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기착지 백령도 '새들 지키다 생업 놓칠라'

입력 2023-05-25 20:32 수정 2023-05-25 21: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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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백령도 농민들이 꿩이나 까마귀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백령도 일대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옹진군 백령도 농민들이 꿩이나 까마귀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옹진군 백령도 진촌리 한 농민은 밭에 덫을 놓았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개똥지빠귀·검은딱새·큰밭종다리 등 야생조류 8마리가 그의 덫에 걸려 죽었던 것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누구도 덫이나 올무 등 야생동물 포획 도구를 제작·판매·소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해 야생동물을 잡으려 할 때에도 포획 허가를 받아야 이 같은 도구를 제작하거나 소지할 수 있다.(5월9일자 6면 보도=자칫 멸종위기종 걸릴수도… 백령도 수십개 '무허가 덫')



백령도는 우리나라를 지나는 철새들의 주요 기착지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들도 이 섬을 찾아온다. 그런데도 백령도 주민들이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 덫 등을 설치하는 이유는 꿩이나 까마귀, 산비둘기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새가 많기 때문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콩이나 메밀 등 밭작물도 벼처럼 비닐하우스 내 모판에 파종했다가 밭에 옮겨 심는다고 한다. 밭에다 직접 씨를 뿌리면 새들이 산에서 내려와 새싹들을 모조리 뽑아 먹어서다.

가을엔 다른 논보다 벼를 먼저 수확하려고 애를 쓴다. 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한 콤바인 등 수확용 기계를 앞다퉈 빌리려고 주민들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고 한다. 벼 수확이 늦어지면 새들이 낟알을 먹어서다. 


밭 파종하면 새싹 모조리 뽑아먹어
덫 놓으면 야생조류 죽어 경찰 조사
"생업인데 잡지 말라고만 해" 분통

 

주민들은 꿩이나 까마귀, 산비둘기 등을 쫓아내기 위해 허수아비 등을 세우거나 논·밭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옹진군청이 운영하는 '야생조류 피해 방지단'은 예산이 부족해 지난해 한 차례만 백령도를 찾았을 뿐이다.

백령도 이장협의회 김치복 회장은 "농민들의 생업과 직결된 문제여서 새들을 모두 내쫓고 싶은데, 환경단체나 면사무소에서는 새들을 잡으면 안 된다고만 한다"며 "철새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이 보는 피해는 보상받을 방법이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옹진군청 관계자는 "야생조류 피해 방지단 예산을 확대하거나,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피해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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