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지원 1천만원 평범한 삶 한계
생활고로 성매매나 범죄에 내몰려
적응 못하고 다시 월북하는 경우도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들의 꿈은 '행복한 삶'이었지만, 범죄의 사선을 넘나드는 '이방인'의 삶으로 명(明)과 암(暗)이 엇갈린다.
목숨 걸고 탈북해 다시 목숨을 걸고 월북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이들의 부적응과 지원정책의 문제점 등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번지고 있다.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19일 늦은 오후 포천시내 번화가에 있는 한 노래방. 다른 노래방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은 접객원의 80%가 탈북민이다.
일부러 탈북민을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탈북민들이 유독 많이 모였다는 게 업주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탈북여성은 "성 매매가 안되는 노래방이지만 15만~20만원을 주면 업주 몰래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용인시의 한 다방. 이곳은 종업원이 커피 배달을 나가면서 불법 성매매까지 하는 이른바 '티켓다방'이다. 다방 안 6~7개의 테이블에는 20~30대 여성 2명이 손님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잔에 6천 원인 커피를 시키자 "나도 한잔시켜도 되냐"며 여 종업원이 옆에 앉았다. 강원도 출신이라고 했지만, 거듭 고향을 캐묻자 "사실은 북한 출신"이라고 답한다.
"생활고로 초저녁에는 다방에서 일하고 늦저녁에는 노래방에서 일한다"며 "밖으로 나가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건 1시간 당 3만원, '데이트'도 가능하다"며 성 매매를 유도했다. 이 거리에만 티켓다방이 수십 여 곳이다.
생활고로 인한 강력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40대 탈북민 K씨는 탈북 후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3천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중국에서 들여와 탈북민들에게 판매, 경찰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목숨을 걸고 북에서 탈출한 일부 탈북민들이 뒷골목 인생의 늪에 빠져 북한보다 더한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불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문제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은 올해 3월 기준 3만1천345명(통일부 자료). 지난해 이들의 실업률은 7%, 고용률은 57.9%로,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3.7%p 높았고, 고용률은 9.2%p 낮았다.
특히, 전체 탈북자의 85%(2만6천715명)가 북에 있을 당시 단순 근로자 또는 무직자인 탓에 이들의 직업 갖기는 한계가 있어 불법 성매매 현장이나 범죄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의 정착지원금은 1천여 만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기엔 무리가 있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탈북민 지원업무를 하는 한 경찰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탈북민들도 많지만,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범죄의 사선을 넘는 탈북민도 많다"며 "불과 100일간의 국내 정착교육만으로 탈북민들의 한국생활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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