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그 이후·(2)] 핵심 '강사장'은 어떻게 면죄부를 받게 됐나

입력 2022-09-17 10:41 수정 2022-09-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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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LH 광명시흥사업본부. /경인일보DB


법원이 정작 LH 사태의 핵심 인물들에게 투기 혐의 무죄 결론을 내린 까닭은 1심 판결문을 자세히 분석해야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건 수사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D·E씨)이 이 사건 정보를 알게 된 다음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과림동 토지를 취득했다는 의심이 들긴한다"는 이례적인 문장을 남겼다. 허나 재판부는 혐의가 입증되기에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내용을 설명하기 앞서 재판부가 내린 결론을 먼저 소개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D·E씨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했다는 의심이 들게 하는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D씨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LH 과천사업단에서 과천주암지구 보상을 담당했다. E씨는 2019년에서 2020년까지 역시 과천사업단에서 주암지구 보상을 담당해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같은 사업단·같은 업무를 하며 알고 지낸 사이다.



2020년 2월 E씨는 LH 인천지역본부로 자리를 옮기고 이곳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던 중 광명·시흥 개발 대상지에 대한 파일을 받게 된다. 이 날짜가 같은 해 2월 10일이다. 이튿날인 11일 E씨는 D씨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보낸다.

D씨 "감사합니다. 개발은 기정사실이네요"

E씨 "넵ㅋㅋ 광명시흥 업무보고서를 달라니"

D씨 "예 즐거운 저녁 시간 되세요"

이어 같은 달 17일 E씨는 LH 광명시흥사업본부 지인으로부터 '광명시흥사업본부 2020년 업무계획'을 받는다. 이후 27일 D씨 등은 22억5천만원에 시흥시 과림동 일대 토지를 매수한다. 이런 흐름만 보자면 E씨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D씨가 전달받아 이를 활용해 시흥 일대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부패방지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황에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만 혐의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왜 그런 판단에 이르게 됐을까. D씨는 2019년 가을부터 시흥시 부동산에 과림동·무지내동을 특정해 매수하기 좋은 토지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과림동 일대 토지 매수 의사를 밝힌 사실 역시 복원된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됐다.

결국 2020년 2월 E씨가 우연히 LH 인천지역본부로 발령이 나 업무계획을 입수하기 전부터 D씨 등은 과림동 토지를 매수할 결정을 내린 상태라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보를 취득한 이후 과림동 투자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2월 중순께 D씨가 토지 매입을 위한 대출 가능 금액을 확인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또 있었다. 복원된 휴대전화 메시지에 오간 대화 내용("개발은 기정 사실이네요")은 부패방지법 혐의를 짙게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E씨가 지인을 통해 얻은 '광명시흥사업본부 2020년 업무계획'을 D씨에게 전달했다는 증거를 수사기관은 찾아내지 못했다.

E씨가 D씨에게 정보를 전달했다는 물건 증거나 진술 없이 앞뒤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없는 맥락이 거세된 대화의 토막 만을 가지고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확증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또 문제의 대화가 이뤄지기 직전인 2월 10일 E씨가 취득한 정보 역시 추상적이었다.

E씨가 업무 인수 과정에서 받은 파일에는 광명·시흥 개발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사업화 방안 추진', '특별관리구역 내 불법형질 변경 및 기반시설 확보 등 지역현안 해소를 위해 통합관리 필요성 집중', '사업방식 및 통합 개발 구상을 수립하여 국토부 등 관계기관 협의 추진'과 같이 보기에 따라 추상적인 내용만 나열돼 있었다.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개발 대상지인 용인 최근접지에 토지를 매수한데다 매수 과정에서 그의 아내가 남긴 '수첩'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 당시 A씨의 아내는 수첩에 '2년 이내 수용될 경우 양도세 절감방법'을 메모했는데 이 메모가 혐의 입증에 큰 역할을 했다. 개발로 인한 토지 수용을 염두에 뒀다는 물증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D·E씨의 경우, 이들이 정보 취득 정황이 나타나기 전부터 과림동 일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E씨가 취득한 정보를 '비밀'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는데다 E씨가 D씨에게 결정적인 업무상 비밀을 전달했다는 증거가 없어 최종적으로 무죄에 이른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정보가 검사가 특정한 비밀에 포함하는지, 검사가 특정한 비밀이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의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까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다. 다만, 농업을 할 목적 없이 농지에 나무를 심은 혐의는 인정돼 D씨와 E씨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렇듯 LH 사태로 촉발된 수사로 용인 반도체 단지, 장상지구, 월곶~판교선 개발의 비밀을 이용한 공직자에게는 철퇴가 내려져 사회의 정의(明)가 구현됐지만, 정작 LH 사태의 한복판에 섰던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면죄부(暗)를 받게 됐다. LH 사태가 남긴 명과 암이다.

/신지영·이시은 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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