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천상천하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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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십사처가 있다면, 불교에는 팔상이, 원불교에는 십상이 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마지막 고난의 길 즉 십자가의 길이 십사처라면, 팔상은 부처님의 구도과정과 일생을, 십상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님의 행적과 일대기를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불기로 환산하면 이천오백육십오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팔상 가운데서 두 번째가 바로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부처님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불소행찬'과 '전등록(傳燈錄)' 등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즉 "이 우주에서 나보다 더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탄생게(誕生偈)를 외치셨다 한다.

그러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나만 홀로 고귀하고 다른 사람과 존재는 그렇지 않다는 안하무인의 말로 곡해할 수도 있겠다. 이 말씀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부처님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과 만생령을 제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가장 고귀한 자요 구세주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나' 즉 우리 모두 각자가 존귀한 존재이니 모두가 진짜 존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는 뜻이다. 물론 '대인연경' 등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은 직접 이런 말을 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다. 이 탄생게는 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 가운데 한 분인 비바시불(毗婆尸佛)이 하신 말씀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사람이라고 해서,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존귀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실유불성(悉有佛性) 곧 불성이 있는 고귀한 존재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행동으로 존귀한 존재가 되자는 인권 선언이자 당부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요즘 '정인이 사건'으로 대변되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를 얼룩지게 만드는 인면수심의 반복적 범죄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모두 고귀하다는 말씀에 슬쩍 회의가 들기도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진정 무엇이 인간의 길이며 스스로를 존귀하게 만드는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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