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열린마당]멀리 떠나시는 어머님께 바칩니다

오영학
오영학 (전)경기도 문화복지국장
김선기 우리 어머님! 오늘 49재 탈상을 맞아 생전에 정이 많이 드셨던 팔달사에 자손들과 일가친척들이 모여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재를 올리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소천하신 지 49일째 되는 날, 초재로 시작해 마지막 일곱 번째 재를 올립니다. 옛적에는 3년 탈상 전까지 10번의 제사를 올리며 반성하면서 용서를 빌었다고 하죠.

그런데 저 큰아들, 원근애비는 고작 49재를 끝으로 작별을 고하는 또 한 번의 불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묘살이 3년의 올곧은 마음가짐만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용서 또 큰 용서를 빕니다. 어머님! 통한의 날이 떠오릅니다. 입원하신 후 며칠을 어머님과 함께하고 돌아와 설친 잠에서 깬 새벽, 텔레비전 숫자판시계가 4시 44분을 가리켰습니다. 섬뜩한 숫자에 기우이겠지 스스로를 달래는 것도 잠시 6시 10분 당직 의사로부터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숨이 막혔습니다.

셋째가 먼저 달려가 임종을 뵌 것만으로 다행이었지만 444에 곧장 달려가지 못한 죄를 지었습니다. 이 444는 어머님께서 저를 찾으시는 계시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5분이 늦는 커다란 불효를 짓고 말았습니다. 어머님께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잘못을 되뇌이면서 영정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의사가 제게 언질을 주었던 여섯 달의 반도 못 채우시고 왜 그렇게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나셨는지요. 행여 쓸쓸히 보내실지도 모르는 아버님께 달려가시어 생전과 똑같이 보살펴 드리려고 하셨는지요. 오랜 병환으로 힘들게 지내셨던 아버님을 만나 자식들에게 주었던 수고를 내가 짧은 병상으로 깨끗이 갚고 왔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으셨는지요.

아닙니다, 그만큼 아픔의 고통이 크셨을 것 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님께서 왜 주말을 택하시어 운명하신 그 깊으신 뜻을 받들어 많은 부고보다는 조용히 어머님만 생각하며 빈소를 지켰습니다. 바보같이 살아계실 때의 효도가 더 소중함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한가지, 아버님 만나시면 내 조화도 당신과 똑같이 품격이 있었다고 말씀하셔도 되겠습니다.

어머님, 제 마음에 두고두고 떠나질 않을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업무상 외국을 많이 다니며 외국 사람들과 회의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하셨죠. 그런 저는 정작 어머님께 외국여행 한번을 시켜드리지 못한 큰 불효를 했습니다. 그저 평생 모시고 산다는 당연함 외에는 깨우침이 크게 부족했습니다. 지난해 겨울 작은아들 내외 덕분에 강원도 구경을 실컷 하셨다고 흡족해하셨던 모습이 그나마 자그마한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49재가 끝나면 어머님께서는 정녕 저희들 곁을 영원히 떠나시는지요. 어머님께서 부처님의 무량가피를 입으시어 극락왕생하시기를 발원합니다. 저희 자손들은 어머님의 관대하신 사랑 덕분에 이만큼 성장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의 모든 일이 무탈하도록 생전과 똑같이 보살펴 주시기를 어린애 같이 매달리려 합니다. 또 부끄럽게도 저승으로 가시는 어머님께 짐을 드리는 불효를 하고 있네요. 이렇듯 자식은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오늘 애통한 마음으로 정중히 용서를 빌면서 영면하시는 꽃길에 한 줌 향을 사르오니 부디 흠향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환히 웃으시는 모습으로 아버님과 극락정토에서 함께 하시옵소서. 엄마~!

/오영학 (전)경기도 문화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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