 바로 이 인천 감옥에서였다. 인천의 외국계 형사범들을 가둬두는 감옥은 외국문물에 밝은 개화사상가들의 학교와도 같았다. 김구 또한 여기서 옥리가 가져다준 '태서신사'니 '세계지지' 같은 책들을 읽으며 동학투쟁에서 교육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과연 김구는 '관념의 사람'이 아니라 '행동의, 실천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간이었다.

사형수 신세에서 인천 감옥을 탈출한 김구는 공주 마곡사에 숨어들어 승려가 되었다가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그는 먼저 황해도 장연으로 갔다 김홍량의 양산으로 가서 교육운동을 펼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안창호의 신민회 운동에 접속된다.

1910년을 전후로 한 독립운동사에서 안창호의 역할은 가히 지대했던 것 같다. 안창호보다 두 살 연상인 김구는 신민회의 비합법 결사에서 새 희망을 보았으며, 나중에 '3·1 운동' 때도 국외로 탈출하여 상해로 가 안창호와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결성하고 끝까지 이 정부를 책임지게 된다.

최근 사학계에서는 3·1운동을 비단 운동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혁명으로 보고자 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이 3·1의 떨쳐일어남과 희생을 통하여 그해 4월 11일부터 가을에 이르는 임시정부 수립이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에서 일제 강점의 현실을 딛고 '민국', 즉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 나라를 열고자 한 것이 바로 안창호와 김구가 주도한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의였다.

국민이 주인되는 역사적 의의 가져
6월26일 서거… 그의 신념 기억하자


6월26일은 백범 김구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해방 후 환국한 그는 남북협상의 실패를 뒤로 하고 암살을 당함으로써 역사적 삶의 막을 내려야 했다. 그가 해방 정국의 정세를 과연 잘 읽어냈느냐는 여기서의 주제가 아니다.

필자는 그가 일생에 걸쳐 신념을 잃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바로 이런 분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껍데기 대신에 알맹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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