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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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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도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최근 남북관계의 냉랭함을 반영하듯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지나갔지만, 며칠 전 4월 27일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18년 4월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평화에 대한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가?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국민들 역시도 "도보다리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판문점선언은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에 이어 세 번째 이루어진 남북 정상 간의 합의이다. 판문점선언 5개월 후 맺어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영변 핵시설 포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까지 언급되기도 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북한은 작년 6월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구실로 판문점선언의 성과인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켜 버렸으며, 9월에는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피격 사망하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그간 70여년의 세월 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어느 정도 발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이런 경험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어느 정도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이해 대통령이 언급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과거 '전략적 인내' 등의 전략으로 북한과의 관계형성에 소극적이었던 시절을 반면교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먼저 해야 할 두 가지 선결과제가 우리에게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이다. 남북관계는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이해관계는 북한의 비핵과 과정에서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미중관계 등 동북아 국제관계와도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과가 보여주듯 북한의 비핵화에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절대적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남북관계를 다시금 형성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는 것이 시급히 해야 할 우리의 노력인 이유이다. 다행히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한편으로 남북간, 북미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선결과제는 국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정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일 것이다. 남남갈등으로 대변되는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은 남북간에 그동안 맺은 각종 합의문이나 성명, 정상선언들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남북간 맺은 합의에 대한 제도화 또한 진행되지 않았다. 즉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가 실행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하기보다는 남북관계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최근 통일부장관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한 과정은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며,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회 비준은 '평화의 제도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소극적인 자세가 아닌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북한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의 용어가 공허해지지 않고 실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4·27 판문점선언은 김정은 시대 남북 간에 맺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전제로 한 최초의 합의라는 점에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권숙도(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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