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개전후 수출액 반토막… "대금 못 받을까봐 아직도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 '경기도 기업 생존기'
입력 2023-02-12 16:08 수정 2023-02-14 13:0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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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각지로 제품을 수출해 오던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내 한 수출 기업 창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찬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2023.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화성시에 소재한 제조업체 A사에 2022년 2월 24일은 악몽의 시작점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일대를 침공한 이날, 러시아 각지로 제품을 수출해오던 A사에도 먹구름이 꼈다. 그리고 1년. A사의 막막함은 여전하다.

물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A사는 어렵사리 러시아 현지로의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제품을 러시아에 보내는 일도, 대금을 받는 일도 매번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로 향하는 배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점이 변수다. 선박 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그마저도 배에 물건을 채 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제품 구매를 위해 샘플을 보내달라는 비교적 가벼운 요청에 응하는 일도 험난해졌다. 이전에는 샘플을 미국계 운송업체를 통해 발송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주도로 러시아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됐다.



샘플을 직접 발송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 등을 거쳐서 우회해 보낼 수밖에 없다. 샘플을 보내는 일조차 이중·삼중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화성시 소재 A사, 막막함 여전
운행선박 줄고 달러 결제 제약

대금을 받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게 A사의 하소연이다.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어려움이 현재진행형이다. A사는 당초 러시아 현지 기업들에게 미국 달러로 수출 제품에 대한 대금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우리나라와 미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역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미국 달러 사용에 제약이 생겼다.

이에 중국 위안화를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국내에서 달러만큼 활성화돼 있지는 않은 통화이다 보니 대금 인출이 안 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다. 바이어에 따라 송금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

제품을 보내놓고 잔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잠못 이루던 날들도 셀 수 없다. 잔금까지 들어와야 제품을 보내는 방식으로 바꾼 이후에도, 대금을 받지 못해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등 문제가 깨끗이 해소되진 못했다.

그렇다고 판로를 다른 국가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A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서 전쟁 직후보다야 여러 문제가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불안감과 불편함 속에 수출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A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경기도내 기업들의 수출액은 반토막이 났다.

위안화 거래 활성화 안돼 불편
샘플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아
세계적 불황에 판로 개척 애로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수출액은 9억2천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9.5%가 줄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액은 4천800만 달러, 마찬가지로 49.8% 감소했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로 수출해 왔던 도내 기업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또다른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사정이 나아졌지만 전쟁 발발 후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 서류도 제대로 오지 않았고 대금도 못 받았었다. 지금은 송금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현지에도 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 표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원자재·식자재 공급난에 인플레이션… "위기를 기회로" 잰걸음)

/강기정·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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